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책방
이제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최근 카카오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브런치 독서챌린지'에 참여했다가 운 좋게도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와 귀여운 키링을 받았다.
'지역 서점을 지키는 작은 시작'이라는 문구가 왠지 끌렸고, 얼마 전 읽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때문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독립 서점을 방문했다.
세종 1호 독립서점인 단비책방은 이전부터 유명해서 몇 번 가려고 시도했었지만 차 없이는 도저히 접근하기가 어려웠는데 짝꿍과 같이 가게 되니 왠지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단비책방은 아스팔트와 누군가 일부러 만든듯한 인위적인 세종 도심과는 다르게 한적하고 소똥 냄새가 구수히 풍기는 곳에 위치해 있어 어릴 때 할머니집에 갔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단독주택처럼 보이는 '단비책방'의 문을 열면 제일 먼저 강아지 체리가 반겨준다. 손님이 오면 벌떡 일어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다니! 정말 우수사원이 아닐 수 없다.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공간에는 넓은 책상이 있는 유리로 된 실내 공간이 있다. 독서모임하고 힐링하기에 제격이다. 그곳을 지나 마당 안쪽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히 나무향과 우드톤의 차분한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협소한 공간이었으나 여느 서점처럼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책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그러고 보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소란이나 다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시끄러운 세상에 있다가 책이 가득한 공간에 오니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다.
역시 책 읽는 사람 중에 돌아이는 거의 없어.
단비책방은 1층에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책을 구매하면 2층 다락에 올라가 구매한 책을 읽을 수 있다. 2층 다락은 아늑하여 북스테이로도 운영하고 있는데 밤새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
1층 벽면을 따라 서점 운영자가 붙인 것으로 짐작되는 메모를 찬찬히 읽어보며 책을 골랐다. 독립서점에 오기 전에는 독립서점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을 사는 것을 목표로 했다. 부득이하다면 양귀자 소설, 백수린 에세이고르기. 하지만 웬일인지 책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음을 움직일만한 독립 서점만의 책은 찾을 수 없었고 양귀자 작가의 소설과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도 있지 않아 결국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고 계획했던 '데미안'을 아쉬운 마음으로 고르게 되었다. 후기를 보면 좋은 책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날은 나의 마음을 뒤흔들만한 책이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이렇게 된 거 한번 더 가야겠구먼.
거의 매일 책을 읽지만 오랜만에 소란 없이 개운한 상태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짝꿍의 큰 콧바람 소리가 조금 거슬렸지만(농담) 짝꿍도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는 걸 보니 역시나 오기 잘했다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대형서점과는 다른 독립서점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의 단비책방. '휴남동 서점'처럼 매번 찾고 싶은 공간이었다.
차를 주문하고 2층 다락으로 올라가면 주인 어르신께서 음료를 가져다주신다.
이때 발견한 귀여운 소품! 차를 즐기지는 않지만 귀여운 건 또 참을 수 없지.
오리모양 티메이커는 지금 우리 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