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르 강>, 도시 섬들을 지나는 물의 교통로
'베네치아', 다들 들어본 적 있겠지? 이탈리아의 유명한 도시 이름이다. 강의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물론 베네치아의 고유한 느낌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도시는 없다. 하지만 모든 아름다운 강의 도시가 이탈리아에만 있을 리는 없다. 그 거대한 유럽 대륙에 있는 물줄기가 아드리아해(베네치아를 지나는 바다, 물의 근원) 하나가 전부는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은 폴란드의 도시, 브로츠와프를 '강의 도시'라는 면모에 초점을 두어 기행글을 적어나가도록 하겠다. 유럽의 다른 수상 도시, 특히 폴란드 여행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는 참고가 될 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폴란드의 지도를 좀 아는 분들이라면, 얼핏 브로츠와프의 위치를 보았을 때 왜 강의 도시라고 불리는지 의아할 것이다. 왜냐하면 브로츠와프는 대륙의 중앙에 있지, 바다와는 거리가 먼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다와 떨어진 대도시들은 어디서 물을 구해오는 걸까? 그 의문점의 해답은 '오데르 강'에 있다. 이 강을 돌아다니면서, 투리가 느낀 브로츠와프의 매력을 또 하나 풀어보겠다.
브로츠와프의 둘째 날. 여러 전시관들과 성당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이때까지는 주로 건물 안을 들여다보았고, 더 이상 갈 수 있는 전시관도 없는 상황. 야경도 한 번 더 볼 겸, 투리는 강을 돌아다니면서 이날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다.
밤하늘이 어두워짐에 따라, 도시의 불빛도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어느 도시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낮과 밤의 풍경은 확실히 그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브로츠와프도 예외는 없다. 특히 첫째 날에 방문했던 '브로츠와프 대학교'의 야경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는 강. 이 넓은 물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브로츠와프는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계속 이동해 볼까.
그러다가 다리 앞까지 오게 된 투리. 마침 오데르 강과 다리에 대한 설명이 적힌 설명판이 놓여 있었다. 정보를 매우 좋아하는 투리는 그 설명판을 찍었다.
투리가 가장 먼저 건넌 이 다리는 Sand Bridge(Most Piaskowy), 건너편의 섬은 Tamka Island인가 보다. 응? 갑자기 섬 얘기가 어디서 나왔냐고? 사실 놀랍게도, 브로츠와프는 '도시 섬의 도시'라고 불린다. 이곳의 오데르 강과 그 지류들이 브로츠와프를 여러 개의 섬들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개가 넘는 다리들이 이 각각의 섬들을 연결한다. 이 점에서 브로츠와프는 베네치아와 그 특징이 유사한 것이다.
<브로츠와프 구시가지> 편부터 본 사람들이라면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강이 생각보다는 꽤 큰 편이다. 이 오데르 강은 폴란드와 체코, 독일 국경을 흐르는 강인데, 폴란드에서 흐르는 강들 중에는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특히 오데르 강이 폴란드에 차지하는 유역 면적은 전체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 강이 지나는 도시로는 브로츠와프가 제일 유명하지만, 그 외에 폴란드의 슈제친과 지엘로나구라, 체코의 오스트라바 등의 도시들도 지난다.
아까 봤던 설명문에 따르면, 지금 투리가 지나간 Sand Bridge는 1945년 이전쯤 소수의 사람들이 지날 수 있는 항만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강의 접합 지점에서 배들이 출발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편 각각의 섬들은 물방앗간이나 왕자들의 목욕 시설 등 다양한 시설들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물과 관련된 시설들이 주변에 꽤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계속 걸어서 자리를 조금 옮겨보았다. 체력과 시간 이슈로 안을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브로츠와프 대성당의 두 꼭대기는 투리의 눈에 고고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저 대성당이 있는 곳 역시 섬에 해당하는데, 폴란드 여행을 가신 분들은 혹시 오스트로브 트움스키(Ostrów Tumski)라고 들어보셨나? 저 섬이 바로 그 섬이다! 오스트로브 트움스키는 브로츠와프에서도 상당히 역사가 있는 섬들 중 하나인데, 이름을 풀이하면 '성직자들의 섬'이라는 뜻이다. 원래 저 섬은 성직자와 귀족들만 거주할 수 있는 폐쇄적인 종교 지구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관광객에게 열려 있으며, Tumski Most라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도달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직접 들어가 볼까?
다리를 보면 자물쇠들이 많은데, 자물쇠로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 자물쇠 열쇠를 오데르 강에 던졌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이 다리를 '사랑의 다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저 자물쇠들은 커플들이 그 의식을 실제로 행하면서 달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저 강의 바닥에 얼마나 많은 열쇠들이 떨어져 있을지. 다른 한편으로 커플들이 많다는 것은 상당히 기쁘게 느껴진다. 사랑이 많아야 더욱 힘이 넘치고 행복한 사회에 기여하니까. 투리한테도 그 좋은 에너지 좀 나눠줘서 심연의 기운을 달래주시길.
이 섬이 또 의미가 있는 게, 태초 브로츠와프에 정착한 선사인들이 정착한 데가 이 섬이라고 한다. 위치 자체도 오데르 강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방어에도 유리한 지형이다 보니 머물기에 꽤나 좋은 곳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런데 투리가 이렇게 설명을 하니까, 혹시나 투리가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오데르 강 주변을 돌았나 생각하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전혀 아니다! 폴란드에 오기 전까지, 투리는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장소의 배경 하나하나를 다 공부하고 오지는 않았다. 가면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오감으로 그 감각을 느끼는 것이 순서! 실제로 벨라루스(유럽 나라 이름입니다) 동기가 그런 얘기를 했었나, 여행은 같은 장소를 두세 번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먼저 온몸으로 느끼고, 그다음에는 미리 배경을 공부해 놓고 다시 그 감각을 재확인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진짜 좋겠지만, 투리 본인이 그럴 돈과 시간이 남아나겠나. 볼거리는 폴란드에만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다만 지도를 보니, 몇몇 장소가 아예 브로츠와프의 다른 지형이랑 떨어져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 신기해서, 본인도 한 번 직접 가보았다. 그 모습이 위의 사진들인데, 실제로 대부분의 지형은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저녁이라 그런지 분위기는 왁자지껄했으며, 벤치에는 커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듣기로 폴란드는 밤에도 활발한 도시들이 많다고 하던데, 브로츠와프는 그 도시들 중 하나인 것 같다. 꼭 이런 섬이 아니더라도, 브로츠와프는 커플들이 방문하기 상당히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 성 메리 성당에 갔을 때도 커플들이 많았는데, 그중 일본인 외모의 남자랑 영국인 외모의 여자 커플이 꼭대기 여기저기에서 포즈를 찍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 정도면 브로츠와프도 '베네치아'처럼 감성 넘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웹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브로츠와프'를 폴란드의 '베네치아'라고 소개했다. 다만 네이버 지식백과는 '오폴레'가 폴란드의 베네치아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투리는 네이버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잃은 상태. 본인은 포털 사이트보다는 대중의 여론에 좀 더 포커스를 두겠다.
아, 그러나 섬들을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나니 벌써 밤이 찾아왔다. 섬들을 잇는 다리라는 도시의 컨셉은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원하는 섬을 찾기 위해서 조금 많이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다리들은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은 지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직접 걸어서 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지리에 약한 투리는 공원 섬들을 들어갈 다리를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결국 성당 근처에 있던 한 성직자 동상을 구경하는 것으로 이날의 여행은 마무리! 정리하자면, (투리가 찍은 사진의 화질과 실력이 별로라서 와닿지는 않겠지만) 브로츠와프는 여러모로 독특한 역사와 특징들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였다. 여행 경력이 쌓인 지금도 이 생각이 변하지 않은 걸 보면, 일반인들도 방문하기에 충분히 괜찮은 곳이라는 얘기이다. 가히 폴란드의 베네치아, 못 잡아도 테무 베네치아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 사실 '테무'라는 표현은 어그로이고, 솔직히 말하면 각 도시가 지닌 매력을 어떻게 비교하겠나. '브로츠와프'에게는 '브로츠와프'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있는데.
관광을 마친 투리는, 아시아 마트에서의 저녁과 장보기를 끝으로 브로츠와프에서의 둘째 날 일정을 마쳤다. 이것으로 '오데르 강'과 그 강에 얽힌 브로츠와프의 이야기를 마지막 브로츠와프의 밤과 함께 마치도록 하겠다! 부족한 글이지만, 오늘도 시간을 내면서까지 투리가 들려주는 유럽의 값진 지식들을 경청해 준 독자들에게 많은 보람이 있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