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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

결혼이라는 관계를 법적으로 끝낸 여성을 표함

by 쑤필가



8월 8일. 이혼한 날.

날씨가 맑다.

법원에서 나와 차를 타고 대교를 달리는 중에 보이는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고 쾌청했다.

마음도 생각보다 가볍다.

'정신없이 지나온 상처의 후폭풍이 언제 나를 덮칠까'라는

고민과 걱정은 지금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이 맑은 날씨만큼 내 앞날도 좋을 거라고

스스로 의미를 붙여보고 다독여본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부터

지난 몇 달 동안

나의 시간은 아물지 않은 상처에 스미는 칼질과도 같았다.

믿어지지 않는 순간들의 연속이었고

무너지지 않은 날이 없었다. 계속 아팠다.


그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 보려 애쓰고,

증거들을 모으기 위해 외도 과정을 눈으로 목격하며 또 무너지고

9년의 시간을 함께 한 이 사람을 정리하지 못했음에도

이 깨진 관계를 붙잡고 있는 건 나에게 못할 짓이라 여기며

이혼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맞는지, 내가 괜찮은지,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아무것도 돌보지 못한 채로

몇 달간 다치고 선택한 지금이었다.

이 선택의 결과가 무섭다.

'잘했다. 잘한 선택이다.'라고 누군가 확신에 차서 내게 말해주길.

그래서 오늘 이 날씨가 그 대답이 되어주길 스스로 바랐다.


그리고 남편에게 카톡이 이혼접수증 사진과 함께 도착했다.

'일주일 후부터 전산에 반영돼서 그 뒤로 서류 발급받으면 혼인관계가 안 뜬대'


어쩌라고.


이 9년의 시간을 허무하게 만들 만큼 이혼을 그리도 급하게 바란 건 너였지.

상간녀에게 달려가서 너의 잔인함을 마치 사랑의 증표처럼 말하고

그 살인적인 잔인함에 웃으며 고맙다고 말할 상간녀를 생각하니,

'因果應報, 모든 것은 돌아온다.'라는 말을 믿어보기로 한다.


너의 빠른 '미침'처럼 상간 소송장도 얼른 도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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