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느끼는 보람

1인 1역. 학급에 소속감 가지기

by 엔딩은 해피

지난주 금요일 반장, 부반장이 뽑혔다.


우리반을 대표하는 학생이 뽑혔지만 이 학생들이 학급의 모든 것을 다 맡아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학급의 일원으로서 모든 학생이 소속감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1인 1역을 선정했다.


담임을 맡은 이후로 한 번도 빠짐없이 하는 활동이다. 1인 1역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첫째, 소속감 가지기. 둘째, 봉사하는 기쁨 알기. 셋째, 생기부 행특에 쓰기 좋기 때문.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길 가다가 쓰레기를 줍고, 타인을 위해 하는 작은 일들이 이 나라를 평화롭고 안전하게 굴러가게 하듯 학생들도 우리 반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담임으로서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학교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학생들에게도 창문을 여닫는 환기 역할을 맡기거나, 책상 줄 맞추기와 같은 작은 활동을 시키면 억지로라도 굽어 있는 허리를 펴고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이때 칭찬을 겸하면 무표정하던 아이들도 눈동자가 흔들리거나 살짝 미소 짓는다. 무기력함이 완전히 극복되진 않겠지만 작은 일부터 공동체의식 갖게 하기 성공!



1인 1역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이미 교내에서 도우미(봉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그 역할에 충실해도 되고,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은 학생들은 2개를 해도 된다.


학기 초 게시판에 1인 1역 예시를 게시하고 내가 어떤 활동을 해서 이 교실에 이바지할 것인지,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정하라고 하였다.


1인 1역 예시. 초록색은 교내 도우미

반장, 부반장 선거가 끝나면 시간이 좀 남기 때문에 학급에 구글 시트를 공유하고 학생들이 각자 시트에 자기의 역할과 활동 내용을 채우도록 안내했다.


학생 이름은 개인정보라 블러처리.

겹치는 학생이 있다면 조율해서 수정하도록 한다.

위 사진은 아직 수정 단계이며,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으므로 이번 주 중으로 완성될 것이다.



한 학기에 한 번 설문을 통해 기록하시는 선생님도 있지만 나는 학급 구글 클래스룸에 과제 부여(구글 독스로 만듦)하여 최소 한 달에 한 번 기록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성실한 학생들 제외하고는 흐지부지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고, 생기부에도 그냥 활동을 했다고 쓰는 것보다 '일주일에 1회', '매일', '0회'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어주기 위해서다.


1인 1역은 입학사정관에게 "우리 아이 이렇게 성실해요!!"를 어필하는 수단으로 적어주는데 대학에서 이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 아이인지 조금이라도 닿길 바란다.



1인 1역으로 정해보니 아주 좋은 역할 하나!


'금요일 종례' 역할은 교사도, 학생도 만족하는 활동 중 하나다. 특히 사범대를 진학하는 학생에게 추천.


이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작년 교생선생님께 조종례 미션을 드리면서부터다. 아무래도 처음 교단에 서다 보면 떨리기도 하고 중요 공지 사항을 잘 전달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금세 적응하시고 일주일이 끝날 즈음에는 정말 교사 같은 모습을 보이셨는데 이걸 보고 '교사가 꿈인 00이도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00이는 하는 내내 좀 떨려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역할 중 하나를 해보며 예비 교사로서의 꿈을 키워가기를 바랐다.


교사 입장에서도 바쁜 와중에 00이가 종례를 대신해주니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다. 물론 뒤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혹여 중요 공지를 빠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추가로 채워준다.


듣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맨날 보는 선생님보다 친구가 전달해 주니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벌써 3월도 반이 지나갔다.


고등학생 노릇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못할 건 없지!


이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학생들의 삶에 책임감과 자존감을 심어주길 바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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