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지역마다 학부모 상담 주간이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다.
학부모가 요청할 때 언제든 담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학부모 상담주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은 여전히 '학부모 상담 주간'이라는 일정이 존재하는 곳이라 그 주간은 공강 시간마다 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간혹 학부모 상담 주간에 반드시 학부모 상담을 해야 할 것처럼 생각해서 신청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은데 담임인 나의 입장(담임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음)에서 생각하자면 학교 부적응이나 여러 논의해야 할 점이 있는 학생들은 이미 학기 초에 학부모와 연락을 했고, 전화를 하지 않는 학생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리고 학부모님께서 상담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학부모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정당한 민원이 아닌 트집을 잡기 위해 트집을 잡는 학부모님이 있을 경우에는 좋은 의도로 학생을 지도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움츠려든다.
학부모 상담은 3월은 너무 이르고 중간고사가 끝난 후 일주일 또는 늦어도 6월 모의고사가 끝날 때쯤 상담 요청을 해주시면 학생의 성적 파악 및 학교 생활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많으니 이때를 이용하시면 좋겠다.
그간 받았던 학부모님의 요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장 난감했던 건 '성적 문제'였다.
'선생님 우리 애 공부 좀 하라고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다수인데 학부모님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학생들은 그 바람을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요청을 받을 경우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매번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학업을 독려하지만 공부는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도 많은 독려 부탁드려요.'라고 답변하지만, '부모 말은 안 들어요. 선생님 말은 그래도 들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전문가시니까요.'라고 말씀하신다.
전문가라도 존중해 주시고 부탁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지만 매번 이런 전화를 받을 때는 정말 안타깝다.
왜냐면. 학생이 진짜 공부를 안&못 하기 때문에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이다.
학생들을 지도해 보니 성적은 정말 심플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는 대로 성적이 나온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학군은 좋은 편이라고 하지만 극상위권이 몰려있는 자사고나 특목고는 아니기 때문에 중상위권 수준의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가정환경도 좋고 학부모님께서 지원도 듬뿍 해주시는데 왜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일까?
1. 학원에 의존
국영수사과 어떻게 혼자 하겠냐. 나도 안다. 의존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학원이 잘 맞을 수 있겠으나 대체로 학원에 의존하는 아이들은 자기 공부할 시간이 없다.
그럼 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불안해서 말씀하신다. 숙제하기도 바쁜데 자기 공부할 시간까지는 정말 나지 않는다고. 게다가 혼자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려 학원을 끊으면 수학, 과학 같은 어려운 과목은 혼자 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학원에 전적으로 의존'이 아닌 학원을 활용하시라는 말이다.
학생들에게도 늘 말한다. 선생님이 수업 중에 얘기한걸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해하고 기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업을 해. 그리고 잘 기억하고 필기했다가 학원 선생님한테 가서 "우리 선생님이 ~한 내용으로 설명했어요."라고 전달해.라고 말이다.
그럼 수업에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밖에 없고 자기 말로 타인에게 설명하면서 한번 더 공부가 된다. 남에게 가르치는 건 최고의 공부 습관이니까. 그리고 학원 선생님들이 그와 관련된 문제를 가져와서 풀게 하고 보충 설명을 해주면 훨씬 시간이 적게 드는 건데, 수업 시간에는 멍 때리고 있다가 학원 가서 설명을 들으려니 성적이 오르겠는가.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학원에서는 성적이 좋은데 학교에서는 성적이 안 좋은 경우다. 이런 케이스는 더 심각하다. 학생이 잘하는 학원에서만 집중하고 학교에서는 집중하지 않는다. 남의 밥줄을 끊어놓을까 봐 대놓고 말하진 못했지만 학원 선생님이 내 수업의 핀트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임용 전 학원 강사 생활을 꽤 오래 했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얼마나 실력 좋은 분들이 많으시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으신지 알고 있지만 '은유'와 '의인'도 구분 못하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학교 와서 물어보는 학생들을 보니 학부모님께 학원을 제발 잘 고르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2. 스마트 기기
올해 1학년부터 스마트기기를 전면 금지하여 현재 1학년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는 편이다.
그러나 현 2학년과 3학년은 정말 기기 중독이 심각하다.
특히 수업 중 패드로 필기한다고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져 선생님이 앞으로 가면 딴짓을 하다가 뒤로 오면 잽싸게 화면전환 키를 누른다. 다 안다. 알고 지적한다. 그러나 안 고쳐진다.
이런 케이스는 처음부터 그러는 학생들은 잘 없다. 1학기가 끝난 후 이런 학생들이 급증하는데 이유는 '포기'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성적으로 인서울은 못할 것 같고 그런데 부모님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고민 안 해도 되는 쇼츠 세상에 빠진다.
대체로 이런 아이들은 자기가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는 경향이 있어 우울증도 함께 오곤 해 더욱 안타깝다.
우리 애가 1학기때까지는 또는 1학년때까지는 열심히 했는데 왜 그럴까요?라는 의문이 드시는 분들은 공부하는 시간보다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을 보세요.
3. 공부는 진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와요.
이런 케이스가 있다. 정말 안타깝다. 하지만 공부는 배신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뉜다.
1) 머리가 정말 나쁜 경우 : 거의 없다.
2) 예쁘게 플래너와 필기노트를 만드는 경우 : 보통 여학생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공부 계획을 짜고 필기노트도 아주 예쁘게 만든다. 그 예쁜 필기 노트를 머리에 넣어야 하는데 정리만 할 뿐 이해를 못 한다.
3) 객관식 시험에 맞지 않는 경우 : 특히 국어에서는 모든 선지가 말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분명히 말하지만 명확한 개념과 이해가 없기 때문에 헷갈리는 것이다. 개념부터 확실히 알자.
4) 공부 진짜 열심히 하는 경우 : 언젠간 노력의 결과가 나온다. 내신 시험에서는 비록 기대만큼 높지 않더라도 이런 아이들은 생기부 활동도 열심히 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이 학생이 열심히 한다는 걸 알고 생기부를 잘 써주시려 한다. 이렇게 쌓인 공부는 언젠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오니 좌절을 말자.
생기부도 챙겨야 하고 모의고사도 쳐야 하고 내신 시험도 쳐야 하고.
국영수사과뿐만 아니라 미술, 체육, 음악, 정보, 기술가정 등등 정말 수많은 교과목들의 수행평가까지 챙겨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시험이 끝날 때마다 현실을 회피하고 우울에 빠지는 아이들을 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매년 갈수록 정신적인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학생도 많아 보인다.
어떤 나라에서는 개인의 역량만큼 학생마다 도달점을 다르게 하여 학생들의 성취욕구가 올라가고 성적 때문에 불행해하는 학생이 없다는 얘길 들었다.
우리는 언제쯤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길 바라며 우리 반 학생들이라도 행복하자고 묵묵히 매일을 걸어갈 뿐이다
*개인의 의견입니다. 교사마다, 학교마다 견해, 경험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