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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츠와프 기행] 투리에게 2박 3일은 부족하다.

첫 도시 기행글을 마무리하며

by 흑투리


7월이 되고, 한창 못다 한 교환학생 일지를 적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첫 번째 책의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다.


동시에, 브로츠와프 기행글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동안 방문한 폴란드 도시와 지역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야 겨우 한 군데가 끝나다니.


남은 글은 그냥 다음 주로 넘길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끝내기에는 브로츠와프 기행글의 끝마무리가 뭔가 아쉽고, 말하고 싶은 것들도 조금 남았다. 그래서 해당 글은 브로츠와프의 남은 일정과 아쉬운 부분들, 그리고 첫 여행지였던 만큼 투리의 개인적인 소회도 함께 넣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행 직전, 투리가 잡은 가장 마지막 공식적인 일정은 '브로츠와프 동물원'이었다. 그렇지만 예약한 Flixbus가 오기까지 한두 시간 정도 남아서, 동물원 맞은편의 공간들을 한 번 구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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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로츠와프를 방문하기 전에 랜덤 채팅을 몇 번 시도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한 폴란드인이 브로츠와프의 일본 정원이 맘에 들었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마침 그 정원이 브로츠와프 동물원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갔으면 한 도시의 여행 갈무리에 너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투리가 갔던 날은 공사 중이라 들어가지는 못했다. 혹시나 폴란드에서 일본 정서가 그리운 분 계시면 본인 대신 가 주셔서 소감 남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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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동물원의 출구에서 나와서 밖을 보고 있었는데 어라, 이상하게 사람들이 저 끝에 줄을 서고 있었다. 당시 시각은 오후 4시 반. 궁금해서 사람들이 어디 쪽으로 향하고 있나 다가가 보았다.




20250316_165217.jpg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일부러 사람이 덜한 곳으로 피해서 찍은 Hall의 사진




그 줄이 향한 곳으로 가니, 범인은 이 건물. 바로 브로츠와프 'Centennial Hall'이었다. 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는 곳인가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해당 도시의 거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장소로 다양한 스포츠와 문화 행사, 기업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돌아다닐 당시에는 몰랐지만, 무려 UNESCO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저 건물이 'Centennial Hall'이라고 불리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데, 당시 프러시아가 라이프치히 전투(Leipzig Battle)에서 연합국을 형성해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그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전투가 일어났던 해는 1813년이었는데, 건물이 만들어진 해는 1913년이라서 딱 100주년 기념관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그 와중에 건물을 만든 주체가 폴란드가 아니라 독일이라는 점이 기분이 미묘하지만.


(당시 거주민이 독일계가 대부분이었던 사실은 투리가 전에 썼던 <브로츠와프 왕궁> 기행글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근대에는 독일이 오랫동안 브로츠와프를 지배했었다.)




20250316_165356.jpg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고 있었다




줄이 꽤나 길어서 투리도 저게 무슨 행사인가 궁금했는데, 무슨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많다면 최소 실패는 아니라고, 평소의 투리라면 바로 줄에 섰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시간 뒤면 버스를 타야 할 운명.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건물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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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뒤로 들어가니, 안쪽에는 또 다른 공간이 있었다. 투리가 있는 곳은 사람이 많이 붐벼서 일단 사진 앞의 문 쪽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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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니, 위 사진과 같이 상당히 넓은 광장과 함께 큰 분수대가 투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금 투리가 보는 곳은 '브로츠와프 멀티미디어 분수대'라고, 규모가 무려 1헥타르에 달하는 대형 분수대라고 한다. 한 번 분수쇼를 할 때 300개가량의 물줄기가 나와 크나큰 볼거리를 선사한다고는 하지만, 아쉽게도 투리가 간 날짜에는 운영하지 않았다. 분수의 운영시기는 매년 4월 말에서 10월 말 사이인데, 당시 날짜는 3월 16일이었기 때문이다. 분수 사진이 궁금하신 분들은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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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투리한테 주어진 시간은 1시간도 안 되는 수준. 그저 조용히 서성이고 싶었던 투리는 분수 뒤의 건물들과 조각상들을 천천히 관람하면서 산책이나 했다. 위 사진의 오른쪽을 보면 벤치가 많이 있는데, 그 위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도 꽤 발견할 수 있었다.




20250316_170055.jpg 아까도 언급했지만 아쉽게도 닫혀 있었던 일본 정원의 입구 ㅜ




하염없이 천천히 걷다 보니, 이제 진짜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Flixbus가 도착하는 장소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슬슬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 시내버스를 타고 투리가 처음 브로츠와프에 도착했던 그곳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20250316_171348.jpg 기다리기로 한 정류장 근처 장소




버스가 도착하기 직전 개인 정비가 필요했던 투리는 스타벅스에 들러서 부족한 게 없는지 최종 점검을 하고, 휴대폰의 남은 배터리를 충전한 다음 커피로 목을 조금 축였다. 옆자리를 보았는데, 한 젊은 백인 여성이 영어자막으로 '원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본인 기억상 호요버스('원신', '블루 아카이브' 등의 모바일게임 제작사) 게임들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상당히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역시 유행은 세계적으로 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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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해결할 것도 끝내고 Flixbus에 무사히 탄 투리! 상당히 늦은 시간인 오후 6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5시간의 이동 끝에 바르샤바로 안전히 도착했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브로츠와프 기행은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뭐, 2박 3일의 짧은 일정과 첫 여행이라는 요소를 감안하면 브로츠와프 여행은 나름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의 구시가지와 오데르 강 탐방, 2개의 전시관과 성당에 마지막에는 동물원까지. 진짜 필수적인 코스는 다 둘러보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짜 보면서, 투리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다."



다른 브런치 글에서였나. 그 글에 따르면, 한 도시를 완전히 느끼고 보는 데는 3~4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성향상 한 곳에 있으면 오랫동안 그곳에서 머무는 편이라고 한다. 투리도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브로츠와프 얘기만 따로 해볼까? 지금 생각해 보면, 몇몇 장소들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여전히 아쉽기는 하다. 브로츠와프의 성당 중에서는 그렇게 유명하다는 <브로츠와프 대성당>, 폴란드의 치열한 전쟁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는 <파노라마 전시관> (심지어 여기에는 한국어 음성가이드도 있다고 한다! 한국어 음성가이드가 좀처럼 없는 폴란드 전시관에서 이 사실은 귀한 것...!), 그리고 방금 전에 설명한 <Centennial Hall>. 이런 곳들 말이다.




20250314_195328.jpg 브로츠와프의 첫째 날 밤에 찍은 거리공연 사진




물론 현실적으로 2박 3일 안에 저 장소들까지 다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만큼 투리는 여행할 때 한 도시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취향이라는 말이다. 이상할 것도 없다. 이전에 파트너 '유한열'과 대화를 나눌 때 각자가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열이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한 번 뭔가에 집중하면 그걸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



맞는 말이다. 투리가 살아왔던 배경은 무조건 최고를 요구받았던 세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역할에 수많은 관심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했다. 이렇다 보니 생존을 위한 행동이 습관으로 굳혀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욱 자세히 파고든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성을 갖춘다는 얘기이고, 그 말은 즉 여러분에 대한 투리의 설명거리도 늘어난다는 말이니까! 그렇지 않은가? 새로운 장소에 왔으면 단순히 경치 관람에만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배경도 늘어야 그만큼 돈을 내면서 온 보람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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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마음가짐을 계기로, 투리는 ESN(국제교환학생 커뮤니티) 멤버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3박 4일 이상을 여행 일정으로 잡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투리가 그 모든 도시들을 완벽하게 리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투리는 그저 이 글들이 폴란드로 여행을 오거나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본인은 아직 교환학생이나 각 폴란드 지역들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았다. 그러니 부디 투리의 애정 어린 글에 많은 독자들의 사랑 부탁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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