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나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나는 시체가 되고 싶었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골방에서 사라져 버리고만 싶었다. 어차피 세상에 나가봤자 먹이를 찾는 빚쟁이들만 나를 반겨줄 테니 나는 유폐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잿더미처럼 폐허가 돼버린 내가 다시 삶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뭉개져버린 삶만큼 내 얼굴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둘러싸인 사람들로부터 무질서하게 얻어맞은 탓에 내 얼굴은 하나의 산등성이처럼 뭉쳐져 있는 듯했다. 아픔보다는 무기력이 몰려왔다. 아무 데서나 쓰러져서 자고 싶었고 아무렇게나 입고 동물처럼 먹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잔인한 사건이 발생한다 해도 반응하기 싫었다. 야박하고 이기적인 신처럼 나도 똑같은 삶으로 복수하고 싶었다. 내가 복수심에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신은 무관심할 텐데 말이다. 나는 아이처럼 엎드려 엉덩이를 하늘로 든 채로 조용히 눈꺼풀을 떨어뜨렸다. 설핏 잠이 든 것 같기도 했다.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 형상을 하고 있는 얼굴은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았다. 나는 무거운 몸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 손을 잡고 있는 힘은 좀처럼 약해지지 않았고 나는 몸이 서서히 일으켜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를 이끌고 있는 힘에게 이미 늦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나를 데리고 나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말라고! 나에게 희망과 같은 추잡한 손길을 내밀지 말라고!! 신은 내 삶에서 꺼지라고!! 그렇게 나는 그 손이 신이나 되는 것처럼 뿌리쳐내려고 사력을 다했다. 그렇지만 내 뜻과 의지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삶에서도 바보 같더니 꿈속에서도 같은 모습이라는 생각에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하찮게 대했던 곤충들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개선하기 위해 단두대까지 각오하는데 말이다. 반면에 나는, 늘 물러선다. 내 생에서. 그리고 항상 망설인다. 내 출발선에서. 게다가 언제나 뒤돌아 본다. 내 인생길 위에서. 그것 들이 신을 절실하게 믿었던 이유였다. 내 삶이지만 내가 할 일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무능력함 때문이었다. 나는 마음껏 무능해도 상관없었고 외면하고 기피하고 살아도 괜찮았으니까. 신에게 선택받고 있으면 나는 뮤즈가 됐고 여신이 됐고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니까. 신에게 기생해서 호위호식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됐으니 나는 귀찮고 성가실 뿐이다. 앞으로는 무엇이든지 고민해서 결정하고 선택하고 실행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니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써 본 적 없는 삶의 목차를 결정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작품 속 주인공으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빈털터리로 쫓겨난 셈이다. 어쩌면 그것이 내 삶이 진정으로 원했던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삶이 내게 말한다. 탕!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