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Sep 1. 2021
그래도, 삶은 축복
하늘의 색깔 궁금했던 잡초 씨앗이
쪼개지는 아픔 견디고 틔운 싹.
키보다 높은 흙더미 간신히 헤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가로막은 보도블록 돌덩이
틈을 찾아 다시 어둠과 싸운 끝으로
드디어 열린
하늘.
숨들여 크게 마시다
시도 때도 없이 구둣발에 밟혀도
나는 괜찮을래.
해가 저물면 발길 뜸해지겠지.
그럼 나
까만 하늘 숨결이 안고 내려올
어제보다 조금 커졌을 달빛 바라보며
또다시 흐뭇하며
끝없이 감사할래.
달걀을 품은 라면이 하는 말
아주아주 늦게 이제야 알 것 같으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마음 곳간이 빈 것 아니외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이미 다 가졌소 난,
더는 바라는 것 없어요.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것이
가난한 것이라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마음 더 채울 빈자리가
가난하단 소리요.
그리하여 내 가난한 마음은
이토록 가득하여
행복합니다.
6월(流月)... 흐르는 달
아직 장마 전인데
이미 젖은 하늘가
무엇 그리 서러워서
밤은 이리 촉촉하나
새들도 잠든 한밤에
잠들지 못한 누군가
아무도 모를 슬픔
살펴서 안아 주려
유월의 밤... 위로... 慰勞
흐르는 달... 유월... 流月
야근 뒤, 회사 앞
달 닮은 가로등 빛에
미쳐버린 자태로 파들거리는 봄단풍.
지쳐버린 두 눈 씻어주는
너.
참 고맙다.
두 가지 향기
<오태호 - 두 가지 향기>에 더하다.
새벽 두 시, 편의점, 캔맥주.
비에 젖은 담배에 불을 붙이자
치지직 독한 타르향,
함께 타드는 것은 눈물 고인 심장.
계절이 남기는 아픔이
계절에 젖었던 환희를
무심히도 짓밟고 나면,
기억의 꼬리에 새겨진
향기는
계절에 스며 숨어 있다가
지구가 한 바퀴를 더 돌면
기다렸다는 듯이 또
계절의 냄새로 가슴을 후비겠지.
몽롱한 장마, 빗물 향기 사이로 번지는
네 머리카락 샴푸향.
떨쳐낼 수 없는 두 가지 향기를
떨치려, 타르향으로 덮어버리려
비에 젖은 담배에 또
불을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