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츠와프 동물원>, 규모도 역사도 웅장한 폴란드의 자랑거리
어릴 적의 동심. 다양한 생태계와의 조우. 도시 속 생명체들의 보고. 동물원.
본인의 육체 나이가 한 자리 수일 때까지만 해도, 동물원은 그렇게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었다. 책에서나 보던 얼룩말, 코뿔소, 사자 등을 두 눈으로 생생히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거기였으니까. 그런데 중학생 때부터였나. 언젠가부터 동물원은 투리의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크면서 동물에 관심이 없어진 것도 있고, 학교생활과 입시에 치이다 보니 동물원은 어느새 투리의 기억 속에 완전히 잊힌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동물원을 다시 찾게 될 줄이야.
마지막 날 투리의 일정, 브로츠와프 동물원.
B&B 호텔에서의 아쉬운 체크아웃을 끝으로, 투리는 트램을 타고 이날의 목표지점으로 이동했다. 당시에는 교통수단도 잘 몰라서 방향도 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곤 했던 본인. 이번에도 방향을 잘못 잡아서 20분가량을 낭비하는 어리숙함 한 번 선사해 주었다. 물론 지금의 투리는 폴란드 교통수단을 완벽히 마스터(?)해서 실수가 없다.
어쨌거나 일요일 오전 11시. 조금 늦어져서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오기에 딱 적당한 시각에 도착했다. 당시 파트너 유한열과 여러 차례 동아리 시나리오를 의논하느라 바쁘기도 했고(유튜브 채널 [만화명] 유한열 참조), 주변에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도 많았어서 정신없는 분위기였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동물원이 영 취향이 아닌 투리가 어째서 브로츠와프 동물원을 방문했는가? 그만큼 해당 동물원은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투리가 브로츠와프에 관한 사전 조사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동물원 언급이 많은 편이었다. 조사를 해 보니, 이 동물원이 폴란드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동물원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 동물원은 중부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그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육하고 있는 동물들만 1100여 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 종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동물 숫자로 따지면 1만여 이상이나 되는, 초거대 동물원인 셈이다.
이 동물원에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무려 '유럽 동물원 협회와 세계 동물원 협회'의 공인 회원으로도 포함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유럽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수준이 높은 동물원이라는 얘기이다. 또한 이곳은 다른 동물원에는 없는 자체적인 아쿠아리움과 아프리카 생태 전시관도 보유하고 있다. 동물학에 문외한인 투리는 크게 실감하지는 못했지만, 이는 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브로츠와프 동물원만의 '랜드마크'라고 한다. 규모, 다양성, 역사. 어디로 보든 이 동물원, 크게 꿀리지 않는다.
물론 유럽에 여기보다 큰 동물원이 몇 군데 존재하기는 한다. 베를린 동물원이나 비엔나 쇤부른 동물원 같은 곳들. 그런데 그런 초(超) '대도시'들은 굳이 동물원이 아니라도 방문할 장소들이 차고 넘치지 않은가? 게다가 분포와 다양성 면에서도 브로츠와프 동물원이 나름 우세한 편이니, 이 도시에 온 이상 한 번쯤은 가 볼만은 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첫 시작부터 마주한 사자와 낙타 코너. 오, 시작부터 강하게 가는 느낌이다. 왼쪽의 사자는 'Southern Lion'이라고 불리는 것 같은데, 설명판을 보니 현재는 사람들의 과도한 사냥으로 인해 아프리카와 인도에만 서식한단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 때부터 상당히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편이라고. 그다음 나왔던 낙타와 다른 가축(?) 친구들도 나름의 볼거리였다.
사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이 동물원의 특색을 나열하고 있긴 하지만, 투리는 그런 거 따지지 않아도 이미 신나기는 했다. 왜냐하면 동물원 방문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도 많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동물원 감성에 유럽 버전이라니, 꽤나 귀하지 않은가. 다만 투리의 고조된 기분을 배제하더라도 약간씩 생소한 동물들이 있기는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동물원 안의 구조를 설명하지 않았지. 이것이 동물원 내부의 지도이다. 보기만 해도 사이즈가 큰 게 느껴지나? 지도부터가 벌써 유럽과 아프리카에 걸쳐 다양한 동물들이 있다고 광고하는 중이다. 방문할 의향이 있으실 분이라면 참고해 주시길. 후기를 보니 동물원을 다 도는데 3시간 정도로는 절대로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본인도 기억하길 5시간 정도가 되어서야 안을 다 구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다 구경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넓어서 중간에 길을 많이 헤맸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도 영양이 벌써부터가 아프리카 출신이다. 위 영양은 케냐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아프리카 숲에서 사는 가장 큰 영양이란다. 흰 줄무늬와 불그스름한 갈색 피부가 특징인데, 이 동물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라고.
이 동물원은 실내 전시관들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실내 전시관이 있는 것은 다른 동물원도 마찬가지이지만, 투리 기억상 이렇게 많은 동물원을 본 적이 있었나 싶기는 하다. 그전까지만 해도 투리가 방문했던 동물원은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랑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다였으니까. 그마저도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지금 보여주는 것은 투리가 해당 실내관에서 본 동물들의 일부분이다. 실제 서식하는 종들의 종류는 이것보다 훨씬 많다. 좀 이따가 새들 전시관도 살짝 보여줄 예정이지만, 소리는 또 얼마나 큰지. 투리 생애에 이렇게 같은 분류군 속에서도 다양한 종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을 본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전시관들도 하나하나 보자. 위 사진을 보면 저렇게 큰 호수 같은 공간이 있고, 그 아래 펭귄들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위에는 카페 같은 시설들이 놓인 큰 건물이 놓여 있다. 다만 주말에는 영업을 안 해서인지, 투리가 간 날은 안으로는 못 들어갔다. 참고로 투리의 기억에 의하면 이곳이 '아프리카리움'이다. 이 아래로 가면, 마나티나 하마, 상어 등 더욱 많은 아프리카 생태의 동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투리의 사진첩을 보니 해당 동물들은 많이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실망 마시라. 계속 읽다 보면 그 외에도 훨씬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수족관은 좀 더 가야 하는데, 일단은 투리 근처에 있는 전시관들부터 하나하나 살펴보자.
펭귄들이 있는 곳을 갈 때쯤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는데, 이때부터 어디를 먼저 가야 하나 고민했다. 동물원의 규모가 커서 한 번 길을 정하면 다른 쪽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한쪽으로 아이들이 몰려가는 게 눈에 보였는데, 말들이 있는 곳인 것 같았다. 크게 보고 싶은 동물이 없던 투리는 별생각 없이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전시관에 발을 딛자마자, 그 특유의 ㄸ 냄새가 알맞은 곳을 찾아왔다는 듯이 투리를 반겼다. 사진만 보면 동물들이 귀엽고 보기에 좋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맨 위의 전시관 사진에서 어떤 염소는 쓰다듬음을 받으면서 동시에 항문에서 무언가를 발사(?)하고 있었다. 잘못하다간 그 결과물을 밟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이런 말은 동물원에 자주 와보지 않은 투리니까 하는 얘기겠지, 동물원 덕후라면 이런 건 익숙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딱히 그럴 이유도 없고, 위생이 걸려서 가축들을 만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동물 친구들을 보는 것만으로 투리는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가축 친구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이번에는 다른 전시관들도 하나하나 둘러보자. 이때 본인도 보는 데 정신 팔려서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찍을 수 있었던 일부를 공유해 본다.
여기는 북쪽의 'Reptile House' 인데, 말 그대로 여러 파충류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나비도 있다고 해서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아쉽게도 나비는 없었다. 그렇지만 파충류와 풍뎅이류만으로도 전시관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1층, 2층을 넘어서, 계단 사이에서도 작은 벌레들과 큰 악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은 드디어 아쿠아리움 차례이다. 아쉽게도 사진은 많지 않으니, 분위기 정도만 파악하는 느낌으로 봐주시길.
물론 다른 대형 수족관들이랑 비교하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물원에 수족관이 있는 게 어디인가? 동물원 치고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하다. 심지어 지금 찍은 수족관 외에도, 투리가 기억하기에 수족관이 한 군데가 따로 더 있었다. 참 여러모로 거대한 동물원이다.
그 외에 투리가 찍은 동물들은 또 어떤 동물들이 있는가. 하나하나 보여주자면,
단 한 종류뿐이었던 고슴도치와 플라밍고를 제외하면, 나머지 종들은 정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어디 이뿐인가. 앵무새들만 따로 모아놓은 실내 전시관도 있고, 사바나(아프리카는 당연히 포함!) 동물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얘기하지만 전시관 하나하나의 사이즈가 워낙 넓어서, 위의 사진 하나하나를 찍기 위해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 이 전시관을 봤잖아. 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10분, 또 새로운 전시관을 찾기까지 10분....만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둘러보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위에 동물원의 지도를 올려놓은 사진이 있다. 잘 살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어떤 전시관은 끝에 있어서 잘못 가다간 정말로 헤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둘러보았다 싶을 때쯤, 시간은 벌써 3시를 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날 밥을 한 끼도 못 먹은 투리. 아까 지나갔던 식당으로 돌아가서 간단히 피에로기(폴란드식 만두)와 감자튀김으로 허기를 달랜다.
밥을 먹으면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다가, 백조들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동물원 관람은 종료. 이것이 전체적인 투리의 브로츠와프 동물원 관람 후기였다!
평소 동물에는 관심도 없는 투리였지만, 이날의 동물원 박물원은 막상 박문하니 배고픔도 잊을 만큼 감회가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뭐가 이리 비싸지?'라는 불안한 시작부터 '오래간만에 좋은 동물원 구경했다'라는 만족감에 이르기까지, 브로츠와프 동물원은 투리가 돈을 내고 돌아다녔던 장소들 중에는 제일 오랜 시간 동안 구경했던 것 같다.
유럽과 아프리카 쪽의 생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이왕 가는 동물원 가능하면 좀 좋은 데로 가고 싶다 하는 분들도 브로츠와프 동물원은 충분히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폴란드에서 제일 큰 동물원인데,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겠는가? 다만 투리는 동물원이 취향은 아니라서, 이번 폴란드 교환학생 기행글에서 동물원 기행은 해당 글이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이 동물원에 대한 소개글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정성껏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