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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플라 Feb 29. 2024

작지만 확실한 사치

"예술은 팽창 속에서, 충분한 공급에 대한 확신 속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우리를 비옥하게 하는 풍부한 감성을 한껏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무엇을 채워주어야 할까?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아티스트 웨이' 중에서, 197쪽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인 줄리아 카메론은 창조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내면의 궁핍이 채워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사치'는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대우해야 창의성이 열린다는 의미다. 


설 명절이 얼마 전이었으므로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작지만 확실한 사치를 해보기로 했다. 사람에 따라 사치하는 게 다르겠지만 재미있는 책 읽기와 맛있는 요리가 좋다.   


다음 주에 읽을 책들을 아침 일찍 도서관에서 대출한 후 딸과 가까운 브런치 카페로 갔다. 우리가 간 브런치 카페는 키가 큰 식물들이 있는 인테리어가 세련된 곳인데 가성비도 좋다. 그래도 자주 가지는 못하고 이번이 세 번째 가는 거다.     

 

딸은 부드러운 빵을 먹고 싶어 했고 나는 새우가 들어간 볶음밥을 주문했다. 새우 볶음밥보다 더 고상한 이름의 메뉴였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쩔 거임. 하여튼 주문한 빵과 베이컨이 있는 딸이 주문한 요리는 조금 달았고 내가 시킨 새우 볶음밥에는 야채가 많이 들어간 건강한 맛이었다. 5분 만에 다 먹어버렸다.      


카페에서 집까지는 약 3킬로미터가 되지 않는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책과 맛있는 요리)를 했을 뿐인데 아침부터 기분이 좋고, 하루 종일 즐거울 것 같다.     

 

걸으면서 내가 지금 창의성이 넘쳐흐르는 예술가라면 무엇을 할까?을 생각해 보았다. 딱히 떠오른 것은 없지만 글을 쓸 거리가 하나 생겼다는 것에 행복했다.. 얼른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켠 다음 지금 경험과 느낌,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별거 아닌 글이라도 일단 쓰고 발행하는 거다. 

     

오이채를 잘 썰려면 서툰 칼질을 꾸준한 연습으로 극복해야 한다. 연습량이 늘면서 점차 오이채의 굵기가 얇아지고, 칼질하는 속도는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 과정은 글쓰기를 해나가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처음에는 글쓰기 양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포인트다. 글의 품질은 내면의 창조성에게 맡기면 된다. 


처음에는 크기가 다르고 속도도 느리지만 계속 연습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가는 오이채를 썰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만든 오이채를 콩국수에 고명으로 올릴 수도 있고 오이냉국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요리를 족들과 맛있게 먹는다면 요리를 하는 일이 정말 보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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