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또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데 왜 잘하고 못하고를 남이 평가하려 드는가? 이것은 마치 내가 건강을 위해 또는 정신수양을 위해 매일 새벽 약수터에 가는데 사람들이 내가 약수터에 잘 가고 못 가고를 참견하는 것과 같다.
- 아무튼 요가 / 박상아
또 요가를 시작했다.
더 이상 체지방 40%에 달하는 몸을 그냥 둘 수가 없어서.(지난 글 참고)
<사는 게 너무 재밌잖아> 브런치 초반에 '발레'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후로도 무슨 운동을 할지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이사를 오고 나서는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못' 보다는 '안'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운동의 필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겨울 동안 홈트를 하겠다고 야심 차게 다짐했음에도 겨우 2번 하고 '아! 의지는 돈으로 사야 하는구나'를 또다시 깨달았다.
늘어난 배를 보고서야 깨닫는 몸이라니. 나의 어리석음에 한숨이 쉬어지지만 유일한 장점은 돈을 낸 것은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해보고야 마는 자린고비 성실인(?)이라는 점.
사실 '요가'를 해야겠다기보다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운동을 선택하는 조건 중 가장 1순위는 '집에서 가깝냐'인데,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 '요가' 회원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마침 보게 된 것이다. 당장 강사님께 메시지를 보내고 입금했다. 운동은 어쩌면 장비빨이 아닐까?(전형적으로 운동 못하는 사람의 생각) 당근으로 요가타월도 구매했다.
앞서 '또' 요가를 시작했다.라는 문구에서 눈치챘겠지만 사실 요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쯤 이사 오기 전 집 근처 요가 학원에서 하타 요가를 배웠었다. 그땐 발레를 하고 난 이후라 정적인 운동이 재미가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요가를 하고 나면 등 근육이 너무 아파 똑바로 눕기가 어려웠었다. 살이 빠지거나 건강한 느낌도 잘 모르겠고. 그리고 그 학원은 나 빼고 물구나무를 그렇게 잘 서더라. 난 쟁기자세도 어려운데.
하지만 요가학원 특유의 평온함과 큰 창 너머에 보이는 산의 모습, 시작과 끝에 울리는 싱잉볼, 끝나고 마시는 차 한잔에 요가가 마음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았지만 걸어서 3분 거리가 꽤 메리트가 있었으므로 다시 요가에 도전하기로 했다.
첫날, 개별 매트를 들고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헬스장 안쪽의 GX룸으로 들어갔다.
정면에 서 계시던 강사님의 인상은 강렬했다.
이전 학원에서는 브라탑 형태의 요가복과 알라딘 바지를 입고 히피펌을 한 누가 봐도 요가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알라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강사님이 계신 게 아닌가.
무한도전의 할마에보다는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선생님이 할머니..?'라는 생각에 '뭐지,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라서 강사님 섭외가 어려운가. 취미로 하시는데 좀 잘하시는 분인가'라는 의심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우리 집 거실만한 공간에 회원들이 한 둘씩 들어오고, 얼핏 봐도 나보다는 10살 이상 많아 보이는 언니들과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내 또래 여자분과 아기가 들어왔다.
수업이 시작된 후, 난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오만과 편견에 잡혀있는 사람인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강사님의 지시에 맞춰서 스트레칭부터 런지 동작과 같은 근력운동까지. 이전에 배웠던 요가와는 다르게 몸이 풀리고 PT 받는 것처럼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갔다. 동작을 수행할 때 다치지 않도록 강사님이 자세를 잡아주셨고, 나는 팔이 많이 휘어있는 편이라 다운독 자세도 어딘지 엉성했었는데 자세를 바로 잡아주시자 한결 편해졌다.
그다음 시간에 긴 봉을 이용한 전사 자세, 또 그다음 시간에 스트랩을 이용한 동작 등 프로그램은 매일 새로웠고 근육 구석구석을 건강히 움직이게 했다.
강사님이 시범을 보일 때는 더욱 놀랐는데 내가 세상에서 본 할머니 중에 가장 유연하고 건강했다. 티티바아사나 자세를 이렇게 쉽게 해내시다니.
게다가 나보다 10~20살 많아 보이는 회원들이 동작을 척척 해내고, 심지어는 엄마를 따라온 2살쯤 보이는 아이를 요가 기구를 활용해 능숙하게 가만히 있게 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박수를 쳤다. 강아지를 컨트롤하는 걸 본 적 있어도 아이까지 컨트롤하시다니. 놀랍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몸의 변화.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서 있을 때 다리에 힘이 생기고 삐딱하게 서 있지 않았으며, 어깨가 말리지 않아 가벼운 몸이 삶의 질을 높였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이전 요가에서는 후굴 자세를 강조하고 코브라자세, 스핑크스 자세 등 뒤로 넘어가는 동작을 많이 했는데 이번 요가에서는 그런 동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 또한, 마지막에 사바사나(시체 자세)도 하지 않는데 요가에서 꽤 중요한 자세라고 들어 이번에 듣는 수업이 정석 요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궁금했다.
정석이든 뭐든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요가의 매력을 조금 알았으니 요가가 취미가 되도록 좀 더 재미를 붙여보려 한다.
몸과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요가 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