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리하는 워킹맘입니다.

물론 가끔합니다만

by 빛별

엄마가 일하면 아이는 무엇이 가장 서운할까.


하교 후에 방긋 웃어주며 기다리는 엄마가 없는것? 비오는날 교문 앞에 나만 엄마가 없는것? 숙제를 여유있게 도와줄 엄마가 없는것? 이 모든게 서운하겠지만, 나라면..


'밖에 있다 들어왔을 때 맛있는 먹을거리를 해놓고 기다리는 엄마가 없다는 것' 이지 않을까 한다. 물론 아이를 봐주시는 할머니께서 성심성의껏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시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해 높는 그 '엄마표 음식'은 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조금은 더 젊고 조금은 더 예쁘게 만들어 줄것만 같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학창생활에서 기억나는것은 학교생활이 아니라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들 이었다. 바삭한 감자튀김, 예쁘게 말려있는 계란말이, 붉은색 소스를 휘감고 있는 소세지 볶음, 치즈향이 솔솔나던 구운 옥수수...먹었던 것들은 참으로 생각도 잘난다.


그런데 일하는 나는 나의 아이에게 이런 음식을 만들어 주기가 힘들다. 만든다 하더라도 아이가 먹고 싶을때 맛있는 온도로 내놓는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망에게도 주말이란 시간이 있다. 토요일, 월요일..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 시간이 없다면 없지만 의지를 가지고 만든다면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주말 아침에는 아이가 일어나기전 먼저 일어나 주방에 섰다. 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냉장고를 살폈다. 냉장고 안에는 두부, 고기, 계란, 양파가 있었다.


단조로운 재료였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 재료들을 썰고 볶고, 마음을 담아 다진 마늘, 간장 그리고 참기름을 '팍' 뿌렸다. 맛있어져라..맛있어져라.. 조금이라도 예뻐보일까 싶어 그릇에 담은후에는 깨를 위에 휘리릭 뿌렸다. 예뻐보여라..예뻐보여라...


그리고는 아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아이가 일어나자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은듯 아침을 먹자고 권유해 보았다. 아이는 싫지 않은듯 나의 옆에 붙어 아침밥을 오물 오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내가 찍어놓은 아침밥 사진을 보더니 '맛있는 밥 이네..'라며 중얼거렸다.


이런 작은 밥 하나 해주고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것 아니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워킹맘인 나에겐 이런 순간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나도 내가 음식을 해서 아이에게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음식을 아이가 먹고 맛있다고 해준다는것..


이런 음식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 내가 위에서 줄줄이 읊었던 엄마 사랑의 음식처럼, 내 아들도 나의 음식을 생각할때 사랑받은 한 순간들로 기억하지 않을까..


다음 주말부터는 조금 더 신경써 정성을 담아 아이에게 밥을 차려 줘야 겠다. 나는 '요리하는 워킹맘'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