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 먹고살아야 할까?
껍데기만 남은 것 같던 하루를 찌개는 부지런히 채워준다. - 오늘도 취향을 요리합니다 / 박미셸
삼시 세 끼도 아니고 두 시 두 끼를 챙겨 먹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연예인 주우재 말처럼 알약 한 알만 먹어도 배부른 극강의 효율 캡슐이 나오면 좋으련만.
애써 1시간 동안 요리해도 먹는 건 15분 남짓이라 숟가락을 놓고 나면 쌓인 설거지와 함께 허무함까지 밀려온다.
어느덧 이 고민은 혼자 살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되어 결혼 후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동안 짝꿍이라고 했던) 남편과 나의 식습관은 정반대다.
배달음식파 vs 집밥파
육식파 vs 해산물파
한 그릇파 vs 여러 반찬파
체질도 반대라 주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에 맞춰주지만 남편은 오랜 자취생활로 배달음식에 익숙해진 터였다. 신혼 초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맛으로나(배달음식 특유의 질리는 느낌),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 파괴 문제로나 여러 가지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기에 결국 집밥을 해 먹기로 '내가' 결정했다.
행동은 결정한 사람이 하고 변화도 불편한 사람이 일으키는 법.
그때부터 평일 저녁은 거의 매일 내 차지가 되었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온 K-장녀이기 때문일까. '혼자는 대충 먹어도 남편이랑 먹을 때는 잘해서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체가 스스로를 현모양처병 걸린 사람인 것 같아 초반엔 좀 소름 돋았다. 이래서 조기교육과 보고 듣는 환경이 중요한 건가.
하지만 내가 남편보다 1시간 반이나 퇴근 시간이 빠르다는 점, 밥을 차리는 것보다 치우고 설거지하는 게 더 싫은 설거지포비아라는 점, 남편은 뭘 해줘도 맛있다고 잘 먹는다는 점, 남편이 아닌 타인과 밥을 먹어도 신경 썼을 것이므로 가부장의 잔재는 아닐 거라는 점, 무엇보다 배달음식보다는 건강히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리는 어느새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 되었다.
식사 준비할 때 가장 스트레스받는 건 요리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바로 식재료를 버리는 상황이었다.
이 아까운 음식을 버리는 게 꼭 돈을 버리는 것 같고 썩은 음식물의 불쾌한 냄새와 흐물흐물한 촉감은 짜증을 솟구쳐 오르게 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일주일 식단 짜기!
요리는 주로 유튜브를 참고하는 편인데 '지미테이블'의 일주일 식단을 활용하면 쓰레기도 생기지 않고 식단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미테이블 유튜브 : https://youtube.com/@jimmytable?si=5i5rTIJ_hP1Zpesn
어쩌다 식재료가 남는다면 '우리의 식탁'이라는 어플을 통해 레시피를 검색하여 재료를 끝까지 소진한다.
또, 남의 요리가 궁금할 때는 '따뜻한 주방'과 '꿀주부' 유튜브를 주로 챙겨보는데 요리 과정이 상세히 다 나와있고 새로운 조리도구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다.
따뜻한 주방 유튜브 : https://youtube.com/@warmkitchen?si=KIrID_9INmRkFKo5
꿀주부 유튜브 : https://youtube.com/@honeyjubu?si=kSdy5mKPdWVL9R0m
어쩌면 나 요리를 좋아할지도?
요즘 점심은 체질식을 먹어야 해서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주로 '샐러드 파스타'를 많이 먹는데 주말에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5일 식단이 차려지니 아주 유용하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금음체질이라 밀가루와 고기를 먹지 못하는데 파스타면을 쌀파스타로 바꾸고, 새우만 넣고 볶는다.
샐러드 파스타를 먹고 3주일 만에 3kg 빠지고 변비, 아랫배 등이 해결되었다. 살이 빠져서 오히려 기운이 나고 몸이 가볍다. 무엇보다도 쉽게 음식에 질리는 편인데 소스만 바꾸면 되니 쉽게 질리지도 않아 일주일에 최소 3일은 늘 샐러드 파스타다.
유지만 샐러드파스타 : https://youtube.com/shorts/7S_QuVnwdPk?si=sr_hjbRf7okOKFgT
공지영 작가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 박미셸 작가의 <오늘도 취향을 요리합니다>,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매일매일> 같은 요리 에세이집도 차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읽기 참 좋은 책이다.
나에겐 의식주 중 '식'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더 어렵다. 그러나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니. 이너피스를 위해서라도 좀 귀찮지만 '뭘 먹지'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즐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