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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원 Feb 22. 2021

우리 아빠는 판다

가슴이 멍멍해지는 감동적인 작문 한 편

어느 12세 소녀의 작문 한 편이 중국돈 10만원(1.700만원)에 팔리다


《배경 설명》

2010년 12월 중국 광저우일보(广州日报)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하남성(河南省)의 정주시(郑州市)에 위치한 하남 미술관(河南美术馆)에서 그 해 5월에 판다를 주제로 “창의력으로 양로원을 세우자”라는 취지로 경매 전람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장린통(张霖彤)이라는 12세의 여중생이 “我爸爸是一只熊猫(우리 아빠는 판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작문을 경매 전람회에 출품했다. 개막 날 전 스위스 주중대사이자 국제 수집가인 울리 시그 씨가 전람회를 참관하다가 “판다 작문’’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30분간 통역관의 설명을 서서 진지하게 듣고는 작문 내용에 매우 감동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10万元(한국돈 1.700만 원)의 수표로 이 작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 소식이 인터넷으로 퍼지자 수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세상에 이 엄청난 소식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배경 사진들》

경매 전람회에 출품한 장린통의 작문



우리 아빠는 판다

 (爸爸是一只熊猫)

  (번역문)


장린통(张霖彤) 12세


인생에는 어두운 부분(黑)과 밝은 부분(白)이 있고, 사회에도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한다. 그러면 

우리 아빠는 어떨까요? 하하, 그는 바로 판다예요, 어두운 면(黑)과 밝은 면(白)을 모두 가지고 있지요. 


우리 아빠는 올해 45세로 아주 잘생긴 중년 남자입니다. 그의 온몸은 성숙한 느낌을 내뿜고 있으며 사내대장부 같은 기백이 있어요. 그는 어떤 때는 마치 여자같이 세심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보통 남자보다 더 거칠면서 호탕한 면이 있어요. 저는 그냥 이런 아빠의 모습이 좋아요.


그는 정서의 변화가 불안전한 편이라서, 특히 술에 취한 후에는 더욱 심해져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인들 우울할 때가 왜 없겠어요? 우리 아빠는 우울할 때마다 늘 술을 마셔요 거실에서는 단지 아빠의 쓸쓸한 모습만 보입니다. 그는 매번 술을 마실 때마다 주량이 너무 약해서 금방 취해버려요. 

아빠가 취한 후에는 오히려 무척 귀여워 보입니다. 얼굴이 마치 아주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변하는데, 

어떤 때는 바보 같이 웃다가, 또 어떤 때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누가 아빠의 고달픔을 알아줄까요? 


얼큰하게 취하신 후, 아빠는 늘 내 팔을 끌어당기고서 나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해요, 또한 툭하면 나에게 욕을 하시며: “머저리 같은 애, 멍청한 딸”이라고 하며 놀려요. 하지만 그 말들 속에서 아빠의 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술 취한 후의 아빠의 모습이 이전과 같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아주 변화무쌍하답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다분히 이성적이고 성격이 온순하고 착하신데, 일단 술에 취하기만 하면 성질이 나빠져서 아주 사나워진답니다.


한 번은 아빠가 나 때문에 술을 마셨다. 몹시 술에 취하더니 아빠가 울었다. 그 맑고 빛나는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는데 마치 내 마음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아빠가 나 때문에 저렇게 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나는 아빠를 위로해 주고 싶어서 앞으로 다가갔는데 오히려 손을 휘저으며 고함을 치시며: “상관하지 마라!!”라고 말하시며 심지어 나를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셨다.난 아빠 마음을 안다. 그는 한 집안의 기둥으로,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마음이 아파도 평소에는 남에게 드러내지 못하더니 술기운을 빌어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터뜨리는 것 같다. 내가 학비가 비싼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생활비가 늘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아빠가 어떻게 감당해내겠는가? 하지만, 난 단지 그의 이런 성격을 참을 수가 없다. 아빠는 입만 열면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니까!! 어떤 때는 정말 말대꾸를 하고 싶지만 그가 우리 아빠라는 사실을 생각하고는 그냥 꾹 참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빠의 저런 작은 결점은 별것이 아니다. 그가 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대가를 치르는데, 

그래 내가 그의 나쁜 것만 기억하고 그의 좋은 것은 기억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엄마는 나를 좋은 학교에 다니게 하고,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객지로 나가서 일을 하시다가 겨우 명절이나 방학 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신다. 난 엄마를 사랑한다. 그리고 엄마가 무척 보고 싶다. 엄마는 더욱 나를 사랑하시고, 더 많이 나를 보고 싶어 하신다. 엄마가 객지로 가서 일하는 것은 오로지 나를 잘 키우기 위해서 인데, 마냥 엄마만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바로 엄마가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또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아빠는 나를 돌보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계신다. 그는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 이제까지 원망이나 불평 한마디 없이 늘 세심하게 나를 보호해주시고. 나를 조금도 빈틈없이 잘 보살펴주신다. 그가 이렇게까지 빈틈없이 나를 돌봐주고 있는데  어떻게 또 밖에 나가서 일을 할 겨를이 있겠는가! 그래서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시고, 단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만 약간의 돈을 벌러 나가신다. 


내가 막 새로 지은 구수한 밥을 먹을 때마다, 아빠는 남은 밥을 드신다. 또 내가 병이 날 때마다 아빠는 담을 뛰어넘을 듯이 조급해하시며 얼른 나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신다. 병원에 도착해서 온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도 힘들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당신이 병이 나면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신다. 나는 아빠에게 병원에 가서 약을 좀 지어먹으면 빨리 나을 거라고 설득이라도 하면, 아빠는 항상 “ 그럴 필요 없어, 금방 좋아질 거야! ”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더 이상 아빠에게 뭐라고 말하지 않지만 

내 두 뺨에서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빠! 당신이 저에게 베푸시는 헌신과 사랑을 나중에 제가 꼭 몇 배로 보답할게요!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던 6년의 세월은 아빠에게는 무척 고달픈 나날이었다. 나는 점심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었지만, 아빠는 늘 나의 아침밥과 저녁밥을 매우 풍성하게 준비해 주셨다. 하지만 당신의 점심은? 아마도 반찬 한 가지와 국 한 그릇……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 아빠, 점심밥은 무엇을 드셨어요? 왜 먹다 남은 음식이 안 보이죠? ” 아빠는 그때마다 웃으시면서 말했다: “아빠는 아주 잘 먹어, 내가 배가 크잖아!” 나는 아빠 말을 듣자마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빠! 이 딸은 알고 있어요, 당신이 점심을 잘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냥 이렇게 아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나를 돌보셨다. 새벽 네다섯 시면 벌써 일어나시고, 

새벽 한 두 시까지도 잠들지 못하는 우리 아빠! 아침에 나를 학교로 데려다주고 나서 아빠는 조금의 온기도 느낄 수 없는 썰렁한 집으로 쓸쓸하게 혼자서 돌아오신다. 비록 이렇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시지만 아빠는 여전히 약간의 돈을 벌어서 집안 살림에 보태신다. 혹 시간이 날 때면 엄마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로 부녀가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신다. 


이렇게 6년이 지나갔다. 나는 벌써 중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학비도 비싼 편이다. 

1년에 2만 원!(약 340만 원) 아빠 엄마는 내가 이렇게 비싼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이를 악물고 일하신다. 

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당신들을 잘 모실 거예요!!


이런 분이 나의 아빠다. 그에게는 조금의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가 나를 위해 희생한 것들에 비하면 아빠의 이런 단점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빠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 

“ 아빠, 정말 고마워요!  당신은 정말로 위대한 “판다”예요! ”



전람회에서 아빠와 포옹하는 장린통



                《오늘의 한마디》


                 百善孝为先

    모든 선한 일 중에 효도가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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