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투게더> 리뷰
하지만 당신들은 투게더 할 때 해피하지가 않잖아요..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 말은 ‘보영’이 습관처럼 반복하는 말이다. 그리고 ‘아휘’는 보영의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가 다시 시작하자 말하면 저항 없이 그래 그럼, 해버린다.
그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던 중, 이들은 홍콩을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간다. 보영이 사 온 폭포 모양의 스탠드가 보영과 아휘 모두 마음에 들었고 그 스탠드의 폭포가 이과수 폭포라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둘은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 함께 아르헨티나까지 왔지만, 폭포를 찾다 길을 헤매고 서로에게 감정이 상하는 바람에 결국 헤어진다. 그 후 얼마 뒤, 둘은 아휘가 도어맨으로 일하는 탱고바에서 재회한다. 그리고 다시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보영과 그를 밀어내다 결국 받아들이고야 마는 아휘.
이렇게 아휘가 보영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후부터, 영화의 화면이 컬러로 변한다. 이 흑백에서 컬러 전환 후에 둘이 택시 타고 가는 이 장면이 좋았다.
아주 추운 날, 보영은 아휘를 끌고 밤산책을 나간다. 아휘는 계속 춥다고 투덜대면서도 보영을 따라간다. 그러자 보영은 (보영의 모든 행동이 그렇듯) 갑자기 산책은 그만두고 돌아가자고 말한다. 결국 아휘는 감기에 걸려 앓아누웠고, 보영은 아픈 아휘에게 밥을 해 달라며 땡깡을 부린다. 그러자 아휘는 그게 아픈 사람에게 할 말이냐며 소리 지르며 화를 내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공용 부엌에서 같이 먹을 스크램블 에그를 볶고 있다... (바보...)
아휘는 변덕이 심하고 제멋대로 구는 보영이 싫다. 하지만 아휘가 정말로 싫어하는 건 보영이 자신을 떠나는 것이다.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있거나.) 그래서 아휘는 양손에 붕대를 감고 자신을 찾아온 보영이 좋다. 그가 빨리 낫지 않기를 바란다. 손이 다 나아버리면 자기를 떠날까 봐. 그래서 아휘는 보영의 짧은 외출에도 전전긍긍한다.
하루는 보영이 늦은 밤에 담배를 사러 집을 나갔고, 아휘는 보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날, 아휘는 담배를 몇 들어 씩 사 와서는 보영의 침대 맡에 쌓아둔다. 보영은 그의 집착에 질려 담배를 집어던진다. 아휘는 익숙하다는 듯 담담하게 널브러진 담배 곽을 줍는다.
그리고 한참 후, 결국 둘은 다시 헤어지고 아휘는 혼자 홍콩으로 돌아간다. 아휘 없는 아휘의 방에서, 보영은 담배를 한가득 사서 쌓아 놓는다.
사람은 왜 미안할 때 화를 낼까? 왜 고마울 때는 모르는 척 어물거릴까?
미안할 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고마울 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말을 하는 데에는 왜 그렇게 용기가 필요할까.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할 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건 왜 이렇게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말일까.
보는 내내 팬픽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영화가 팬픽 같은 게 아니라 팬픽이 이 영화를 가져다 클리셰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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