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동생 같은 너(1)

권진아 - 끝

by 설탕우유


0. Prologue


나는 원래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인정해오지 않았지만, 최근 심경의 변화를 몇 번 겪은 후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다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보니 모임이 많았고 외로움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눈길은 조금 엉뚱한 면이 있던 사람들에게 자주 꽂혔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유독 눈을 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그런 엉뚱한 매력에 눈길이 갔었지만 사실 이성적인 감정보다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던 마음이 들었던 친구와의 이야기다.



1. 첫인상을 믿지 마세요


내가 그 친구를 처음 본 것은 내가 소속했던 연극팀이 지역의 연극제에 나가게 되면서였다. 연극에 필요한 추가 인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소개를 받고 들어온 친구였는데, 약속된 장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다. 말수가 적고 낯을 많이 가렸기에 친해지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이 아이를 소개해준 녀석이 그날 연락이 안 되고 약속 장소에도 끝끝내 나타나지 않아서 그 친구의 초조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었는데, 우리의 소개가 다 끝나고 각자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술자리가 끝나가도록 '그 녀석'은 연락이 닿지 않아 다음 약속을 잡고 헤어지게 되었다.


이후 만남이 잦아지며 팀원들은 빠르게 친해졌는데 이 친구의 첫인상은 차가운 인상을 가진 사람에서 차가운 표정에 강아지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사고를 치는 행동이나 똑 부러질 것 같은 말투로 말실수를 하는 허당끼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2. 스물, 나와는 달랐던 너


이 친구가 우리에게 합류했을 당시 나이는 스물. 대학교를 딱 1학기만 마친 시기였다. 늦은 나이에 대학교를 들어갔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대학이 자신과 맞지 않아 휴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난 이 친구의 이 시기가 부러웠다. 나에게는 재수생활과 군생활로 경험해 볼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대학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 친구와 내가 바라보는 삶의 목표 지점은 많이 달랐다. 그 친구는 빠르게 일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목표였기에 대학이 목표를 늦출 뿐이라 생각했다. 반면 난 늦게 시작한 대학 생활이 만족스러웠고, 이때 만난 사람들이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기에 이 친구가 대학 생활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이 친구가 공연팀에 들어온 이유도 우리와 달랐는데, 우리는 공연이 삶의 일부였고 취미생활로서 늘 있던 느낌이었다면, 이 친구는 공연을 마친 뒤 공부에만 매진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 친구의 확고한 생각을 바라본 후 나 역시 이 친구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3. 연극제


우리가 참가했던 프로젝트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래된 관공서 건물을 공연장으로 새롭게 꾸며 그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현대적으로 재사용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 인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 '장소'가 우리에게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주제의 짧은 극을 올리기로 했다. 그 친구는 비중은 높지만 연기하기 쉬운 여자 주인공 역을 맡기게 되었다.


직장인 연극팀으로 참여했다는 점과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극을 만들기 위해 비교적 쉬운 대사와 안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를 가져와 빠르게 공연의 짜임새를 만드는데 집중했는데, 그 친구가 마침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곳이 주말에는 쉬는 헬스장이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셨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공연일이 되었을 때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에 함께 웃으며 공연을 마쳤고 생각보다 큰 액수의 공연비를 받게 되었다. 그 돈으로 회식을 마치고, 남은 돈을 나눈 뒤 프로젝트 팀은 해산하였다. 물론 우리의 만남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샤프(Sharp)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중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4. 공부와 시험, 그리고 또다시


우리의 공연이 끝난 뒤 그 친구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원을 알아본 뒤 근처에 자취방을 구해 공부를 시작했다. 종종 공부가 지치는 날 우리를 불러 함께 간단히 저녁을 먹거나 맥주 한잔 하는 정도의 삶을 이어갔다.


당시 나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재취업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몇 차례 면접을 보고 왔으나 취업은 계속 미뤄지면서 오래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와의 만남이 버거워지던 시기였다. 우리는 연애를 종료하고 친구로 돌아가기로 한 뒤 이후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종종 보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헤어지고 얼마 뒤 나의 생일. 당시 난 돈을 벌기 위해 치킨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가게의 마감을 하고 나오니 새벽 1시 정도의 시간이 되어있었다. 헤어졌던 전 여자친구와 그 친구 둘이 근처 편의점에서 나를 축하해 주고 가겠다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에만 해도 그 친구를 친한 친척 동생, 막내 동생 같은 느낌으로 보고 있었다.


open-book-1428428_1280.jpg 그 친구의 공부의 의미가 가끔 궁금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5. 직장인 극단


치킨집에서 일한 지 9개월 정도의 시간을 지나고 있던 시점. 내 인생의 변화가 필요했다. 나와 함께 일하던 팀장이 장부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큰 사고를 치고 그만두게 되었고, 내가 가게를 홀로 운영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문제는 가게의 매출이 심각하게 나오지 않았다. 최저 임금을 받고 있었지만 내게 월급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이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내 미래를 위해서도 내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다른 곳으로 이직을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마침 선배에게 관심 있던 회사 공고가 나왔다는 소개를 받고 면접까지 다녀왔으나 합격 연락은 오지 않았다. 자포자기하고 있던 중 연락이 왔다.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그동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유튜브 방송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회사에서 크리에이터 팀장을 맡아 PD 겸 크리에이터로 콘텐츠 제작과 현장 상황 조율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소개를 받았던 날. 마침 나의 전 연인의 생일날이었고, 우리 공연팀 모임이 있었기에 나의 전 연인의 생일을 축하한 뒤 내 소식을 함께 알리고 축하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고 여유가 찾아오는 시점이었다. 몇몇 작은 사건들이 있었고, (지난 에피소드) 다시 공연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였다. 그렇게 공연을 새로 시작한 뒤 난 그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오빠, 저 거기 놀러 가도 돼요?"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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