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까요?

3월 학생상담

by 엔딩은 해피

고1의 3월은 바쁘게 돌아간다.


기초조사서, 개인정보동의서, 건강조사서, 연락처, 학생증에 들어갈 사진 등. 제출해야 할 것도 많고 학교에 적응하기도 정신없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을지 모를 3월 첫 주를 보내고, 어느 정도 숨 쉴 틈이 생기자 빠르게 '학생 상담'을 실시했다.


시기별로 상담의 목적은 각각 다르지만 나는 3월 상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생 이름 외우기, 학생에 대한 필수 정보 파악,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을 목표로 실시하는데, 상담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을 하며 어려운 점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정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담임으로서 믿음을 주려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다른 반보다는 확실히 우리 반과 더 자주 보고 대화할 일이 많지만 조종례, 나의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한 번도 대화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시간은 특히 소중하다.




평소 워낙 스몰토크를 못 하는 편이라 학생 상담할 때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되는데, 이번에 물어봤던 질문은 기초조사서를 바탕으로 했다.


1. 진로와 희망 대학이 무엇인지?

2. 가정 상황(경제적 상황, 부모님과의 관계 등)

3. 중학교 때 학교 생활 및 성적은 어떠했는지, 공부 계획

4. 학기 초 가장 말을 많이 한 친구, 또는 친한 친구

5. 고등학교 올라왔을 때의 마음가짐이나 목표

등이다.


3, 5는 학생의 기본적인 학업 실력과 학습 태도, 학습 의욕이나 동기 등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고, 4는 학교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냐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2는 민감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부모님과의 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양육 태도에 따라 해결이 어려워지기도 하고 쉬워지기도 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울 경우 장학금을 추천하기 위해 질문한다.

1은 학생의 진로에 따라 생기부를 꾸려나가거나 학생에게 적절한 입시 지도를 하기 위해 파악하는 질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는 학생을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질문과 대답 형식이다 보니 인터뷰처럼 진행된다. 주변 선생님들을 보면 꽤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잘하던데 스몰토크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사실 학생들에게 쉽사리 말하기 어려운 점은 내가 교사와 그냥 사람 중간에 서 있는 듯한 기분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어른들의 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알기 때문에 섣불리 말을 건네는 것이 좀 어렵다. 특히 진로 관련 대화를 할 때, 이 말만은 절대 하지 말자는 것이 있다. "넌 안돼."라는 말.


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타인은 다른 사람들의 꿈에 대해서 큰 관심도 없지만 크게 응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교사가 된다고 했을 때도, 글을 쓴다고 했을 때도. 임용고사에 여러 번 낙방하고 공모전이나 글쓰기 관련 일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노력해 오고 성장해오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몰라주는 마음이 들곤 했었다. 사실 알아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오래전부터 교사가 꿈이었고(생활기록부를 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진로에 선생님이 적혀 있다.) 특히 국어를 좋아했는데, 고3 때 국어 선생님이 우리 반에 이번 국어 1등이 의외의 인물이라며 나를 지목한 적이 있다. 의치한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이나 눈에 띄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내가 국어를 좋아하고 공부했던 노력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의외'라는 말을 하는 건지. 물론 그 선생님의 말은 칭찬이었겠지만 나의 마음에는 여전히 불쾌한 기분으로 콱 박혀있었다.


이보다 더 망설여지는 건 편협한 시각에 대한 경계 때문이기도 하다.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알바나 일을 해보았지만 나의 경험은 거의 교육계 쪽이었다. 이런 내가 다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잘 안다고 섣부른 충고를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교사는 학교 내에서 학생과만 생활하기 때문에 회사원인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면 내가 어쩐지 사회에서 좀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놀랍도록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사회로 나갈 3년 후, 5년 후를 내가 어찌 쉽게 짐작하여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진로 고민을 할 때면 나는 내 지인을 총동원하여 그 분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알아보고 추천해 주는 편이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고, 30명가량 되는 학생들 모두의 진로를 전문성 있게 얘기할 수 없으니 부모님과 상의, 관련 분야 탐색 및 독서, 진로선생님과의 상담을 추천해 줄 뿐이다.


내가 얼마나 역량이 있고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가는 몸소 느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안 되겠다 싶은 학생에게는 "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라든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꼭 하고 싶니?"라는 식의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미련 없이 털어버릴 수도 있으니 안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어른인 나도 꿈을 이루어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방황하고, 또 다른 진로를 꿈꾸며 맞는 길인지도 모르고 헤쳐나가는데 17살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고교학점제, 진로 탐구 보고서 등을 해내라고 하니. 고등학생으로 살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할 때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 공감할 만한 글귀를 발견했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이 일을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내는지, 이 일을 했을 때 '즐거운지'를 먼저 보는 사회를 사는 것은 어쩌면 실현되기 어려운 걸까.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기도 하니까.


누군가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줄 만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참 어렵다.

우리 반 아이들은 치열한 자기 고민을 통해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길 바란다.

sticker sticker




*학교마다, 교사마다 경험, 의견,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2화내가 선생인데 학교는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