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과 학급 경영 계획
두 달간의 방학이 끝났다.
중간 개학도 있고 새 학기 준비기간도 5일(지역마다 다름)이나 있어서 좀 쉴만하면 학교를 갔지만 3월 2일 최종최종최최종진짜최종 방학이 끝나버렸다.
막상 가면 또 즐겁게 할 거면서 "개학 싫어~~~~~~~~~"를 외치는 나에게 방학 없는 회사원인 짝꿍은 "OO이가 선생님인데 학교는 가야지"라며 은근한 복수를 했다.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을 만나고 나의 학급경영 철학에 따라 학급살이가 운영된다.
이번 학기 나의 목표는
1. Simple is best
2. 학생에게 선택권 많이 주기.
3. 생기부와 학업에 도움 되는 활동하기.
1. Simple is best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교실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고 교실 물품 꿀팁들을 많이 소개해주시는데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입시정보와 우울하거나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멘털 케어였다.
중학교에 있을 때처럼 시간표도 예쁘게 뽑아서 부착하고 급식도 급식판 모양에 쓰도록 하는 등 나름 아기자기한 고등학교 2학년 생활을 보냈으나 너무 많은 장식과 부착물들은 정작 중요한 공지를 놓치게 되는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앞 칠판과 게시판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교실에도 아무것도 들이지 않고 깨끗하고 깔끔한 미니멀 교실을 운영한다.
이렇게 해도 30명가량 되는 학생들로 교실은 빈틈없이 북적북적해진다.
2. 학생에게 선택권 많이 주기.
그동안 우리 반은 내가 주도하여 학급 회식도 하고 마니토도 하고 여러 가지 학급 활동을 했었다.
그런데 다른 반을 보니 선생님이 주도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밥을 먹고 싶으면 나가서 회식을 하고, 챌린지도 찍고 잘 놀러 다니더라.
나름 아직은 젊은 교사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10대 후반 아이들의 취향과 나의 취향이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 같아도 나보다 20살가량 많은 직장 상사가 "요즘 30대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면서?"라며 같이 틱톡 챌린지를 찍자거나 두쫀쿠를 먹자고 하면 흔쾌히 "네!"라고 하기보단 이 또한 사회생활의 일종으로 여겨질 것 같다. 또 단체 회식을 극혐 하는데 학생들한테는 단합이라고 강요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회식한다고 해서 친해지는 거 아닌데 왜 같이 나가서 밥 먹자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학생들이 먼저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와야 적극적으로 활동이 되지 내가 먼저 주도해서 하자고 하면 시험과 수행평가, 모의고사 준비 등으로 바빠죽겠는 학생들을 도리어 괴롭히게 되는 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둔다고 해서 학생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다.
학교 생활에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학생에게도 있는 법.
작년에 학생들이 하고 싶다고 했던 빙수 만들기와 빼빼로 데이 행사가 성공적이었던 걸 보면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선택권을 줘도 괜찮다.
올해는 어떤 참신하고 기가 막힌 학급활동을 구상해 올지 기대가 된다.
3. 생기부와 학업에 도움 되는 활동하기.
아무래도 생기부와 학업에 도움 되면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이 아까운 시간을 흥미 위주로만 돌아가는 건 아무래도 직무 유기 같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장 걱정되는 문해력을 신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은 종이로 치르는데 학생들은 휴대폰과 패드만 잡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패드, 휴대폰 등을 소지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글을 안 읽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이건 할 말이 많으므로 학부모 상담이나 학생 성적 고민에서 따로 다루겠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조례 또는 점심때 고교독서평설, 신문 등 간단한 비문학을 읽고 중심문장 찾기, 질문 만들기 활동 등을 계획하여 학생들의 글 읽기 근육을 키우고자 한다.
여기에 1인 1역, 멘토멘티 등 기본적인 활동, 모범 학생 추천, 평소 생활을 관찰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행특 하나 뚝딱!
교직 생활에 도움이 되었던 책
모두 1정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책인데 3권의 책을 통해 교직생활이 한층 수월해졌다.
1. 신학기가 두렵지 않은 차근차근 학급경영(장홍월, 주예진)
: 학급활동을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할 때 도움이 된다. 열정적이고 외향적인 장홍월 선생님의 발끝이라도 따라가 보고자 여러 가지 해봤는데 꽤 괜찮았다.
2. 교사의 말 기술(김성효)
: 민원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대화 상황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니 대사만 따라 하면 민원은 문제없다.
참고로 올해부터 민원은 안심번호와 학교 대표번호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니 가급적이면 악성민원을 교사가 직접 받지 않기를 추천한다.
3. 교사를 위한 법률 가이드(임이랑)
: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가 있을 때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 하지만 법률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기.
드디어 새 학기다.
새 학기 초반에만 느낄 수 있는 어색한 분위기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태도를 조금 더 누리자.
학교의 경영 방침 때문에 새 학기 첫 주동안 강제로(?) 친해지는 활동들을 했던 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알아가는 시간 없이 급하게 친해지니 갈등만 더 생기더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가까워지고 친해진다.
마음을 훅 당겨오기보다는 서서히 물들어가보기.
*학교마다, 교사마다 경험, 의견,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