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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Oct 10. 2023

미국에서 한국인과 밥 먹기가 어려운 이유

한국 사람이 더 불편할 때가 있다.

해피한 주말이 가고 주중이 와 버렸다. 10월 중순이 다가오다 보니, 어느샌가 날씨도 쌀쌀해졌다. 다른 지역에 사는 유학생이나 한국에 계시는 분들께는 내가 춥다 하면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플로리다도 남쪽이냐 북쪽이냐에 따라서 온도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오늘 아침 기온은 섭씨 14도로 미국 남부에서 삶을 살아오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꽤 추운 편이다. 실제로 학생들도 20도 안팎의 온도가 되면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다닌다. 가끔 오버쟁이들은 잠바를 입기도 하는데, 진짜 플로리다 남부 토박이이거나, 캘리에서 온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캘리포니아에서 온 학생들이 꽤 있는데, 온도와 환경 때문에 우리 학교로 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미국도 쿠로미가 인기다. 미국에서도 쿠로미의 인기를 실감하다니... 놀랍구먼

미팅이 있는 날이면 집에서 늦게 학교에 가는 편이다. 학교에 일찍 가고 싶다고 할지라도 In-person, 즉 대면 미팅이 아니라면 온라인 미팅을 해야 하는데, 온라인 미팅을 하기가 학교에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사무실이라고 불리는 내 개인 공간에서 하면 되지만 같이 방을 셰어 하는 다른 박사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나는 방에서 미팅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다른 학생들은 큰소리로 미팅을 하거나 전화를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성격상 그렇게 하는 것 조차가 싫다. 작년에도 우리 전공에서 연구를 해야 하는 전기공학과 석사생 중국인 친구 한 명이 매번 큰소리로 방에서 미팅을 하곤 했는데, 항상 나에게 큰소리로 말을 걸곤 했다.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나중에 얘기하자는 식으로 항상 밖에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했었다. 석사 졸업 마지막날 와서 자기가 매번 큰소리로 미팅을 하고 전화를 해서 미안했다며 말을 했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하나도 신경 안 써, 그냥 내가 매너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야."라며 말했다. 몇 번 내 물건을 훔쳐다가 사용하곤 했던 그 친구가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중국 친구들의 물건도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걸린 적도 있고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 말들을 자주 해왔기에 중국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왕따였었다. 돌이켜보면 아마 자존감이 낮았던 친구가 아닐까 싶다.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아무튼 미팅하기 전에는 아무 일도 손에 잘 잡히지가 않기 때문에 이메일 확인이나 고양이 밥 먹는 거 감시하기 등과 같이 의식의 흐름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곤 하는데, 마침 우리 전공 한국 교수님께 연락이 왔다. 우리 전공에는 한국인이라곤 나 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러 챙겨주시려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안 좋은 기억들 때문에 가진 약간의 트라우마로 한국인 교수님과의 약속이 다소 불편했다. 물론 교수님 입장에서는 좋은 마음으로 연락을 주셨지만 그저 내가 가진 기억들 속에 약간의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름의 오랜 미국 생활을 해오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던 부분 중 하나가 한국 아저씨나 아주머니께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식사를 핑계로 도움을 요구하시는 거였다. 처음에는 나를 위한다고 해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식사 자리에 앉자마자 필요한 부탁을 말씀하시다 보니,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때로는 이러한 점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원치 않은 식사자리에 가서 맛있게 밥을 먹는 척하며 항상 도와드렸었다. 그런 마음이 들면 안 되지만, 왠지 "밥을 먹었으니, 이거 해!"라는 느낌을 받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일부러 배가 부르다고 하고 도움을 드렸던 적도 꽤 있었다. 나는 그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지만 그들은 필요할 때만 나를 위한다는 핑계를 삼아 도움을 요청하시는 말투나 행동에 많이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항상 "가족"이나 "아들"같다는 말씀을 해주시곤 막상 식사자리에서 "도움"이나 "돈"을 요구하시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나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정말 이모와 삼촌 같은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그들은 내가 가난해서 밥을 사주시곤 뭔가 시킬 수 있는 사람을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실제로 연구로 일이 바빠 도움을 못 드린다고 죄송하다고 했을때,  "OO은 이제 돈이 많나보다, 그치?"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정도로 거지는 아닌데 말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든 한인분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경험한 아주 작은 개인적인 일들일뿐이다. 그럼에도 나도 사람인지라 한국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를 가질 때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기분이 좋은 편은 아니다. 뭔가 이제는 그저 한국 사람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다 보니, 최대한 개인이 바로 지불할 수 있는 차를 마시거나, 아니면 식사를 하더라도 웬만해서 내가 돈을 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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