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도대체 자신의 고민을 자신 이외에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 말이다.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분명히 아는 문제인데 뭐에 씐 건지 평소에 하지도 않는 밑줄을 치며 읽다가 밑줄에 해당하는 답을 적어야 하는 문제에서 밑줄을 잘못 봐서 중요한 시험에 0.33점 차이로 떨어지질 않나.
둘 중 고민하다가 내가 선택한 지역의 컷 점수가 고득점을 찍고, 선택 안 한 지역의 컷 점수는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는 점수이질 않나.
하필 들어간 회사에서 사장 남편이 구의원에서 뚝 떨어지는 바람에 문을 닫질 않나.
또 다른 회사에 어렵게 들어갔더니 월급이 밀리질 않나.
월급은 밀리면서 주식 고수였던 사장이 월급 대신 주식을 소개해주었는데 한 번도 안 해본 주식판에 들어갔다가 90% 넘게 하향세를 찍질 않나.
잃을 리가 없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비트코인에 말도 안 되는 코인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질 않나.
우리 강아지가 옆집 진돗개에 물렸는데 진돗개 주인은 자기 개라는 증거가 있냐며 소송을 하질 않나.
집은 사기를 당해서 뿔뿔이 흩어지지 않나.
바퀴벌레 없는 집이라고 했는데 대왕 바퀴벌레가 나오질 않나.
나의 20대는 정말 수많은 개X끼들과 잘못된 선택들 때문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래도 '시험만 합격하면 다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 수난들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힘들다 보면 정신과를 가야 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정신과가 비교적 인식이 좋지도 않았고 혹시나 나중에 취업에 문제가 될까 봐 가기도 꺼려졌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원형 탈모와 심각한 두드러기로 나타났고 죽지 못해 사는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우리 강아지와 송은이 김숙의 VIVO, 컬투쇼, 그리고 막연히 잘 될 거란 믿음이었다.
인간이 너무 힘들다 보면 비합리적인 것에 매달리게 될 때가 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다 보니 왜 삶이 이렇게 힘든가 싶어 사주와 명리학에 빠지게 되었는데, 재미 삼아 본 사주에서 "지금은 겨울 시기이고 00살 이후로는 봄으로 접어들어 말년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 "오행이 다 있으니 무난한 사주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주 터무니없는 예언일 수 있지만 이후로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차피 잘 될 거니까.', '사주에서도 나는 이 직업이 잘 맞다고 했으니까 언젠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지더라.
우울하고 힘들 때도 사주 상으로는 밝은 성격이라고 했으니까 '나는 밝은 성격이야'라고 스스로를 세뇌하기도 했다.
삶이 안정된 후 한동안은 사주를 보지 않았다.
잘 보는 고수를 찾기가 어렵기도 했고 어차피 사주를 분석해서 나오는 내 성향은 매번 들을 때마다 비슷했기 때문에 또 들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AI로 사주를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굉장히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니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쯤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먼저 포털 사이트에 '만세력'이라고 검색한다.
여러 사이트가 뜨는데 그중 나는 '포스0러 만세력'을 쓰고, 다른 어플이나 만세력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어차피 똑같은 내용 나온다.
생년월일시, 성별, 태어난 곳, 도시를 입력한다.
그럼 만세력이 아래 예시처럼 뜨게 되는데(오늘 날로 설정한 예시자료다), 이걸 그대로 chatgpt나 제미나이에 입력하지 말고
'을사년 무자월 임신일 무신시 미혼 여자이고, 기축대운이야. 2026년 금전운 알려줘'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만세력과 정보, 대운,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된다.
명리학자들이 보면 얄팍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다.
AI가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으니 오류가 있는지 꼭 확인하고 정말 진심으로 보고 싶다면 명리학자를 찾아가고 이건 심심풀이로 여겨도 좋다.
사주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것!
천기누설을 너무 많이 알게 되는 것도, 어린 나이에 점을 많이 보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니
삶은 자기가 꾸려나가는 거라 생각하고 조언이나 희망만 얻는 정도로 사용하자.
또한 악담이 나오더라도 그냥 흘러들으면 된다. 좋은 명리학자는 조심해야 할 점을 일러주지 악담을 하지 않으니까.
사주에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좋기만 한 사주도 없고 나쁘기만 한 사주도 없다고 한다.
취업도 어렵고 연애도 어렵고 모든 것이 어려운 요즘, 어차피 힘든 일은 지나갈 것이니 조금 더 버티고 다가올 불의 해 병오년을 기쁘게 맞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