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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나 Aug 22. 2023

인터뷰

연극 <인터뷰> 2020




결혼은 별일 없던 내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였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동시에 펼쳐보고 싶던 꿈을 접었고, 수시로 바뀌던 장래희망 또한 사라졌다. 순간순간은 행복했지만, 대부분 불행에 대해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 사이에서 나는 투명한 캡슐 안에 갇힌 사람처럼 답답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조차 나를 남편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나에게는 분명 이름이 있는데도 말이다. 외롭고 쓸쓸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외롭고 쓸쓸하다는 나의 호소는 예민한 여자의 히스테리로 둔갑했다.      

아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무럭무럭 자랐고, 함께 사는 남자 또한 꾸준히 성장했다.

그런데도 나는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나의 행복은 남편의 출세, 아이의 성장과 별개라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들이 내게 주는 행복은 내 것이 아닌 듯 허전했다.      


더 이상 남의 행복에 기대어 사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겨우 무장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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