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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연 Jan 11. 2022

낙엽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숨쉬는 것 같았다

가을

낙엽이 길 한 모퉁이에 뒤엉켜있었다.

예전에 나라면 그냥 청소해 놓은 건가보다. 라는 생각을 한 채 스쳐 지나갔을텐데..


요즘 낙엽을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상하게 나는 그 낙엽더미를 보며 장례식장이 떠올랐다.


장례식장에 들어섰을 때

‘아이고 아이고 이 사람, 평생을 고생만 하다,

이제 잘 되려고 하는데 가버렸네, 아이고, 아이고 이 사람, 불쌍해서 어떻게 해..’


라며 땅을 치며 울부짖는 어른들을 보곤 했었다.


종이보다 더 얇은 그 나뭇잎은 실보다 얇은 잎자루에 의지 한 채

홀로 나무 몸통에 매달려 바람, 햇빛, 비를 견뎌냈다.


그들은 같은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서로를 향한 말로 격려, 위로, 축하를 건냈다.


‘우리가 잎이라서 말할 수 있는 입만 있나봐.’


라는 말장난을 하다가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말 뿐이라 미안해. 라는 시무룩한 인사를 건내며 서로를 멀리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용기 내어 손을 내미는 순간,

그 작디 작은 이파리 온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저 손 한번 잡아보고 싶었던 것 뿐 이었는데....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를 보던 또 다른 잎이 그를 향해 몸을 던졌다.

바람은 용기 낸 그들을 포근히 감싸 안아 내려주었다.

드디어 만났다. 내 몸과 너의 몸이 맞닿았다.    


우리를 바라보던 수 많은 이파리들이 몸을 내던졌다

.

그 중에 누군가는 본인의 의지로 나무 몸통에서 자기를 끊어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의지와 상관없이 어영부영하다 기운이 떨어져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우두커니 떨어져가는 그들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저 손 한번 맞잡아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내가 바람에 몸을 내맡기는 순간, 나를 부르던 이름도 날려버렸다.

단풍, 은행, 플라타너스,


우리는 낙엽이라는 하나된 이름으로 만났다.


함께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좋았고,

내 몸이 뜯겨지고, 구멍이 나는 것을 보면서도

나를 찾아가는 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온전한 내 몸이 있을 때보다 더 좋았다.

구멍난 몸통으로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 좋다.


이렇게 점점 내 몸이 바스라져 작아질수록 숨이 거칠어질수록

이상하리만큼 내가 펄떡이며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내 몸이 나인지, 네 몸이 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뒤섞였을 때

온전해지는 날 것 그대로의 내 느낌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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