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폭삭 속았수다!>

-기꺼이 뱀이 된다!-

by avivaya

죽기에 실패한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돈 벌 직업은 사라졌고 내가 살았던 집은 물에 잠겼다. 오로지 갚아야 할 빚만이 내 키보다 높아져 가고 있었다. 마치 독을 잔뜩 머금은 코브라처럼 꼿꼿하게 내 앞에 진 치고 있었다. 잠깐의 다른 생각도 허용하지 않을 눈빛으로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태생이 겁보인 데다가 아주 작은 곤충만 봐도 온몸을 들썩거리는 나는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도무지 내 상태에서 청산할 수 있는 빚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무능한 무직자였다. 신을 믿으면서 나는 돈 따위에 두뇌를 굴리지 않았다. 들풀이나 이름 모르는 새도 먹이고 입혀 주시는 신을 나는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그리고 돈 결핍은 신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배웠고 믿었다. 믿고 기도하는 것만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남몰래 돈 걱정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했고 죄책감이 들어서 커져가는 빚을 외면해야만 했다. 나는 신만 있으면 노숙자로 살아간다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금식하고 굶는 것쯤은 거뜬히 해낼 줄 알았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길 한복판에 버젓이 위험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는데도 나에게만은 안전할 것만 같은 연민과 추한 탐욕으로 거만하게 걸어 나갔고 당연한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모두가 예상한 사고 소식에 사람들은 조롱했고 비웃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의 부르심일 것이라고 확신했고 믿음을 부풀려 나갔다. 결코 흔들릴 수 없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무너졌어야만 했다. 견딜 수 없다며 뛰쳐나왔어야 했다. 나는 집으로 가야겠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어야 옳았다. 그 인간들이 나를 결박하고 노려보고 비웃는다 하더라도 나는 괘념치 말았어야 했다. 나는 뱀처럼 의심하며 선악에 대한 바른 설명과 안내를 받아냈어야 했었다. 그리고 나에게 가한 폭력에 대해 정당한 해명과 보상을 요구해야만 했다. 나는 하지 못했다. 그들과 마주 하는 것이 무섭고 떨렸다. 그토록 친애하며 정을 나눴었는데 말이다. 서로를 위한 뜨거운 기도도 했었는데 현재 나를 향한 화살과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것이 기이할 정도이다. 그리고 나는 무수한 화살에 맞았고 결국 포획됐다. 그들은 나를 잡아 가두고 최후의 심판을 예고하고 있다. 땅을 밟고 살기 위해서는 가짜 신 앞에 다시 엎드려야 한다.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박탈하는 허무맹랑한 신 앞에 말이다. 그것은 끔찍한 모욕이고 폭력이다. 나는 기꺼이 뱀의 권모술수를 선택하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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