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문화 체험(?)에 대한 흑투리의 후기
일반 한국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투리는 한 번도 클럽을 간 적이 없었다. 현생 사정이 안 된 것도 있었지만 딱히 갈 명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렇게 클럽이 간절하지도 않은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혼자서 클럽을 찾아가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원래 환상이란 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더 있는 법이라고, 본인은 항상 그 '클럽'이란 곳에 호기심이 있었다. 순수한 유흥의 상징, (적어도 한국인의 인식에는) 젊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런데 그 기회가 예상치 못하게 크라쿠프에서 찾아왔다.
그래서 여기, 자유분방한 춤과 사교의 상징인 '파티 & 클럽'의 후기를 이 글에 남기고자 한다. 투리의 꾸준한 독자 분들이라면, 이번 글은 작가 본인의 성향을 느낄 수 있는 내재적 친밀감(?)의 장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다른 네 명의 동기와 저녁을 마치고 내려온 투리는 바로 취침하는 방으로 내려왔다. 중간에 양치질을 할까 고민하긴 했지만, 어차피 다음 일정에서 또 마음껏 먹을 것 같아서 당장은 미루기로 했다. 투리가 기억하기에 처음에는 방 안에 동기들이 많지 않았다. 독일인 콘스탄틴이나 오스트리아인 리눅스 정도만 서서 돌아다니고 있었을 뿐. 같이 식사했던 같은 방 동기 발렌틴은 상체를 벗고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었다.
일정표에 따르면 오후 9시쯤에 'Predrinking'이 시작한다. 그런데 어디서? 다 같이 바에 가는 건가? 그게 아니면 같은 클럽에서 먼저 마신 다음에 파티가 진행되는 건가? 워낙 바나 클럽에 무지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유럽에서 주최(?)하는 거다 보니 그다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저 ESN 단톡방의 공지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뿐.
그러다 9시 조금 안 될 즈음, 몇몇 여학생들과 다른 방의 동기들이 점점 본인의 방으로 모였다. 아무래도 본인의 숙소가 크기와 인원이 제일 많다 보니,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활발해지더니, 불이 꺼지고 음악이 큰 소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밀려 들어온 사람들 중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던 것이었다.
유럽에 이런 호스텔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큰 파티를 여는 것을 허용하는 호스텔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역할은 숙소이기 때문에 너무 늦은 시간까지 노는 것은 불허한다. 그래서 11시가 넘어서도 놀고 싶다면 클럽 같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호스텔 안에서 대놓고 파티 분위기가 펼쳐지다니, 이런 활동이 허용된 거 자체가 투리 눈에는 신기했다. 아니면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본인이 잘 모르는 건가. 혹시 한국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면 부디 이해심 넓은 독자들의 상냥한 댓글 바란다.
빵빵한 음악에 많은 수의 인원이 있으니,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수많은 동기들이 음악에 맞추면서 제각각 춤을 추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신나는 음악에 남녀 비율도 반반. 사실 육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투리 입장에서 이런 리듬에 목석이 되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순수히 춤추고 즐기는 것 자체가 ESN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 그래도 해당 파티는 한국인들끼리의 파티가 아닌 (대부분) 유럽 학생들끼리의 파티이다. 그래서 차이점이 조금 있다. 우선 상당수의 음악들이 영어 음악이다. 물론 유로비전(Eurovision,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나온 비영어 음악들도 있긴 하다. PSY의 'Gentleman' 같은 한국 음악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ABBA의 'Lay all your love on me', Britney Spears의 'Oops!... I Did It Again'와 같은 명곡들을 리믹스화시킨 식으로 음악이 나왔다. 사실 그나마 소통 언어가 영어라는 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기는 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도 폴란드는 애초에 길거리에서 들리는 영어 음악의 비율이 한국보다 많은 편이다.
근처에 있는 맥주를 컵에 따라 마시면서 강강술래 하듯 움직이는 동기들. 투리 기억에 이때 거의 대부분의 동기들이 한 번씩은 우리 방에 들어온 것 같았다. 기운이 무르익었으니, 투리도 여기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 다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서 슬쩍 주변 친구들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그중 한 동기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짧은 머리에 강렬한 인상이었던 그 동기는 계속 오른손을 흔들면서 리듬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음악이 나오고, 누가 제창을 하든 꿋꿋이 똑같은 표정으로 리듬에 맞추어 오른손을 흔드는 그 친구. 말을 걸기에는 살짝 무서운 인상이었지만, 일단 투리가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긴 했다. 보니까 콘스탄틴이나 알렉세이도 비슷한 행동으로 리듬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군. 빌드업(?)은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그래도 파티에 있어서 가장 큰 눈요기들 중 하나는 여자라고, 여성 동기들이 역시 파티 의상은 확실히 잘 준비해 온다. 짐을 많이 챙기기 귀찮은 투리의 입장에서는 주어진 옷들을 TPO(?)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입는 전략을 택했으나, 여성 동기들은 아예 이 상황에 맞는 옷을 들고 왔다. 상당수의 여자 동기들이 파티에 어울리는 화려한 캐주얼한 드레스를 입고 본인의 방에 왔다. 드레스코드가 명확한 친구들은 주로 유럽 쪽 백인들이었다. 아루잔이나 산다라 같은 동양인들은 의상까지 철저히 준비한 느낌은 아니었다. 애초에 ESN 교환 동기들 중 유럽인들의 비중이 많기는 하지만, 위의 사진을 보면 드레스나 캐주얼한 차림의 여자분들은 다 백인이다. 서양에서는 이런 문화가 확실히 친숙하게 자리 잡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원래 아시아에서도 친숙한 문화인데 투리 본인이 대학생활을 너무 모르는 걸 수도 있고.
어쨌든 사진을 보니 다들 확실히 많이 부르고, 많이 춤추고, 많이 마셨다. 10시쯤이 되었을 때는 아예 프랑스 남자들이 더 성능 좋은(?) 스피커를 들고 바람 잡기를 해서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너무 시끄럽다 싶었을 때는 몇몇이 밖을 보면서 눈치를 보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호스텔이 지정한 시간이 끝나가자, 다들 충분히 즐겼다는 듯 부드럽게 해산했다. 분위기를 보니 다들 즐겁게 논 것 같았고, 염려했던 불쾌한 신체 접촉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파티 정도면 불미스러운 일이 한두 번 정도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감사하게도 투리의 동기들은 기본적인 매너는 담긴 동기들이었던 것 같다. 사심 없이 즐길 것만 딱 즐기는 타입이랄까?
이렇게 얘기하면 작가 당신이 사람을 너무 흑화하고 이상한 존재로 몰아간다는 독자 분들이 계실 것이다. 투리도 그런 독자 분들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그 비상식적인 사례들을 인터넷에서 너무 접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제는 호스텔에서 놀 수 없으니, 다음은 어디겠는가? 당연히 클럽이다! 이런 야심한 시간까지 힘차게 놀 수 있는 곳이 클럽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벌써 ESN 단체채팅에는 우리가 갈 클럽에 대한 위치가 나왔고, 대부분이 그쪽으로 가는 수순에 있었다. 투리도 산다라랑 다이애나 등과 함께 호스텔 밖으로 나왔다. 크라쿠프의 밤은 아직 꺼지지 않았는지, 가로등 안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따금씩 말을 끌고 다니는 마부들이 거리를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크라쿠프의 중심부에 가면 구시가지를 둘러싸는 큰 성벽이 있는데, 투리 기억에는 그 성벽에서 떨어진 지 3~4분 정도 되었을 때 클럽에 도착한 것 같았다. 벌써 주변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문 앞에는 관리인들이 인원을 체크하고 있었다. 애초에 교환학생 소속이었기에 밖에서 줄을 서는 것만 춥고 귀찮았을 뿐, 들어가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안에 들어가니, 역시 많은 동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활발한 프랑스 남자들을 비롯해서 엘리나, 산다라, 아루잔, 알렉세이랑 방에서 처음으로 투리에게 말을 건 동기, 꿋꿋이 리듬을 탄 짧은 머리의 동기까지. 짧은 머리 동기는 클럽에 와서도 계속 같은 제스처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클럽 안에 들어오니, 더욱 울리는 음악소리와 다채로운 형광 조명이 이 지하 클럽에 유흥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었다. 한국이나 유럽이나 큰 차이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인생 첫 클럽 경험에 약간 긴장한 투리. 각자 왁자지껄하게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표출하는 사람들. 즉흥적으로 분위기를 타며 실력을 선보이는 DJ. 원형으로 모여서 함께 춤추는 ESN 동기들. 서서히 이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클럽'이란 문화를 알아가는 순간이었다.
동기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같은 공간에 모여있었는데, 일부는 그 중앙에 나서서 그루브를 타거나 서로 댄스를 하는 등 동기간의 우호(?)를 다지고 있었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가끔씩은 투리도 그에 맞추어 호응했다. 알렉세이와 다른 동기들도 본인을 보면서 잘 추고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처음에는 춤 실력이 좋아야 하나 걱정했는데,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이 즐기는 게 중요한 거라고 동기들이 격려해 줘서 안심했다. 왜냐하면 본인은 그 열정 많은 유한열마저 감탄(?)하며 물러난 천부적인 춤 실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계속 이렇게 지속적으로 춤을 추면서 즐겼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내일의 기상시각은 아침 8시. 마냥 밤새면서 클럽에서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 형국이다. 조금씩 분위기를 보면서 빠진 투리는, 왼쪽 사진의 휴게실과 클럽 홀을 왔다 갔다 하다가, 1시 조금 넘어서 클럽을 빠져나갔다. 주변을 보니 다른 동기들도 차차 클럽에서 호스텔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물론 어떤 동기들은 투리보다 오래 남기는 했지만.
어쨌든 첫 경험은 확실히 좋다고, 인생 최초로 다녀온 파티와 클럽 문화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뭐랄까, 미국 청춘 드라마 같은 걸 보면 다 같이 모여서 프롬 파티를 하거나 클럽에서 재밌게 춤추지 않는가. 딱 그런 성격이었던 파티와 클럽이 투리의 인생 최초의 클럽 경험이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한 번 클럽을 체험해 보니, 본인이 이렇게 단순히 춤추고 술 마시면서 시간을 쓰는 행위를 지속하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투리 본인이 성장을 못 느끼는 활동을 안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끝나면 공허하다. 친구를 사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를 배운 것도 아니고, 남는 게 없는 느낌이다.
설령 친구를 사귄다고 해도, 이런 장소에서 만나는 친구가 과연 투리와 진심으로 마음이 맞는 상대라고 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지점에서 투리는 클럽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클럽이 투리가 갔던 클럽과 똑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어떤 곳은 사람을 만나는 데 진심일 수도 있고, 어떤 곳은 좀 더 차분한 분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의 클럽을 방문한 결과, 투리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클럽은 투리와 마음이 맞는 진지한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라고. 그래서 이번 크라쿠프 클럽 경험을 계기로, 투리는 Kpop 클럽 방문이라는 목표를 과감히 뺄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