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체국 갈 일이 있었다.
차 타고 가기엔 가깝고 걸어가기엔 애매한 거리.
어떻게 할지 고민만 하다 반나절이 지났다.
어딘가를 갈 때 가장 힘든 코스는
소파에서 현관 까지라는 말이 진짜다.
생각 끝에 오랜만에 걷기로 했다.
막상.
현관에서 벗어나니 기분도 좋고 바람도 좋았다.
한참을 콩콩 신나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 눈이다?라는 기분이. 들어
하나. 둘. 셋 처음엔 볼. 이마에 닿는 눈이 시원했는데
그것도 잠시
내리는 눈이 내 눈을 가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다행히도 나에겐 작은 우산이 있어
얼른 몸을 구겨 넣을 수 있었다.
그러자 펑펑 쏟아지는 눈이 왠지 개운하게 느껴졌다.
지저분한 것들을 가려주되
그 형태는 유지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었다
그리고 눈은 어디든 공평하게 내리고 있었다.
나뭇가지, 땅, 벽 등 골고루 말이다.
내린 눈이 어떤 모양으로 자리 잡을지는
이제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계속)
#책과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