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木神)의 눈물을 닦아 주며

by 운형 최진태

■한산신문

《목신(木神)*의 눈물을 닦아 주며》



그대는 마을의 상징 뿌리 깃발 기념탑인 것을/

살아있는 시요 그림 음악 역사인 것을/

영원히 시들지 않는 추억 속 꿈의 나무인 것을/

잊을 수 없는 불멸의 풍경화 한 폭인 것을/

부디 새 순 돋아 생명의 불꽃 다시 피워

주옵시길


*성묘차 들린 고향마을, 사천군 용현면 신복리 관동마을 입구에 서있는, 수백년 된 느티나무가

토르소(torso)마냥 몸통만 남겨진 채 싹둑 잘려나간 것에 분개하며 애통한 심정으로 이 글을 씀


[시작(詩作)노트]


추석 성묘차 들린 고향 마을에서 아래쪽 몸통만 남긴 채 싹둑 잘려나간

토르소(torso)같은 당산목 느티나무를 보며 아연실색 했다.

어느날, 근처에 사당을 짓는다고 옴짝달싹 못하게 숨이 턱턱 막히게 온 사방을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치더

니만, 이제는 무슨 이유였던간에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죽이려 달려들고 있다.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는 당산목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살아있는 신목(神木)을 살피고 돌보는 것도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거늘.

당산나무는 그냥 한 그루 나무로써 존재한다기 보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정서의 가지를 뻗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고향을 떠났던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고 짙은 향수를 느끼며, 마을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이 나무이다.


특히 수백년간 자란 당산목

느티나무가 조석으로 느끼던 하늘과 구름ㆍ별ㆍ바람ㆍ새소리ㆍ꽃향기와 산등성 위에서 떠올랐다가 산등선 너머로 사라지는 까치노을, 천지를 뒤 울리던 뇌성벽락을 감내하던 속 깊은 연륜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쉼터를 주고, 안식을 주는 것 이외에도 마음과 정신의 세계에 까지도 어떤 신비로운 신앙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당산나무는 곧 그 마을의 얼굴이며, 그가 서 있는 곳이 바로 마을의 중심처럼 느껴진다.

수백년간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그 마을의 흥망성쇠와 희노애락의 세간살이를 지켜보며 하 많고 많은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을테니까.

그러므로 당산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인 동시에 한국인의 마음에 자리잡은, 한국의 자연을 은은한 내재율로 받아들인 목신(木神)이라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리를 내린 잊을 수 없는 불멸의 풍경화이다.

목울대까지 그리움과 한국의 서정을 불러 일으키는 풍경화 한폭을 평생동안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복되고 은혜로운 일인가. 추억 속의 오색 무지개가 아닐까. 당산나무는 바로 고향의 뿌리이며, 지워지지 않는 인생의 주름이요 서정의 공간이다.

천지신명이시여? 부디 이 당산나무를 지켜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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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흐름, 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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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흐름,2024.4) 저자, 시인ㆍ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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