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후 Sep 16. 2023

가구가 필요하면 홈디포로

홈디포랑 마샬에서 강아지용 빗 구입하기

오늘도 사무실에서 감자빵씨랑 인사를 나눈다. 한국에 갔을 때 감자빵 먹으러 춘천을 갔었는데 비싸긴 해도 감자빵 매력이 푹 빠졌다. 감자빵 가게에 가면 실제로 감자를 키우고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어서 아쉬웠었다. 그래도 맛이 좋아 집에 큰맘 먹고 사갔더니 빵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맛있게 드시길래 기분이 좋았다. 보고 싶은 부모님 생각하며 빠르게 오늘 일정을 끝냈다.

너무나 귀여워서 보면 기운이 난다

나는 한국 대학원으로 치면 지도교수가 둘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도 두 배이다. 나처럼 co-advisor가 있는 경우가 미국에는 종종 있지만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일 욕심이 많은 나로서는 즐거운 마음에 매주 3번씩 미팅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금요일 나른한 오후에는 집에 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결국 일찍 챙겨서 집으로 향했다.

집 가는 길에 발견한 귀여운 똥똥공주님 이모티콘

한국도 그렇지만 금요일만 되면 아주 그냥 다들 일찍 집에들 가느냐고 차가 많이 막히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 오후 3시 정도가 되면 칼퇴근러부터 시작해서 차가 막히곤 하는데, 금요일의 경우에는 오후 2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마치 나처럼 일찍이 도망가는 사람들의 행렬에 교통체증이 장난 아니다. 미국 남부 지역에는 대부분 트럭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내 차가 SUV임에도 그렇게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남부에서 세단이나 작은 차량을 타면 시야 확보가 어렵고 다른 큰 차들에 의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대도시나 나처럼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 차량 사고를 2일에 한번 보곤 하는데, 눈앞에서 트럭이 날아가서 한 바퀴 돌거나 작은 차량의 경우 호떡처럼 납작해져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플로리다에도 트럭이 많지만 서부 텍사스는 거의 다 트럭이다.

집에 도착하니 BTS 이름을 가지고 있는 진과 지민이 홈디포랑 장 보러 같이 가냐고 물어봤다. 가끔 식사나 같이 장 보는 걸 괜찮다고 사양하면 진이 우울해있는 표정으로 연기를 하곤 하는데 예스맨인 나에게는 정말로 힘든 선택이다. 결국 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홈디포를 따라가게 되었다.

나무 자재들이 종류별로 있다.

미국의 경우 인건비가 비싸다는 건 우리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면 비싸지는 마법이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래서 많은 가정집에서는 간단한 수리나 가구 제작까지도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고양이들끼리 식사 전쟁을 치르고 있어서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을 따로 만들어주고자 홈디포로 향하게 되었다. 홈디포에 가면 원자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이나 창문과 같이 개인이 만들기 어려운 것들은 이미 만들어져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야 전문 업체나 업자에게 요청하여 설치하지만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개인이 사서 매뉴얼이나 유튜브를 보고 만들어가곤 한다. 홈디포에 오면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만들 생각에 신이 나서 재료들을 구입하지만 결국에는 바쁘다는 핑계 속에 창고에 쌓아두고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닫이 문도 구입이 가능하다.

진이 구입할 재료들을 구경하는 사이 나는 목재를 구경하고 다녔다. 어쩔 수 없는 게 박사생이다 보니,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에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탄소 연구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목재 탄소 포집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실제로 해당 분야 stakholders들을 만나러 다니다 보니, 어떤 목재들이 판매되고 있는지 구경하기에 바빴다. (탄소 플랫폼 개발이나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탄소 포집 연구하는데 목재별 구경하고 다니는 나

나온 김에 마침 빗이 필요해서 구입하러 마샬로 향했다. 내가 강아지용 빗을 구입한 이유는 방 청소에 매우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집들도 Hard floor라고 부르는 장판이나 나무 바닥이 유행이지만 아직까지도 카펫이 깔려있는 곳이 많은 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방에는 카펫이 깔려있다 보니, 카펫 청소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런 경우 펫 전용 빗을 사용하면 속에 있는 털과 먼지까지도 싹싹 긁어낼 수 있기에 아주 그냥 대박이다. 청소용 빗을 구입할 목적이기에 마샬에서 저렴한 제품을 찾던 도중, 괜찮은 가격의 빗을 득템 해서 신나게 사들고 와서 청소를 했다.

3.99불에 득템

진이 저녁을 했다면서 준 삼겹살이다. 에어프라이어에 했다면서 양념버전과 일반 버전을 먹어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맛있다는 리액션을 해주니 기분이 좋아진 거 같아 다행이다. 진은 조용한 편이라 표정 변화를 읽기가 다소 어렵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나를 싫어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편이다. 그래도 진 덕분에 다 같이 재미있게 살고 있어서 즐겁다.

진이 만들어준 삼겹살


작가의 이전글 미국 중고거래가 위험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