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으로 키우고 싶어 영어유치원을 안 보내렵니다.
워킹맘의 치열한 고민끝의 유치원 결정
아이가 태어날때 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낼거라 마음먹었었다. 주변에서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영어유치원을 다닌 아이가 영어를 잘 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아이가 영어를 편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바랬었다.
아이가 6살이 되었고 예약하기 어렵다는 영어유치원에 일명 초치기 선착순도 성공했다. 모든것이 목전에 와 있었고 엄마인 내가 "Yes"만 외치면 끝나는 상황 이었다.
약 일주일간의 치열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정말 치열한 고민이었다. 통상 나는 의사결정이 빠른편이라 장고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랜시간 고민하는 주제는 보통 '사람은 왜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등' 형이상학적인 문제 뿐이었다. 하지만 영어유치원에 대한 고민은 Yes or No를 해야하는 문제 중 나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다. 자다깰 정도였으니까.
내가 영어유치원을 고민한 나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1. 나는 워킹맘이다.
2. 아이는 언어가 빠른편이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영어유치원을 보내도 아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거라 예상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부터 나의 생각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3. 엄마인 나의 대입 실패경험
엄마인 나는 소위 팔학군에서 유년과 청소년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공부했다. 곧잘 하는편이었고 하루하루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머리가 안좋냐고 묻는다면, 초등학교때 아이큐 검사에서 최상위권은 아니더라도 상위권 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상위권으로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듣곤 했다. 하지만 약 고등학교 2학년때정도부터 공부 동력이 많이 떨어졌고 그 이유는 잘 알지 못했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 그때도 나는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엇인가 헛바퀴가 도는 느낌이었고, 왜 내가 최상위로 더이상 못올라 가고 있는것인지에 대한 의아함, 당혹감에 휩싸였었다.
그렇게 나의 대입은 서울안에 있는 대학에 가는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물론 나는 나의 모교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학군에서 그렇게 많은 돈과 열정과 시간을 들인것에 비하면 가성비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는것을 부인할 수 없다. 대입 입시에 대한 만족스럽지 못한 성취는 스스로의 컴플랙스로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었다.
그래서 돌이켜보건데, 왜 나는 대입입시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난 학창시절 항상 시간이 없었다. 대부분 시간은 학원과 학원숙제를 하는 시간으로 할애되었고 그렇지 않은 시간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쓰였다. 책을 읽어야 좋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틈틈히 책을 읽었지만 책을 온전히 이해할 만큼 성장해 있지 않았었던거 같다. 특히나 고전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많은 고전들의 등장인물의 나이는 내가 독자였던 나보다 훨씬 많았고 내가 그들의 삶을 공감하기엔 역부족 이었다. 그래서 문학은 왜 읽어야 하는지 읽으면서도 의문이었다. 공감이 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논술 시험에 갑자기 주목받지 못하던 친구가 두각될때, 나는 의아함을 느꼈었다. 저 친구는 평소 내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친구인데 갑자기 논술을 저렇게 잘한다고?..
내가 학창시절 놓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4. 나는 이런 아이가 이런 자질을 단단하게 가졌으면 좋겠다.
: 자기주도학습 + 문해력 + 사고력
잦은 시험을 잘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한다는것은 당장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성실함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수단이나, 본인이 원하는 목표설정과 목표설정을 위해 달성해야하는 세부 목표달성에 대한 생각의 기회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줌으로써 어릴때 부터 본인의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주고싶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를 자유롭게 충분히 공감하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답을 책을 통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그것을 주위사람들과의 대화만을 통해서 해결하거나 결정한다면, 자신이 속한 집단을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면 현시대의 리더들 뿐만아니라 지금은 세상에 없는 위인들에게 까지도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사람은 생각하고 상상을 하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산다. 사회에서 주어지는, 누군가가 짜놓은 시스템에서 타인이 의도한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것은 어찌보면 과거 신분제에서 누군가의 하인으로, 누군가의 노예임에 순응하며 삶을 소진하는것과 유사하다. 사람은 스스로의 환경을 극복해 나갈수 있고 세상을 나의 생각대로 바꿀 수 있다. 나는 나의 아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생각을 해야한다. 그것도 높고 넓고 긍정적이며 혁신적으로.
5. 영어는 언어이다.
언어는 나의 생각을 사고하는 도구이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의 생각이 값지다면 외국인들도 얼마든지 번역기를 돌려 내가 말한 내용을 번역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를 잘하지만 내용이 없다면, 그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값진 말을 하는 사람의 언어를 번역해 주는 일 뿐이다.
번역을 하는일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지만, 난 나의 아들이 타인의 말을 번역하는것 보다, 많은 사람이 아들의 말을 번역하고싶어하는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언어인 영어의 음가를 배우고 스팰링을 외우는데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는 대신, 책을 많이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일반유치원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혹여, 나중에 아들이 왜 영어유치원에 안보냈냐고 묻거든 이 글로 지금 나의 결정한 이유를 보여주려한다.
엄마는 너가 더 크고 높은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어려운 선택을 한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