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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원 Feb 22. 2021

한국 김치와 중국 김치, 그리고 이탈리아 피자 이야기

김치의 원조를 따지는 중국인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대한 반박글

한국 김치와 중국 김치 그리고 이탈리아 피자 이야기


최근 한중 양국 사이에 김치 원조 논쟁이 한참이다. 얼마 전 《“妖魔化”的韩国申遗》(악마로 만들어 버린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신청)이라는 중국 동영상을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 사회자인 라오량(老梁)씨는 중국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가진 분이다. 우선 그의 말을 들어보자.


중국 방송인 라오량(老梁)씨의 말에 의하면 신라와 당나라가 연합(나당연합군)하여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나라 고종 때의 장군 설인귀(薛仁贵)가 평양에 안동 도호부의 도호(군수)로 부임하였는데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중에 그의 부하들 중에 사천지방의 충칭(重庆) 출신이 한국에 배추가 많은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고향 충칭에서 먹었던 충칭 김치를 만들어 장군에게 대접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한국사람들이 중국 군인들이 사천 김치(四川泡菜)를 만드는 것을 보고서 중국 김치를 따라서 만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당시 사천 김치와 지금의 한국 김치는 채소를 절이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김치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김치는 술. 식초와 알코올 등으로 채소를 절여 저장시키는 반면, 한국은 장(醬)과 소금으로 채소를 절여 발효시킨다. 그래서 중국은 초산 저장 음식 문화권이고 한국은 젖산 발효 음식 문화권이라는 것이다.


중국 김치(四川泡菜)(1)


중국 김치(四川泡菜)(2)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를 찾아보니, 사천 김치(四川泡菜)의 유래는 약 3100년 전 주(周) 나라 시기에 집성한 시경(诗经)이라는 책에 菹(zū)(한자: 김치 저)라는 글자가 나오는데 이 단어가 바로 채소 절임(酸菜/

백김치)이라는 것이다. 


중국인은 3100년 전부터 사천 김치(백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당나라 장군 설인귀의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 평양에 있을 때 부하들이 사천 김치를 담아 먹었지만 그것이 지금 한국 김치의 유래라고 결코 말할 수는 없다.


그 당시 중국 군인들은 한국땅 평양에 살면서 자신의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그냥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을 뿐,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한국사람들이 중국 군인들이 사천 김치를 만드는 것을 보았지만 그 백김치를 창의력이 뛰어난 한국사람들이 우리의 입맛에 맞게 우리의 식재료를 활용하여 김치를 새롭게 재창조하였다. 


한국 김치(韩国泡菜)(1)



한국 김치(韩国泡菜)(2)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우리처럼 김치가 매일, 매 끼니마다 밥상에 올라오지도 않는다. 더욱이 김장문화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한국 김치는 한국인에게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일부이다.


이전에 내가 대만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할 때 중국의 역사학자가 수업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271년 이탈리아 사람인 마르코 폴로가 17세 때부터 17년간 중국 각지를 여행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서 그 유명한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을 지었다. 


마르코 폴로가 어느 날 중국에 살 때 먹었던 총여우빙(葱油饼)(중국식 파전)이 너무 먹고 싶어서 기억을 되살려 이탈리아에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서 자신이 총여우빙(葱油饼)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이탈리아 피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피자의 유래는 기원전 10세기경 이탈리아 북부에서, 기원전 730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 총여우빙(葱油饼)(1)


중국 총여우빙(葱油饼)(2)


그럼, 중국식 논리대로라면 세계적인 음식인 이탈리아의 피자는 중국의 총여우빙(葱油饼)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이탈리아의 피자(pizza)와 중국의 총여우빙(葱油饼)은 전혀 별개의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자(1)


이탈리아 피자(2)


마찬가지로 중국의 사천 김치(四川泡菜)가 평양에서 한국인들에게 잠시 선보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했다면 한국 김치의 원조가 중국의 사천 김치라고 우기는 것은 마치 이탈리아 피자의 원조가 중국의 총여우빙(葱油饼)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황당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탈리아 피자는 한국으로 건너와서 피자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꽃을 피우고 있다. 도시마다 가게마다 다양하고 맛있는 한국식 피자로 오늘도 한국인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설마 이것도 원조가 중국 파전(총 여우 빙)이라고 우길 것인가.


 우리 딸이 엄마에게 야참으로 사 준 한국의 피자


한국식 피자(반반 피자)(1)(서울 서오릉 강동점)

   서오릉 피자의 시그니처 메뉴 #야심 반반 
   통통한 새우와 짭짤한 갈비의 만남



한국식 피자(반반 피자)(2)(서울 서오릉 강동점)

      서오릉 피자의 베스트 반반메뉴 #단짠 반반 

      부드러운 고구마 무스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베이컨 포테이토가
      피자 한 판에 가~득!!!




     라오량(老梁)씨가 말하기를: 

     “한국 김치와 중국 김치는 별개다




《오늘의 한마디》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南橘北枳

 남 귤 북 지

(귤 귤/탱자 지)


남쪽 땅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로 변한다는 뜻. 어디를 기준으로 남쪽, 북쪽이냐고 하냐면 회하라는 강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속담으로 풀어쓰면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로 적는다. 같은 뜻으로 귤화위지(橘化爲枳)라고도 한다.



《제나라 재상 안영의 명언》


"신이 듣건대 귤을 회수 이남에 심으면 귤이 되지만 회수 이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둘은 서로 잎은 비슷하지만 맛과 향은 다릅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겠습니까? 물과 토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저 사람도 본래 제나라에 있을 때는 선한 사람이었지만 초나라로 옮겨 와 살면서 물 들었기에 저렇게 도둑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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