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와 포도주-
신이 나와 다양한 약속을 체결했다. 그중 윤택한 삶은 가장 큰 유혹거리였다. 나는 늘 상상했다. 반짝거리는 나를. 행복한 나를. 사랑받는 나를. 그리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들은 신의 뜻이라고 믿었다. 신은 나와 똑같은 마음이 분명할 테니 나는 보란 듯이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믿음에 대한 기준치가 될 것이고 나의 신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돼줄 것이다. 비록 현실은 물고기 다섯 마리와 빵 두 덩어리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현실의 누추함이 낮을수록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신의 축복을 이용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불치병과 같은 물질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내가 선택한 신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나는 빠른 시일 내 이루어지기를 학수고대했다. 신을 지키고 모셔 놓기 위해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탑을 쌓기 위해서 나는 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최선을 다했지만 모양은 점점 초라해지고 위태로워 보였다. 아무래도 작고 초라한 돌멩이만 쌓여 있다 보니 탑 상태는 영양실조였던 원인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나는 주춧돌처럼 큼지막하고 단단한 벽돌이 필요했다. 나의 신앙에 필요한 간증거리들 말이다. 나는 내놓을만한 체험이 없었으니까. 그것은 신이 나를 위해 해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술처럼 기적이 내 삶을 일으켜 세워 줄 것이라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안간힘을 내며 버티고 있는 나에게 신은 소식이 없었다. 그나마 먹을만한 물고기와 빵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시 신이 나에게 보낸 신호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심지어 그동안 먹고 있었던 물이 신이 나에게 보낸 포도주였던 것이라고 확인하고 믿고 싶었다. 이제 평범한 일상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로지 신의 응답과 기적만 기억했고 나의 능동성과 독립성은 스러져갔다. 신의 허락 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나에게는 범법 행위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드디어 빈 손이 됐고 다음 오병이어가 꼭 필요했다. 코스와 절차에 따라서 다음 음식이 들어와야만 했다. 전혀 소식은 오지 않았다. 음식 값을 지불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나마 무한 리필이 가능할 줄 알았던 포도주마저 동이 났다. 나는 먹을 게 없었다. 나를 지탱해 주었던 신도 죽은 것처럼 싸늘했다. 애초에 없던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날 생각했다. 신이 나에게 게임을 하자 청했던 것이라고. 룰렛을 돌려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내용 전부를 해주겠다고. 나는 여러 번 돌렸지만 화살표는 가장 좁은 폭을 차지하고 있는 꽝 위에 똑같이 멈춰 섰던 것이다. 신이 나를 향해 말했다. 꽝은 입수해야 하는 벌칙이 있으니 룰대로 지켜야 한다고. 신은 허우적거리는 나를 버려두고 유유히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