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22

by rainon 김승진

아픈 하루 끝 꿈에 피어나라


빗물에 부서진 햇빛

일곱 조각 찬란하듯


산산조각 깨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다시 아름다움


오늘 아팠을 네 눈물

마른 베갯잇 끝 살짝


토닥토닥 무지개가

어루만져 내려앉길


거울을 깨다.


덮인 먼지 닦아내니

더 선명해진

초라함


민망하구나 고개 돌린

한참의 웅크림도 지칠 무렵


비치는 것이

그대로의 모두는 아니라며


......

거울이 깨지고


파편의 아지랑이 타고

신기루 흩어진 자리에


부끄러울 이유 벗어두고


아무도 모를 혼자 웃음 속

일어서서

걸어간다.


세상의 천장


새벽, 소스라치는 아픔은

팔자에 부디 없기를 바랐던

응급실을

오늘의 팔자로 만들었다.


온종일 쳐다본 건, 천장 셋.


사이렌 소리에 잠긴

구급차 천장 보다가

들것에 실려 내린

응급실 천장 마름모 타일 옆으로

진통제 링거 방울방울 세다가

깨고 나서 다시 집,

불 꺼진 방 침대에 누워 바라본 천장까지

죄다 회색빛


천장들에 가로막혀 모르고 지나친

오늘, 세상의 천장은

눈부셨다고 한다.


네 살 천사와 풀꽃 송이 여섯의 미소를

그 안에서 마음껏 빛나도록

지켜 감싸 안은


오늘, 구름 거니는 하늘은

눈물 겹도록 찬란한 푸르름이었다.


백 년의 침묵


시간의 자취를

껍데기에 감싸 안고


여름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

향기에 취해

여기, 조용히


별빛을 대지에 심다.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산울림 -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에 더하다.


4월이니까.

하늘은 맑았다.

봄바람이 밀어주는 구름 미끄럼 타고

1년 중 가장 멋진 태양이 그 맑음 속 누벼 헤엄쳤다.


눈이 부셔서

어차피 눈물은 났을 것이다.

봄의 절정이 뭇 살아있는 것들의 탄성 즐기며

땅 위 모든 생명에게,

맘껏 그를 마시라 허락하던 날

어차피 눈물은 났을 것이다.


봄이 춤출 적에

나무 관(棺)을 살라먹는 불꽃도 덩달아 춤추던

봄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이라서

어차피 눈물은 났을 것이다.


떠나보냄의 순간보다 더 아픈 것.

떠나보냄의 순간을 뒤로하고 떠나야만 한다는 것.


봄의 축제, 그 불꽃이 서쪽 하늘로 잦아드는

초저녁 집 앞 골목길.

무너져 내리는 가슴에 다시 폭우 쏟아질 적에도

끝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돌아가는 뒷모습에 안녕!

듣지 못할 인사를 영원 속으로 목놓아 던진 그날.

그토록 찬란하던 하늘 아래,

그 사람, 멀리 하늘 소풍 가던 날.

어차피 눈물은 났을 것이다.

4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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