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오늘도 엄마와 나 사이에는 건널목이 없는 것 같네. 횡단보도는커녕 아예 건널 수 없도록 가림막이 앞에 있는 것 같아. 게다가 거리도 멀어서 큰 소리로 불러야 하고 말이지.
엄마는 침침한 눈에 의존해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봐야 하고. 간신히 목소리로나마 알아보게 되고. 차라리 이렇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나은 건지도 몰라. 최소한 즉흥적인 다툼은 줄어들 테니까. 그런데 엄마! 나는 엄마 모습이 전혀 안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어요. 엄마가 걸어가는 모습이 자꾸만 신경 쓰이거든.
가끔은 엄마가 넘어지지는 않을지 걱정 비슷한 혐오스러운 감정의 옷을 입게 걸치게 되는 내 모습이 싫고 걸어가는 내 모습도 보여주기 싫어서.
아예 서로 의지될 수 있는 가능성의 사이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나도 엄마도 그게 도움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그동안 매일 엄마를 부르고 그만큼 기대하고 간섭하는 데에 내 에너지를 낭비한 시간들이 무척 후회스러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지. 도리어 불평이 쌓이고 새 불신들의 침입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엄마! 우리는 아무래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엄마가 하는 언행이 정말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나는데 엄마는 내 뜻을 묵살해 버리는 것만 같아. 마치 나를 약 올리듯이 면전에서 무시해 버리는 느낌이 들거든.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훼손하고 싶을 지경이야. 그 정도로 분노가 치솟거든. 그 상황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반복되는 역사야. 우리 정말 작작 좀 하자 엄마!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엄마가 성숙한 인격과 품위를 흉내라도 내주었으면 좋겠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엄마의 그 촌스러운 사고방식은 좀 치워 버렸으면 좋겠어! 현대 사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자란 생각들! 그리고 자신에게만 한정된 흑백 논리! 한참 빗나간 판단이야 엄마! 그건 상대방을 우습게 여긴다는 뜻이야! 그것에 감사할 건 아니잖아! 엄마 주변 사람들은 이미 알고 비웃고 있을 거야. 엄마 제발 입체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해 봐! 엄마의 단순함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야! 불가능하다고만 핑계 대지 말고 엄마 삶에 자극을 줬으면 좋겠어. 눈앞에서 일어나는 뻔하고 당연한 것들에서 벗어난 미래적인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어. 더 이상 엄마 모습만 바라보며 시간 보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