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
[추억의 악기 하모니카]
《징하다* 그 사랑 한 번》
/최진태
태초의 생명의 소리/
산자는 들으소서/
곡조로 펼쳐보이는 원초적 인간 숨결/
혀와 입술 정교하게 놀려야/
비로 이루어지는 열정적 사랑
*징그럽다의 방언(전남), 속이 저릿하도록 한 번 울리다
*'코드하모니카' 연주자(최진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서 전장의 고요 속에서 울리는 애잔한 하모니카 음률에 병사들은 전쟁이란 것 조차 잊고 넋을 잃은채 그 소리에 도취된다. 그 와중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참호 속을 날아간다. 나비를 잡으려 손을 뻗치는 순간 ‘탕’소리와 함께 병사는 쓰러진다. 저격병의 총에 맞은 것이다.
프로방스의 한적한 시골 농가에 상속받은 땅을 일구기 위해 돌아온 장은 그림같은 전원 풍경에 만족해 하며 하모니카를 분다. 그 가냘픈 선율에 맞춰 한 때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이다. 영화 끌로드 베리의 ‘마농의 샘’에 나오는 장면이다.
날숨과 들숨으로 빚어내는 화음이여서 그럴까 하모니카의 멜로디는 경쾌하면서도 애잔하다. 기원전 중국에서 만든 대나무 쉥(sheng)의 울림도 유사했을 것 같다. 하모니카 연주는 여러 소리가 섞여 불협화음일지라도 흐르고 흐르면서 찾아낸 하나의 맑은 물줄기이며 자연스런 몸 소리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하모니카로 직접 불어 느끼는 충만감, 내가 사냥한 햇볕을 누군가에게 환원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모니카 배움의 여정엔 넘어야 할 많은 봉우리가 놓여 있다.
한 곡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개인 연습과 화합의 마음이 쌓여야 하는지 연주해 본 사람은 안다. 하모니카 음악과 연주가 이렇게 멋지고 하모니카 세계가 한없이 넓음을 본다. 하모니카로 독주 중주 합주 등 다양하고 품격있는 음악을 구사할 수 있음에 또 한번 놀란다. 심지어 베토벤의 '운명'까지 연주할 정도이다.
때론 하모니카 음률을 들으며 흘러간 노래를 연주하면서 과거로 회귀함을 경험한다. 그 곡 하나로 수많은 추억이 되살아 나는 신비로움을 맛보게 된다. 하모니카 작은 두 구멍이 가락 맞춰 숨을 불고 마시면 온세상 소리가 깨어난다. 은빛 소리와 영혼이 만나는 접점이다. 연주자의 숨을 악기로 불면 새로운 바람이 다시 세상과 만난다.
성악가가 입안에서 높낮이며 빠르기며 공명을 조절하여 음악을 만들어 내듯이 하모니카 연주는 입안이나 몸에서 모든 음악을 만들어서 들려준다. 또한 음악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악가가 얼굴 표정, 손 놀림, 어깨 들썩임, 발 구름 등으로 음악을 보여주듯이 하모니카 연주 또한 고개의 까딱거림, 어깨의 추스림, 몸 흔들기, 발 구르기 등으로 음악을 보여 준다.
연인들이 키스를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정서적인 느낌을 가장 끝까지 다가가 보고 싶기 때문이란다. 인체 생리학적으로 보면 손가락보다 입술보다 감각소체가 발달된 부분이 혀라고 한다. 그래서 키스를 함으로써 극히 예민하게 서로간의 관계를 느끼려 한다는 것이다.
하모니카 연주는 혀와 입술을 정교하게 그리고 거의 핥듯이 사용하여 바이브레이션, 베이스 주법을 구사하게 되니 하모니카야 말로 참으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랑를 표현하는 악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모니카 사랑은 곧 열정적 사랑의 대리 행위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하모니카는 작은 몸집에 비해 피아졸라의 탱고와 어려운 팝까지 두루 연주 할수 있어 ‘작은 오케스트라’로도 불린다.
하지만 어릴적 뒷동산에서 ‘고향의 봄’을 불던 추억이 더욱 아릿하게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샹송 ‘파리의 다리 밑’이나 ‘고엽’ 한번 들어보면 그 애틋하고 정겨운 매력에 더욱 푹 빠지게 될 것이다.
《하모니카 찬가》
/최진태
연주시엔/
사람의 들숨 날숨과 거의 일치 한다는
악기/
그래서 사람들과/
가장 친화적이고 자연스럽게/어울린다는 실용 악기/
두손 안에 꼭 들어오는 이 악기에서/
온 세상의 소리/
온 우주의 소리/
온 영혼의 소리가 연출된다/
실로 오묘하기 이를데 없고/
불가사의하기까지 한 악기/
소담하지만 어느 악기보다/
아름다운 음률을/
뿜어낼 수 있다는 악기/
바이올린 오보에 색소폰 아코디언 음까지/
모두 담겨 있다는 악기/
겉으로는 허술하기 그지 없어 보이나/속 깊고 알 꽉 찬 악기/
쉽게 보았다간 낭패보는 악기/
허허실실 외유내강의 표상이다/
연륜이 있는 분들에겐/
어릴적 추억과 향수 한 자락씩/간직하고 있다는 악기/
여리다 그러나 단단하다/
작다 그러나 크디 큰 악기/
하모니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