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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Oct 22. 2023

어쩌다 보니 한식만 먹고 있네

한식당 요리사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오늘도 주말에 나와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머신러닝을 다루다 보면 산출물을 얻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끄적이고 있다. 어느새인가 벌써 이번 학기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11월에 있는 추수감사절, Thanks giving을 기점으로 학기가 마무리되는 편이다. 12월까지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사실상 11월 말 전에 모든 중요한 일들이 대부분 마무리가 된다. 나도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마무리하려고 하다 보니, 다소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연구가 재미있다 보니 주말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는 게 그렇게 싫지 않다.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재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도 그러한 아재가 되어버린가 아닐까 싶다.

소고기 무국, 명란 계란말이, 어묵볶음, 무생채 냠냠

나는 룸메들이랑 같이 밥을 해서 먹는 편이다. 사실 요리를 좋아하고 더러운 걸 내버려두지 못하는 성격인 나이기에 주로 내가 요리하고 집안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다행히도 룸메들도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 가끔 "갈릭이 너무 많잖아"라고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라서 어쩔 수 없다라며 그냥 먹으라고 한다. 사실 저래놓고 막상 맛있게 먹는다. 특히 이번주에는 보쌈을 해먹을 생각에 무생채를 만들었는데, 라이언이 쌈 싸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고 남은 김치 국물을 밥에 비벼 먹는 진을 보고서는 "내가 지금 한국인가" 싶었다. 아무튼 맛있게 먹어주는 친구들이 고맙고 그렇기에 자꾸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실 내가 만든 무생채는 내가 먹어봐도 너무 맛있었다.

아무리 한식을 맛있게 먹어준다고 해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이 룸메들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 진의 경우는 질리지도 않은지 소고기 고추장볶음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거의 매주 해달라고 하니, 마치 한국 남자들의 소울푸드인 제육볶음을 찾는 거와 비슷한 거 같다. 반대로 에이미는 야채와 정말 리얼 한식 그 잡채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고기 위주의 식단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행히도 라이언은 모든지 잘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결국 합의점에 이르기를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먹기로 했다. 문제는 진이 아주 picky 하다 보니, 겉으로는 다 맛있다고 해놓고 맛이 없으면 잘 먹질 않는다. 반대로 맛있으면 조용히 더 먹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해진다.

떡국을 좋아하지 않는 진 덕분에 잔반은 나의 몫이다.

술을 좋아하는 에이미와 라이언을 위해서 2주에 한 번씩은 소박하게 파티를 하곤 한다. 진 마저도 술을 좋아했다면 아마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같이 어울리기 위해서 가끔씩 같이 마시곤 한다. 솔직히 내가 반대 입장이라면 다소 섭섭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같이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문제는 소맥을 사랑하는 친구들이라 몇 잔 마시다 보면 피곤해서 나는 자러 들어간다. 이번주는 양념 치킨에 맥주를 먹기로 했으나, 결국 마무리는 소맥이었다. 직접 닭까지 튀기기엔 번거로움이 많으니 보통 덜 짠 브랜드의 치킨을 사서 양념을 만들어 같이 먹곤 한다. 

참고로 아무리 덜 짠 치킨을 찾고자 노력해도 일단 기본적으로 미국 치킨은 짜기 때문에 양념 소스를 만들 때 최대한 안 짜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간장을 넣어야 한다면 최대한 적게 넣거나 덜 짠 간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파파이스의 경우에는 각 지점마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코드를 웹사이트에서 받을 수 있는데, 이게 아주 괜찮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중국 박사생 친구가 알려줘서 덕분에 잘 애용하고 있다. 닭가슴살을 좋아하면 White meat을 달라고 하면 되지만 나는 다리랑 허벅지와 같은 Dark meat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주문과 동시에 잊어버려 그냥 White meat 위주로 받고 말았다. 결국 남은 치킨의 잔반 처리도 나의 몫이다.

양념 소스를 만들어서 먹으면 맛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어떤 간식 도둑이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 간식 봉투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구분하기 때문에 봉지가 열려있지 않더라도 찾아서 먹곤 한다. 우리 집 냥이들 중에서는 점프해서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냥이도 있기 때문에 자다가 갑자기 문 손잡이가 덜컹덜컹거리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간식을 찾아내어 밤에 몰래 먹었다.

아이스크림 추천받아서 사 먹어본 Talenti. 커피 향이 마지막에 다소 강한데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맛있다. 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먹고 밤에 못 잘 수도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가격은 미국 하겐다즈가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하겐다즈보다도 조금 비싼데 할인할 때 사면 가격이 비슷하다. 다만 통이 플라스틱이라 환경쟁이 나로서는 이번이 마지막 구매가 아닐까 싶다.

맛있지만 통이 플라스틱이라니!

미국 남부에 있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날씨이다. 날씨가 좋다 보니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조차도 기분이 좋다. 특히 해야 될 일이 다 끝나있는 상태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늘을 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주중에는 일정이 많다 보니 아침, 점심을 제때 챙겨 먹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늦은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먹곤 하는데 중국 친구랑 내가 좋아하는 버거집에 갔다. 나는 주로 현지애들이랑 어울리는 반면에 중국 친구들은 중국 커뮤니티가 크다 보니 중국 유학생들과 어울리는 편이다. 그래서 서로 아는 정보가 다르다 보니 자주 공유하는 편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맛집이다. 가게에 가면 누가 결제하냐를 가지고 가끔 싸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아시안인들이다. 저번에 나에게 치킨을 사주기도 하고 항상 모르는 걸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이기에 내가 오늘은 사기로 했다. 다행히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참고로 룸메들한테는 얘기를 안 했는데 왜냐하면 자기네들이랑 왜 안 갔냐고 삐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외식 냠냠

사무실에서 마저 할 일을 하고 늦게 집으로 갔더니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종종 누군가가 다가오는데 바로 고양이들과 룸메들이다. 설거지를 하는 소리를 듣고 반겨주러 오는 고양이들과 헤드폰을 낀 채 인사하러 나오는 룸메들이다. 그러면 나는 항상 엄마처럼 배고프지 않냐며 고양이들에게는 간식을 챙겨주고 룸메들에게는 야식을 만들어주곤 한다. 오늘은 저녁을 대충 먹었다는 룸메들을 위해서 간장 계란밥을 해주었다. 나름의 모양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괜히 더 지저분해진 거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글을 다 써가는데도 아직도 머신러닝은 끝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괜히 더 지저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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