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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플라 Feb 29. 2024

30대의 나와 만났을 때 해주고 싶은 말

놀이공원에 간다면?


30대 하면 놀이공원이 놀이공원하면 에버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에버랜드의 전 명칭이 용인 자연농원이었던 것 아시나요? 언제쯤 에버랜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용인 자연농원일 때에도 아이들과 자주 갔던 곳이에요. 매주는 아니지만 한 주 건너 한 번씩은 갔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곳 지도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으니까요. 


지금은 다녀오면 명품 백을 주겠다고 해도 갈까, 말까 망설일 만큼 내가 체력이 안 될 것 같은 곳이에요. '놀이공원에 간다면?'이라는 주제에 관해 떠오르는 것은 이렇게 추억들이 대부분입니다. 에버랜드에 가자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함박웃음을 짓던 자녀들이 이제는 어엿한 성년이 되었으니 더욱 가까이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만약에 놀이공원에 간다면 이제는 그늘이 있는 편안한 곳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놀이 기구를 신나게 타는 사람들을 먼발치에서 구경할 것입니다. 그 외에 직접 체험하는 것은 사양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신나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아들과 딸이 어렸을 적에 제 친구가 연간 회원 할인권을 주더라고요. 그걸로 가족 회원권을 끊었고 본전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갔어요. 거기에 더해서 아이들이 에버랜드를 무척 좋아했는데 맞벌이 부부라서 평일에 아이들과 길게 놀아주지 못한 것을 보상해 주고 싶기도 했어요. 하여튼 우리 가족의 즐거운 추억과 행복한 기억이 아주 많은 곳입니다. 

놀이, 공원 중에서 가장 넓은 곳이라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 가지 않으면 입장부터 줄을 서느라 시간을 다 보낼 수 있어요. 토요일이 되면 아침을 굶은 채로 대충 준비하고 서둘러 갔는데도 인기가 많은 사파리 관람이나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타려면 줄을 서야 할 때가 많았지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기구 앞에 미리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이 미리 가서 줄을 서있어야 더 많은 놀이 기구를 탈 수가 있었어요. 아들과 딸의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함께 탈 수 없는 것은 나누어서 타기도 했고요. 지금 떠오는 좋은 기억은 장미축제와 멋진 언니 오빠들이 하는 행진 퍼레이드인데요. 행진 퍼레이드를 보면서 설레었던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글을 쓰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우연히 아마존 익스프레스? 사파리? 확실하지 않은데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댄스를 하는 영상을 봤어요.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 영혼 없는 댄스라고 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푹 빠져서 영상을 봤어요. 옛날에도 그런 퍼포먼스가 있었다면 대기하는 긴 시간이 덜 지루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이공원에 간다면?'이라는 주제로 옛일들에 관해 글을 쓰는 동안 오래되어서 빛이 바랜 행복한 추억이 제게로 걸어와 말을 걸었습니다. 한찬 청춘이던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난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지금의 나와 30대의 내가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기회에 젊은 시절의 나에게 정말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었어요.


정말 30대에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고군분투하며 나를 갈아 넣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려서 하나에서 열까지 손이 가야 했어요. 직장에서도 열정은 있지만 경험이 적고 서투른 초보 시절이라서 배워야 할 게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했기에 정신과 육체가 모두 바깥에 쏟아부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숨이 턱 막혀서 그때 나는 무슨 정신으로 살아냈다 싶습니다. 잘했다 못했다로 판단할 시간이 아니며 어려운 시간을 버텨냈다는 것을 무조건 칭찬합니다. 그런 시간을 통과했기에 지금의 여유로운 내가 추억을 소환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거니까요. 30대의 나에게 '가장 멋진 나'라는 왕관을 수여합니다. '가장 멋진 나' 상은 애썼고 기특하게 잘 살아낸 것을 인정하여 주는 것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살며, 기록하지 않으면 있던 일도 없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옛날에 실컷 다녀보았으니 놀이공원에 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지금은 이곳에 못지않은 아름답고 매력 있는 여행지가 많으니 여행을 가는 게 낫겠습니다. 지금까지 못 가본 곳을 여행하며 신중년의 여유와 낭만을 찾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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