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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을 Apr 23. 2024

비 오는 날 천리포 수목원을 향하다  

일상대여 2

비 오는 날 천리포 수목원을 향하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민병갈의 푸른 눈을 만나다. 

그는 왜 자신의 나라가 아닌 한국에 터를 잡았을까

길을 걷다 넘어지는 아이를 보면 일으켜 세워주는 

그런 단순 무의식적이었을까

마음 가는 대로 피는 풀꽃처럼 

마음 가는 곳에 터를 잡은 것일까


내가 왜 그런지 내가 왜 그런 사람인지

자신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

천리포 수목원을 찾아

민병갈을 찾는다면 

지고 피는 목련처럼

여울에 떨어지는 빗줄기처럼 

그날의 기분 따라

아름다웠다가

우울해지는 날씨처럼 

세상은 인생은 삶은 

이유가 없는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민병갈 또한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칼을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고

119에 전화를 거는 행인처럼

그는 그런 하루에 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자신이 왜 이곳에 터를 잡았는지

왜 매일같이 수목원을 가꾸는지

문득문득 좌절할 때마다

이듬해 피는 꽃이

그를 다독였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노란 수선화에 

눈물이 나는 것처럼

보라색 목련화에 

코를 내미는 것처럼

누구든 할 수 있음을 

수목원이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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