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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e Park Nov 18. 2022

회사가 허락한 합법적 승객 놀이

플라이두바이 승무원의 비행 일기


/이번 달 가장 기다리던 스케줄이 있었다.


'데드 헤딩'


데드 헤딩은 승객으로 가장하여 듀티에 임하는 것인데 아스타나(누르술탄) 스케줄에서 두바이로 돌아올 때 데드 헤딩에 당첨되었다. 보통 아스타나로 가는 비행은 턴어라운드 아니면 레이오버인데 어김없이 나는 턴어라운드에 당첨이 되었고, 회사에서 이런 나를 조금은 불쌍하게 여긴 것인지 데드 헤딩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셨다.



/두바이 - 아스타나로 향하는 비행 또한 많은 승객분들이 타질 않아 일하는 데 있어 무리는 없었다.

다만, 승객들과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한 것이 있다면, 좌석 중 비상구열 좌석과 맨 앞 열 좌석이 extra leg seat으로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경우 좌석에 앉아 조금은 편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다.

보딩이 시작될 때 해당 좌석의 경우 추가 요금에 대한 메시지 카드를 좌석에 두고 승객분들께서 확인을 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좌석이 아닌 조금이라도 넓어 보이는 곳에 임의로 좌석을 차지하고 모르쇠를 일관하며 승무원들이 자신을 그냥 지나쳐 가주길 바라는 승객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해당 좌석들에 승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얄짤없이 단호하게 추가 요금에 대한 지불의사가 없을 경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줄 것을 요청드린다. 간혹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을 하면서 뻔뻔하게 넘어가려는 승객이 있는데 이미 메시지 카드에 영어, 아랍어, 러시아 어 등 여러 언어로 설명이 되어있으며, 그것도 통하지 않을 때 나는 보딩패스를 보여달라고 쐐기를 박으며 승객들이 반박하지 못하게 한다.



이번 비행에서도 출발하자마자 자신의 자리가 아닌 조금이라도 편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은 전쟁이 시작되었고 나는 서비스를 하며 승객들에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주길 혹은 추가 요금을 통해 비행을 즐겨주길 요청했다. 추가 요금을 내는 승객이 있는 반면 자신이 몸이 좋지 않아 잠시 여기 앉아 있으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몸이 아픈 승객은 더욱더 비상구 열 좌석에 앉을 수가 없다. 비상구 열 좌석에 앉는 경우 자신이 비상시에 승무원을 도와 승객들의 탈출을 해내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좌석에 아픈 사람을 앉힌다는 것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승객들에게 이 좌석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면 다른 비어진 좌석에 승객들을 앉히고 조금이라도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어 자주 승객을 체크함으로써 "내가 당신을 열심히 케어하고 있어요"라는 마음을 열심히 전한다. 이렇게 하는 경우 좌석 변경에 대한 클레임은 줄어들고 어느새 잠들어 있는 승객을 발견하고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오늘도 해내었구나 하고 가벼운 숨을 쉬어본다.

/어느새 겨울이 코끝에 와있었다.


두바이에 살다 보면 한없이 덥고 건조하고 습함을 반복하다 보니 계절감이라 것을 느낄 수 없는데, 특히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겨울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으니 호주에서 5년을 살아온 나에겐 썸머 크리스마스는 아주 익숙한 연말이다. 아스타나에 도착하니 도어에서 가까운 점프 씻에 앉아있던 나는 발목에서부터 찬 기운이 느껴졌다. 정말 겨울이 왔다고 느껴졌고, 옆에 있던 사무장은 나에게 지금 바깥 온도는 -5 정도라고 하며 눈이 온다고 했다. 정말 그러했다. 눈이 오고 있었고, 바람은 쌩하고 불어 눈보라가 살짝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겨울이 온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똑 똑'


지상직 직원의 신호에 따라 나는 승객들이 하기 할 수 있게 문을 열었고 그때 찬바람이 쌩 불면서 나의 첫겨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살짝살짝 캐빈 안으로 들어오려다 녹아드는 눈에 더움만 가득하던 나의 코끝은 어느새 겨울을 느끼고 있었다. 찬 공기와 스며드는 으슬거림에 겨울에 태어난 나는 신이 나서 캐빈을 둠칫 거리며 즐겁게 포스트 플라잇 체크를 마쳤다.


/ 데드 헤딩의 시작이다.


플라이두바이의 경우 비즈니스 좌석이 비는 경우 데드 헤딩 승무원들이 그 좌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데드 헤딩을 하는 동안 IFE, 밀 서비스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지만 승객과도 같은 포지션으로 있는 것이다. 물론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복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승무원임을 나타내 주어야 한다. 이번 비행기의 경우 MAX8이었고, 플렛 배드를 가진 비즈니스 석이었기 때문에 나는 4시간 30분의 비행을 열심히 누워서 올 수 있었다. 처음 데드 헤딩에 한껏 들떠 있는 나를 보고 같이 일하던 크루는 오늘 처음 데드 헤딩이라서 너 완전 신나 보인다며 나를 귀엽게 여겨줬고, 나는 많이 즐거운 경우 표정을 감출 수 없고, 몸에서도 감출 수 없이 표현이 터져 나오는 ENFJ/P이기 때문에 열심히 나의 감정을 표출했다.


데드 헤딩을 하기 위해 가져온 아이패드에 담긴 책을 열심히 읽는 와중 비행기는 출발을 하였고, 플렛 베드를 오랜만에 경험해 볼까 하고 누워있던 와중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도착하기 직전 깨어났다. 열심히 다 즐겨야지 했던 나의 계획은 잠으로써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너무 개운하게 잠을 자서 괜찮았고, 회사에서 시켜준 합법적 농땡이에 이런 맛에도 승무원을 하는구나라며 이 직업의 매력을 한 번 더 느끼게 해 주었다.


/도착 전에 두바이의 전경을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데, 이전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보았던 풍경이


이번에 만큼은 다르게 느껴졌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도시. 모든 것이 정형화되어있으며, 인간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이며 파괴할 수 있는 존재라는 심오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늘에서 보는 두바이는 정말 딱딱 선을 그어놓고 그 안에 집이라는 그림을 그려놓은 것 마냥 일정했고 정확했다.


또 사막 한가운데 뜬금없이 있는 수영장, 정원, 녹색지대를 보면서 없을 무에 가까운 사막도시를 지금의 화려함으로 가득 채운 인간의 노력 그리고 욕망들이 한 번에 담겨 있어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또 한 번 다른 욕심을 가지게 만드는 이 도시 매력적이나, 위험하고,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이곳은 두바이였고 나는 그 세상과 나의 환경을 즐기는 두바이 승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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