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유럽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망하게 했는가? »
«서유럽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배반했는가? »
최근 프랑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쟁할 생각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지키지도 않을 약속으로 우크라이나를 전쟁으로 밀어 넣고
미국만 바라보며 방관했다. 전쟁은 패배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서유럽에 있다.
우크라이나만 망한 것이 아니다 서유럽도 망했다.
전문가들은 왜 이렇게 단언하는 것일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며칠만에 러시아와 협상하고 싶어했다.
러시아도 철수를 준비를 했다. 그러나 영국 수상 보리스 존슨이 키예프로 달려가 협상을 막았다.
무제한 지원을 약속했다. NATO와 미국이 뒤에 있을 것이다. 계속하라. 전쟁은 계속되었다. 우크라이나는 NATO 방위군이 도와준다면 몇 주 만에 러시아 군대가 물러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유럽은 와서 함께 전쟁을 해줄 것처럼 말했지만 NATO 군대는 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다시 한 번 협상하려고 했다. 또 막았다.
미국과 함께 서유럽이 약속했던 « 무제한 지원 »은 « 가능한 한도 내에서 »로 바뀌었다.
« 속았다. »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미 작년부터 그렇게 보도했다.
서유럽은 러시아를 과소 평가했다. 경제 제재만으로 러시아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러시아 경제는 파산할 것이다. » 프랑스 경제부 장관의 인터뷰는 경솔했던 서유럽의 입장을 보여 준다.
정확한 정보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건만 알려고 하지 않았다.
경제 제재는 효과가 없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경제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다.
2014년부터 실질적으로 경제 제재 아래 있었다. 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중립국 스위스가 러시아의 자금을 동결했다고 감격했지만
그 효과는 바라던 것과 거리가 멀었다. 러시아는 스위스 은행 대신 중국 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
러시아 경제의 4~5%를 차지하고 있던 위안화의 비중이 45%로 증가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경제력은 오히려 좋아졌다.
외국 기업이 철수하면서 남겨진 공백을 러시아 자국 기업들이 채웠다. 산업이 활성화되었다.
직간접으로 전쟁 관련 분야를 정부가 지원해서 소비가 늘었다.
2023년 한 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5%였다. 서유럽이 바라 듯 러시아 경제가 망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서유럽은 카드를 잘못 쓴 것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패배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조건이 모여 있었다. »
우크라이나 군대는 대단히 취약했다. 정규군, 비정규군, 외국인, 자원 입대자 등으로
구성이 복잡했고 전쟁이 진행되면서 급히 늘어난 병력이 더해져 결속이 어려웠다.
일관성 있는 작전을 수립하고 수행할 수 없었다. 무기도 마찬가지였다.
구 소련 시대 물려 받은 무기부터 나토군이 제공하는 무기까지 잡다했다.
NATO 가입국들이 보내준 무기들은 기능 측면에서 상황에 맞지 않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어떤 전쟁을 하게 될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70년 동안 서유럽은 전쟁을 한 적이 없었다.
국제협력 차원의 군사 작전만 했을 뿐이었다. 공군도 없고 포대도 없이 소수 엘리트
군이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수행했던 대 테러전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처럼 강도 높은 전면전의 경험도 잊은 지 오래 되었고
사용하는 무기나 장비를 생산할 능력도 상실한지 오래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보다 더 나쁜 상태가 되었다.
산업시설은 파괴되었고 경제는 와해되었다. 인구는 심각한 수준으로 줄었다.
전쟁 전 이미 중산층의 대규모 이탈로 파산 직전이었는데,
800만이 서유럽으로 떠나고, 250만이 러시아로 떠났다. 그들은 귀환하지 않을 것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국가는 위기를 맞을 것이고, 차후 50년 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종전 협상 과정에서 영토의 40%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서유럽과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보지 않았다. 러시아의 힘을 뺀다는 생각뿐이었다.
러시아를 분열시키고 약화시켜 중국의 배후 세력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 돕다가 같이 망하면 더 바람직한 결과가 될 것이었다.
미 국방성 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은 피를 흘리지 않고 러시아를 약화시킬 수 있는 투자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은 계산하지 않는 냉소적인 태도였다.
목표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미국으로서는 이득이 없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것이 미국의 생각이었다. 실제 미국 경제는 나아졌다.
게다가 전쟁으로 유럽의 무기고가 비워졌으니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미국 군수산업은 활황을 맞을 것이다.
서유럽은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큰 손해를 보았다.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 비율이 상승했다. 2014년 러시아 경제 제재 때에 러시아만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도 그만큼 손해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더 심하다. 러시아로부터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독일 산업은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미국이 실시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또 다시 타격을 받았다.
2023년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0.5%였다. 2024년에는 0.2%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유럽은 미국에 끌려 다닌 것 외에 한 것이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맺은 ‘민스크협약’을 지키게 해 러시아어권이 언어를 지키고
자치를 할 수 있게 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켰다.
그것도 미국-영국-폴란드 세 나라가 그렇게 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유럽연합 국가도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손을 놓고 있었다. 자신들의 운명을 외부 세력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우크라이나가 NATO에 들어가 러시아 쪽 국경에 미국제 미사일을 설치하면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지만 서유럽은 무시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 더 이상 전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분명한 메시지에도 서유럽은 귀를 막았다. 미국은 이미 작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산 착오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서유럽은 그것도 못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 고립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얼마나 무기력 한지 뼈 아프게 자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출처 : 전문가 인터뷰 : 쟈크 보(Jacques BAUD: 스위스 군 출신 나토 전략 분석가, 테러 및 정보 전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저서 4권 출판), 카롤린 갈락테로스(Caroline Galactéros : 지정학자), 쟈크 사피르(Jacques Sapir : 러시아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