팀에서 물밑 싸움이 일어났다.
팀장과 팀원과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팀장은 팀원이 일도 못하고 근태가 엉망이라며 다른 곳으로 전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팀원은 팀장과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에게 일도 안 주고 근태는 팀장 또한 엉망이라며 지지 않고 버텼다. 설상가상으로 부서의 다른 팀장들은 누가 문제인지 심판하려 분주하다.
이 사단의 중심인 두 당사자는 당연히 피곤하겠지만, 중간에 낀 나 또한 매우 곤혹스러웠다. 두 사람과 별 탈 없이 지내기에 더욱 그랬다. 그 둘은 나에게 본인의 편을 들어달라는 눈치를 계속 주었다. 넌 나의 편 아니었어? 에 대답해 주기를 바랐다.
솔직히 답하자면 난 둘의 편 모두 아니었다. 오히려 그 둘의 갈등이 드러나면서 팀 안의 분위기가 나빠지고 다른 팀에서 우리 팀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거 같아 속상했다. 둘로 인해 다른 팀원들까지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이었다.
갈등은 더욱더 심해졌고, 급기야 같은 팀이라는 이유로 나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팀장은 팀장회의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나 또한 그 팀원과 사이가 안 좋다며 거짓증언을 했고, 그 팀원은 나에게 모든 것을 알면서 모른척하는 거 아니냐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부장은 심판을 하기 위한 다각도 정보수집의 일환으로 다른 팀장을 시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에게 묻게 했다.
사건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보기 시작한 누군가는 내가 그 팀원과 사실은 사이가 좋지 않은데 웃으며 잘도 이야기한다며 나를 가식과 연기의 왕으로 오해했단다.
둘의 싸움에 나까지 도마에 올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솔찬히 억울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럼 누군가의 편을 들었어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이런 떠도는 오해는 중간에 우두커니 서있는 입장을 선택한 내가 감당해야 할 대가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의 갈등은 결국, 팀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그 팀원은 원치 않게 부서를 떠났고, 팀장은 리더십에 금이 가며 팀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당사자 모두 그리고 함께 있던 팀원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팀워크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이 생겼을 땐 그리고 그 갈등이 나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면, 난 아마도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중간에서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에게도 팀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