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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Oct 03. 2023

미국 유학생이 5개의 언어를 섞어가며 말하는 이유

영어로 소통이 안되면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편하다

내가 미국에서 오래 있으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 언어들을 조금씩이라고 알고 있어야 삶이 매우 편해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보니, 여러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정말 큰 메리트가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 남부의 경우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특히 히 호텔에 가면 일하시는 분들 중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럴 때 스페인어를 통해서 쉽게 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중국어까지 안다면 미국 라이프를 즐기는데 충분한 기본 세팅이 된 셈이다.


나의 경우 영어와 한국어를 비롯하여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안다. (독일어는 너무 어려워 진작에 포기했다.) 영어와 한국어의 경우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지만,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은 미국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어의 경우 많은 아시안계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보니, 그들과 어울리면서 중국어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중국 유학생들 뿐만 아니라 아시안 마트에 가더라도 중국분들이 많이 계시고 중국 식당을 가더라도 중국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내가 있는 전공 분야는 중국인 교수님들도 꽤 계시다 보니,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이다. 물론 중국어를 하지 않고 영어로 해도 대화를 하거나 미국 라이프를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중국 유학생 친구들이나 가게 사장님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스페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남부 쪽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있는 지역의 경우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텍사스만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히스패닉 친구들이 많다 보니, 스페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스페인어를 사용할 줄 아는 거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개인적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 자체 하나로 나는 이미 그들에게 있어서 호감의 대상이었고 문화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니 이미 나는 그들의 Familia였다. 실제로 남미계 아재들이 운영하는 정비소에 가서 차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고 수리를 해주셨는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하셔서 한국 아재들처럼 돈 가지고 씨름했던 경우나, 히스패닉 친구 가족네에 가서 친구 어머니가 계속 만들어주는 타코에 배가 터질 지경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 어머니들은 내 피부를 보며 관리 비법을 매번 묻고 하셔서 가끔씩 마스크팩과 홍삼을 보내드렸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휴스턴에 오마카세를 갔을 때, 일본 아재가 아시안인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인종차별주의자인가 싶었지만, 나중에 내가 한국인이고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에 신이 나셨는지 계속 서비스를 주면서 "이 광어는 한국 제주도산이야."라며 자랑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나가는 순간까지도 무료 쿠폰을 손에 쥐어 주시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 주는 일본 아재가 너무나 귀여웠다.


아무튼 내가 느낀 점은 미국에서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이러한 언어들을 익힐 수 있다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들도 나처럼 미국이라는 곳에 와서 정착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계셔서인지 마치 나를 가족처럼 챙겨주셨던 기억에 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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