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ZE - Mood Indigo
0. Prologue
When I Fall In Love
그대와 함께 한다면
곧 사라질 꿈이라도
달콤하기만 하죠
치즈의 노래 무드 인디고. 우리는 아마 연애로 발전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짧은 시간 잊고 있던 설렘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과의 관계가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랐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이었다.
그 친구는 내 마음을 끝까지 몰랐을 것 같다. 지금도 친구처럼 연락을 하는 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아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그 친구가 언젠가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 역시 그 친구로 인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친구와 함께 불렀던 결혼식 축가. Mood Indigo 내가 참 좋아했던 이 곡을 둘이 결혼식에서 축가로 부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좋았다. 나의 기억 한 페이지를 예쁘게 남겨둔 것 같았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1. 여배우 모집
직장인 공연팀에서 내가 연출을 맡아 공연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팀 내부에서 나와 트러블이 생긴 친구가 팀을 나가고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에 급하게 추천을 받고 들어온 친구였다. 다만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고 대학로에서 공연을 자주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공연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급히 팀의 상황을 설명하고 대사, 안무, 동선을 빠르게 숙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들 직장인이다 보니 매일 같이 퇴근 후 연습실에 모여 새벽까지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원래 자주 공연을 준비해 오던 우리에게는 적응되어 있었지만 새롭게 합류한 그 친구에게 분명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힘들다는 내색 없이 공연 배역이 정해지고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으로 적응해 갔다.
2. 신비주의
공연을 하며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이 친구는 좀처럼 파악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공연을 위해 저녁을 함께 먹을 때나 조금 쉬면서 배달을 시켜 먹거나 카페를 가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이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좀처럼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어렵게 느껴졌다.
단 한 가지 확신은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였던 것 같다. 당시 팀에서 어린 나이였지만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의 경험이 더 많아도 상대방을 낮추어 보지 않고 존중하는 대화를 했으며 행동과 대화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친구와 좀처럼 친하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끼다 보니 말을 놓지 않고 계속 존대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자세로 대해도 친근하면 친근하게 진지할 때는 진지하게 대화가 이어졌는데 그런 관계가 지금까지 변함없이 흘러왔다. 어쩌면 내가 상처받을까 한 발 다가가기를 주저했기 때문일 것이다.
3. 장거리 연애
이후 그 친구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그 친구를 데려다주면서 조금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얼핏 들었던 그 친구의 개인사. 고향에 있는 아주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 학창 시절부터 정말 긴 시간을 연애해 온 둘은 장거리 연애와 장기연애가 합쳐진 사이였다.
이 친구는 남자친구의 긴 시간 시험 합격만을 기다리고 응원해 왔다고 했다. 둘은 먼 거리에 있어서도 있었지만 남자친구가 긴 시간 계속되는 시험 실패로 만나는 주기가 더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얼핏 남자 친구를 계속 기다리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뉘앙스가 내게 어떤 메시지는 결코 아니었다. 연습실에서 그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며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주 가끔 시간이 남을 때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에 들르는 정도의 일상이 추가되었지만 그 친구에게 사적인 감정이 들지 않기를 바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것 같다.
'토이 - 좋은 사람 (Feat. 김형중)' 중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 한마디에 난 웃을 뿐
혹시 넌 기억하고 있을까
내 친구 학교 앞에 놀러 왔던 날
우리들 연인 같다 장난쳤을 때
넌 웃었고 난 밤 지새웠지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넌 장난이라 해도
4. 좋은 사람
공연 리허설 중이었다. 동선과 조명을 세팅하면서 배우의 동선과 무대 소품에 대한 약속을 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공연 준비를 보고 싶다며 왔던 직장인 공연팀의 단장이 공연장에 놀러 와 공연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잠시 무대 뒤에서 대기하던 배우들과 스쳐 지나가며 '공연 준비가 너무 안 됐네'라는 식으로 혼잣말을 하며 지나갔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 전혀 관련이 없던 인물이 무대 뒤에 배우들이 듣도록 혼잣말을 하고 지나간 것에 대해 그 친구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감정을 터트렸다. 의도적 자신들이 들으라고 그 말을 한 것 같았다며 내게 토로하기 시작했는데 "저 사람 너무 우리 쳐다보는 시선이 별로였어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 오빠랑은 다른 사람 같아요." 그리고 "오빠는 확실히 좋은 사람이지만 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실제로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단장이 우리 공연장을 찾아온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 지역에 공연 지원비를 신청해 둔 상황이라 우리가 올린 공연으로 증빙자료를 만들기 위함이었고, 또 나중에 우리를 도와주러 온 스태프 동생에게도 뒤에서 추근거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공연 이후 팀을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5. 축가
우리 공연은 여름이었는데 그 해 겨울 함께 공연했던 형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결혼 전 마지막으로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허락을 받아냈던 형은 내게 축가를 부탁했는데 형은 유독 나와 그 친구를 좋아했기에 그 친구에게도 결혼식 촬영을 부탁해 둔 상태였다. 나는 고민하다 내가 촬영을 도와줄 테니 축가를 둘이 같이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 친구도 흔쾌히 좋다고 답했다.
우리를 좋아했던 형을 위해서도 그리고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특별한 축가를 불러주고 싶었다는 욕심이 들었기에 듀엣곡으로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 그때 생각했던 곡이 치즈의 Mood Indigo. 둘의 결혼 생활이 노랫말처럼 행복한 나날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또 나의 마음도 조금은 담았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아침부터 카메라를 들고 신랑 신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시작하고 둘이 축가까지 잘 마치고 내려와 다시 카메라를 잡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참 많이 물어봤다. "둘이 무슨 사이야?" 당연히 대답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 웃으며 답할 뿐이었지만 언젠가 형이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내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게 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솔직히 조금은 바랬어"
나도 그랬었다. 조금은 우리가 이 노래처럼 되기를 바랐었다. 그저 그랬던 때가 있었다.
CHEEZE - 'MOOD INDIGO' 중
늘 그대였죠
부푼 기대로 잠 못 들게 했죠
왠지 우린 느낌 좋아
부드럽게
Oh, 당장이라도 그대를 껴안고만 싶은데
(껴안고만 싶은데)
Oh, When I Fall In Love
그대와 함께 한다면
곧 사라질 꿈이라도
달콤하기만 하죠
지금 이 순간
난 순간을 믿어요
When I Fall In Love With You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