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나 Aug 22. 2023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카페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카페를 기억하며



종로5가역에 가면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카페가 있다.


건물 바깥에는 큰 꾸러미를 짊어진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에라도 들어가려는 듯 밧줄에 매달려 있다.

분명 저 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하고 있겠지. 입구에는 크리스마스오너먼트가 달린 초록색 트리가 있고, 창문에는 꼬마전구들이 반짝 거릴 거다. 조금 센스 있는 주인이라면 포인세티아 생화를 신경 써서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카페 안의 광경이 눈에 선했다.

아, 저기는 매일 매일이 크리스마스겠구나.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늘 크리스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어찌 된 까닭인지 망루에서 죽음을 맞이한 철거민들이 생각났다. 그들도 그 불길 속에서 여전히 멈춰있겠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도시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이 죽었다. 개발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서민의 삶을 고려하는 개발을 해달라는 거다. 내 말이 너무 아름답고, 꿈같은 얘기 같은가? 맞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착한 개발이라는 건 없다. 욕심에 더 큰 욕심이 보태어져 앞으로도 이런 살상(殺傷)은 수 없이 반복될 거다. 이 사회가 정의롭기를 바라는 건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것만큼이나 기적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극을 하는 건,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기록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험해 본 일이 아니므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많은 신문기사와 칼럼, 참사 관련 서적을 정독하며 참고했음을 밝힌다. 그래서 이 연극에 나오는 대사는 상당수가 실제 철거민들의 말이다. 여전히 힘든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전 02화 [희곡] 내 할머니의 결혼식(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