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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May 03. 2023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8

8일 차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8일 차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몸무게 69.0 kg, 체지방율 17.3% 

(몸무게 5.2kt, 체지방 3.2% 감소)


갑자기 0.9kg 이 줄었다. 

걷기 운동을 많이 했더니 금세 지방이 빠진 것 같다. 

속 쓰림이 한결 나아졌다. 배고픔은 여전하지만 효소 덕분에 극도의 허기짐은 없는 게 다행스럽다.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직장인을 즐겁게 한다.


단식하며 5일 동안의 직장생활을 참 잘 버텼다. 

그리고 내일이면 주말이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편했다. 


직장생활(사무직)을 하며 단식을 하는 것도 일면 나쁘지 않은 이유는 아무튼 직장에서는 시간이 비교적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주에 기획서를 만들 일이 있어서 정신없이 하다 보니 시간이 더 빨리 흐른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인데, 본사는 지방에 있고 서울에 기획 및 영업 부서가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그렇듯 회사가 작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도맡아서 해야 하는 구조이다. 

나는 처음에 오퍼레이션 업무로 입사했지만, 어쩌다 보니 영업과 기획은 물론 총무일까지 도맡아서 하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회사 일은 내가 다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일 저일 두서없이 하다 보니 뭐 하나 전문성 있게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재작년부터 영업 부분을 떼어내고 기획과 총무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도 오퍼레이션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후배에게 영업 기회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딱지 만한 회사에 사내라인이라고 할 것까진 없었지만 그즈음에 몇몇의 소위 "내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되었고, 정신차리고 보니 회사 내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어 있었다. 


내 위장이 탈 나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다. 

영업을 하면서 주야장천 만났던 거래처들의 발길이 끊기고, 저녁에 술 한잔 같이 할 사람이 없어졌다.

특히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저녁 술자리가 더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러면 응당 건강해져야 할 위장이 갑자기 고장 나 버린 것이다. 

   



위장은 많이 소모되었고, 단순히 한번 고장 날 때가 된 것이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꾸역꾸역 술자리에 나가보려고 했다. 

영업하는 후배들이 거래처를 만나면 은근슬쩍 같이 끼워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먹었고 마시지 말아야 할 술을 마셨으니 위장병은 더 악화되었다. 

그래도 이 바닥의 사람들에게 잊히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나가려 했다.  


몇 달을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슬슬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실무를 하지도 않는 선배가 동석하는 것이 껄끄러웠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약속이 생겨도 나에게 말을 하지 않더라.  

모르고 있다가 누가 누굴 만났다는 소식을 나중에라도 듣게 되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섭섭한 마음이 쌓이기 시작하니 외로워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파티션 너머에 앉아있는 후배들이지만 다른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결국 나 자신이 한심하다 느껴질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쯤, 너 지금 뭐하냐..? 하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전히 나는 내 일이 많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존재자체를 부정당하거나 고용위기를 느끼지는 않는다.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고민하고 있냐? 


세상은 돌고 돌며 절대로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은 느긋한 자의 편이고 그런 시간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몸도 망가진 마당에 시간을 가지면서 묵묵히 있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경험상 알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회사에서 내 효용가치는 얼마나 될까? 

좀 있으면 40대 중반이 될 텐데 과연 내가 얼마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런 걱정들은 내려놓고 내 몸과 내 마음에 집중하고 우선 회복부터 하자. 

사람들을 바라보기보다는 일의 본질에 집중하자. 

조바심을 내지 말고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자.


어차피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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