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 내가 후회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무대위의 이모는 건재했고 아름다웠다. 그 순간만큼은 이세상의 주인공이 그녀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아름다은 무대였다며 호들갑을 떠는 조카와는 달리, 이모는 덤덤했다.
"15년동안 올랐던 무대인걸."
무대 화장, 화려한 드레스, 높은 구두 그리고 넓은 공연장을 울리는 이모의 목소리까지.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는 80세 여성의 모습과는 모두 반대되는 것들 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을 이모는 부자연스러움 하나없이 모두 그녀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 후회라는것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곤 하지만, 간혹 그런 아쉬움이 진하게 스칠 때가 있다.
'내가 그때 시작한 그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 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때 배웠던 재즈댄스, 골프, 플라잉요가, 발레 그리고 티스토리 까지.. 모르긴 몰라도 이 무엇중 하나라도 계속 했다면 지금쯤은 준프로가 되지 않았을까. 당장의 생사를 좌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심히 하다가도 어느 순간 연기처럼 우선순위에서 밀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먼 추억처럼 사라지곤 했다. 언제나 당시에는 더 중요한 합당했던 이유들이 있었다. 어쩌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라고 생각했었던것 같기도 하다. 사실, 비용이 아까웠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게 합리적이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젠 무엇을 시작할땐 초반의 배움이후 이 배움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배움을 지속하겠다 한다면, 적어도 3년은 계속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것에 대한 스스로의 식견도 생기고 아쉬움이라는 후회도 남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나의 이 글쓰기 또한 어느 순간 스스로의 우선순위에 밀리지 않도록 습관으로 정착하고 갈 수 있는 최대한 먼곳까지 꼭 가보려 한다. 이 글쓰기야 말로, 나중에 계속 해볼껄..이라는 후회를 반드시 할 거 같기 때문이다.
이젠, 아쉬움이 아닌 그때부터 꾸준히 했기에 그 분야에 있는것 자체가 담담한 일상이 되는 날을 만드는 스스로가 되어보려 한다.
누가 아는가. 글쓰기를 15년동안 지속한다면, 공연장의 이모처럼 많은 사람앞에 서있는 나를 만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