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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May 17. 2023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10

10일 차  성소수자와 예수

10일 차 -  성소수자와 예수


몸무게 68.3 kg, 체지방율 16.9% 

(몸무게 5.9kg, 체지방 3.6% 감소)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지러워서 비틀거렸다.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행동은 삼갈 것. 

몸무게 5.9kg가 10일 만에 빠지니 몸이 버티기 힘든 게 당연하다 싶다. 

그나마 허기진 느낌을 덜어주고 에너지를 주는 효소가 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작 쓰러졌을 것이다.

 

드디어 10일 차가 되었다.

 

처음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10일 프로그램을 많이 도전한다. 

10일 단식 후 10일 보식,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정도가 딱 적당하고 할 만하다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위장 치료가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15일 단식에 도전했다. 그래서 단식기간으로 치면 3분의 2가 지나갔고 보식기간까지 합치면 3분의 1이 지나간 셈이다. 


여전히 가만히 있으면 위장이 쓰린 느낌이 있다. 

역류성도 많이 호전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몸은 너무나 가볍고 머리는 맑다. 


여전히 홍석천 이원일의 '줄서는맛집앞'을 정주행 중이다. 

개설하자마자 몇십만 구독자를 깔고 시작하는 톱스타 채널이 아니고서야 처음에는 인지도가 없다보니, 보통 요 정도 사이즈의 채널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철지난 콘텐츠가 이미 많이 쌓여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주행은 포기하고 최신 콘텐츠만 보게 되는데, 이 채널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을 했다. 역시 관심과 기호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줄서는맛집앞의 콘텐츠는 보통 20분 내외인데, 처음 10분 정도는 줄 서는 맛집을 찾기 위해 시민들과 인터뷰를 한다. 풍자의 '또간집'에서도 비슷한 포맷이 연출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또간집'이 인터뷰 시민이 두 번 이상 방문한 집만 타깃으로 하는 반면, '줄서는맛집앞'은 그 지역에서 제일 핫한 식당을 찾기만 하면 된다. 


두 채널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성소수자이지만 조금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출연자가 나온다는 점이다. 


LGBT, 즉 성소수자인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요새는 LGBTQIAPK 등 여러 다양성을 존중하며 LGBTQ+로 부르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보수적이라 성소수자 이슈로 사회, 종교적 갈등이 많다. 


이것이 태생적 기질인가 후천적 기질인가의 논란부터, 동성 결혼, 동성커플의 입양문제 등등..

그리고 작년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변희수하사.. 퀴어 축제와 반대편 기독교 단체들 간의 대립.. 


특히 퀴어 축제가 벌어지는 서울시청 앞에 가보면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나도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환경에서 자라왔지만, 예수의 사랑을 전한다는 기독교 단체들이 성소수자들을 향해 퍼붓고 있는 저주의 말들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만약 예수가 서울 시청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성경에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돌로 쳐 죽이려는 무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자리에는 예수와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있었는데, 종교지도자들이 예수에게 이 여인을 죽일지 살릴지 묻는다. 이는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함이었는데, 죽이라고 한다면 그간의 예수의 가르침과 모순되는 것이고, 살리라고 한다면 율법에 어긋나므로 예수를 공격할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때 예수는 기가 막힌 답변을 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는 죄라며 성소수자들 면전에서 역겹고 추악한 말들을 내뱉을 때, 그들에게 당신들은 그렇게 깨끗한 사람인지 돌이켜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또, 예수가 당신들을 구원해 주셨다고 말하는데, 진정 당신들이 그만한 자격이 있어서 구원받았다 생각하는지 묻고싶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신들이 매 순간 짓고 있는 죄들이 실로 동성애보다 더 가벼운 죄들인지.. 과연 예수님은 어떻게 판단할 거라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 


예수가 서울시청에 있었다면, 

예수는 적어도 그 성소수자들에게 저주의 말보다는 따듯한 위로와 평안을 선물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수의 제자를 자청하는 기독교 단체들에게는, 

결단코 나는 너희들을 모른다고 말씀하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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