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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e Park Nov 15. 2022

아픈 것은 아픈거에요

플라이두바이 승무원의 비행일기


/ 하루 종일 피곤하지 않아 잠이 오질 않고 시간은 더디게 가 차라리 빨리 비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며 하는 날이 있다. 이번 비행은 바레인이었다. 두바이에서 바레인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짧은 비행시간을 가지고 있어 순식간에 서비스가 끝나는 비행이다.


출근을 하기 전 비행 스케줄 변경 알림이 떠 확인해 보니 737MAX 기종으로 운항 예정이었으나 737-800으로 기종이 변경된 것을 보았다. MAX는 새 기종이기 때문에 일하는 환경이 쾌적하나 후자는 플라이두바이와 함께 역사를 써온 기종이라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두바이에서 바레인까지 승객 이코노미 29명, 돌아올 때 비즈니스 2명 그리고 이코노미 80명"


기종 변경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승객 로드를 확인했는데 처음 보는 숫자였다.

대부분의 비행이 만석 또는 그에 준하는 비행이었는데 모든 비행 일정에 100명이 채 되지 않은 승객들과 함께하는 비행이라니 그저 숫자만 들었음에도 신이 났고 만나지도 않은 승객들을 얼른 만나고 싶었다.

순조롭기만 할 줄 알았던 비행이라고 생각하며 앞날은 예상하지 못한 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 승객들의 탑승이 시작되었다.

30명의 승객들의 탑승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 명의 휠체어가 필요한 승객이 마지막 즈음에 탑승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려는 그 순간


"17D 좌석 승객 상태가 좋지 않은 거 같은데 파나돌이 필요하대"


함께 비행하는 아라빅 스피커의 크루가 나와 사무장이 있는 쪽으로 오면서 한 말이다.

순간 휠체어를 타고 와 이동하던 승객의 얼굴이 스쳤다. 창백한 얼굴과 어딘가 불편해 보였던 것이 생각이 났다. 설마,, 그 승객일까 했다.


"어디가 아픈데? 내가 가서 먼저 확인해 볼게"

사무장은 한참 보딩을 준비하던 와중 빠르게 승객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고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지상직 스태프가 전해주는 서류들을 포함하여 이륙에 필요한 추가적인 과정들을 진행하기 위해서 사무장이 필요하기에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말한 승객 지금 자신이 너무 어지럽고 어깨가 아프고 몸이 안 좋다는데? 저런 상태면 우리 이륙할 수 없어. 우선 상황을 캡틴한테 말할게" 라는 말을 남기며 황급히 칵핏에 들어가 캡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멀리서 아프다던 승객을 확인해 보니 내가 생각한 그 승객이 맞았다.


캡틴은 승객의 의지대로 이륙을 강행하는 경우 10000ft 이상 올라갔을 때 누구도 그 이후를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절대 긍정적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메드링크'에 연락을 해 승객의 상황을 말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


승객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아라빅승객이었기 때문에 우리 크루 중 아라빅 스피커가 승객의 모든 내용을 듣고 사무장에게 전달을 하고 사무장을 해당 내용을 메드링크에 연락을 해서 답변을 얻었다.


"비행 불가"


네 글자가 메드링크를통해 전달되었고 트레이닝에서 글로만 배웠던 'OFF LOAD'를 눈앞에서 보는 상황이 펼쳐졌다. 아라빅스피커 크루는 해당 승객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당신이 현재 우리와 함께 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 승객은 우리의 말에 일절 듣지 않았고 자신은 사실 괜찮으며 고작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비행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기엔 이미 얼굴을 창백해져있었으며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질 못해 비행기 벽에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이 말과 행동이 너무 달랐다. 승객이 스스로 말하기가 어려워 승객의 동생이 대신하여 말을 전달하는 상황이었다.


지속적으로 캡틴과 사무장 그리고 메드링크가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와중 메드링크에서 직접 승객의 상태를 확인하기위해 비행기에 탑승했고 혈압검사 및 아픈 부위를 확인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녀를 설득해야만 다른 승객들이 이륙의 가능해지기 때문에 모든 인력을 동원해 그녀에게 오프로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지만 승객은 계속 비행해도 괜찮다. 자신의 집에 의료기가 있어서 집에서 치료하면 된다는 말이 되지 않은 고집을 부리며 기내에 남겠다는 의지와 같은 억지가 더욱 심해졌고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해져 두바이 경찰과 경찰서장이 기내로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찰이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우리에게 말하기를

"그냥 저 승객이랑 비행하지 그래? 자기가 괜찮다고 하는데? 그리고 여자라서 우리가 함부로 무력을 가하기도 힘들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공권력을 가진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결국 경찰도 그 승객이 비행기를 떠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NCC(Network Control Centre)까지 상황이 전달되었고, 그 승객이 스스로 오프로드 하지 않는다면 모든 승객들을 다 기내에서 오프로드 시켜야 한다고 말을 들었다. 이번에 알게 된 내용은 기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대부분은 NCC에서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으며 NCC의 결정이 최종 결정임이며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을 해당 승객에게 말을 하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 고집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알았는지 몸을 일으키며 자신이 내리겠다고 하였고, 하기하는 동안 모든 승객들에게 스스로 사과를 하며 한 시간이 넘는 대치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고 바레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륙을 할 수 있었다.



/ 추가적인 내용을 더 남겨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픈 승객의 동생의 행동이었다.

자신의 언니가 아픈데도 처음부터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계속

알 수 없는 아라빅을 말하며 웃었고, 심지어 경찰까지 오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몇 마디 말을 하며 감정에 호소를 하는 것 같더니 앞쪽 문 앞에서 승객 전체를 확인하기 위해 서있던 나에게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천을 걷으면서 "l like your face and eyes and you are very cute and beautiful"라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정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크루에게는 자신이 배가 고픈데 먹을 음식이 있냐고 하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또한 내 눈빛에서 물음표를 남길 수밖에 없게 하였고, 순간적으로 언니가 아픈데도 밥을 찾고 있는 것에 실소를 할 뻔하였다. 더불어 아픈 승객이 앰뷸런스로 걸음을 옮길 때 동생에게 당신도 승객과 함께 하기 하여 치료 후 다음 비행기를 타겠냐고 하니 자신은 바레인에 가야 한다며 아픈 언니에게 몇 마디를 나눈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알 수 없는 눈웃음을 나에게 보냈다.

참,,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이었다.

/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승무원이 1차적으로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그 이후 필요한 과정을 따른다.

그렇기에 승무원은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서비스인이 아닌 승객의 안전과 기내의 보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이유 없는 오프로드는 없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승객의 상태를 확인하여 그들이 'FIT TO FLY'가 맞는지를 확인한다. 비행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확인했을 땐 승객의 안전을 위해 '메드링크(의료센터)'를 통해

승객의 상태를 설명하고 그들의 조언 및 지시에 따라 승객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이번처럼 비행을 감행했을 때 승객의 상태가 심각해질 것이라 판단이 되는 경우는 오프로드라는 결정을 통해 우선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Security and Safety"


승무원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며 승무원의 책임감 중 당연 0순위인 단어들이다. 그렇기에 이번 결정 또한 승객의 안전을 생각한 이유이고,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 오히려 승객의 안전과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당신의 목숨과 안전보다 아까운 것은 없으며 소중한 것도 없다."


미래의 승객들에게 한가지를 말하자면 자신의 티켓값이 아까워 아픈 것을 참고 비행을 감행했을 때 하늘에서는 땅에서 가능한 것들이 줄어들고 처치가 가능했던 것들이 어려워질지 모른다.


그렇기에 세르반테스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불가능한 것을 가지려 고집하면 가능한 것까지도 거부당한다"



- Safety and security is the first by Je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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