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19

by rainon 김승진

다리를 기다리는 다리


한 뼘 앞 마주 보며

너와 나, 우리가

닿을 수는 없음이 숙명

이어서, 그래서, 너와 나

오후 햇살에 젖은

두 애틋함 만나게

왼발 그리고 오른발

언제 올까 기다린다.


바람이 흘린 눈물 9


밤새 쏟아진 서러움 모조리

흘러내리고 남은 응어리

조각들, 방울져

뚝뚝 속.


묵묵 속,

슬픔의 잔가지 걷어내며

이제 좀 나아졌니...?

잔잔해진 바람 토닥이는


빗물받이 홈통은


다 알아버린

바람의 아픔

그대로 감싸 안아

흐느낌이 흐를 수 있게

내어 준 길, 제 속으로 젖어 스며든


눈물 향기에

뒤따라 취해 든다.


바람아. 넌

하늘 날며 슬픔 잔향 떨쳐내겠지만,

볕 들지 않는 여기 내 안에 밴 네

눈물 조각들... 언제 마를까. 그래도,


원망하지 않아.

네 아픔, 내가 끌어안아 비워줄 수 있게 해 줘서

나는

고마워.


손아 손아 따뜻한 손아


지금 너희 그대로.

절대 놓지 말기를.

계속 다정 하기를.

항상 함께 걷기를.

아빤 소망 한단다.


오래된 노래

<스탠딩 에그 - 오래된 노래>에 더하다.


인사동 파전집

막걸리 잔 부딪치며 함께 웃던

어리던 날이 언젠가 있었더라.


그날의 흑백사진 불사르고 돌아서는

발자국 끄트머리에

미처 지우지 못해 남긴

멜로디가

기억 가장자리에

끈질기게 붙었더라.


파전 부치는 기름 내음 타고

흐르던 그 노래.

그리움이 타다 남은 그을음이 그린

가슴속 오선지 위에서 숨 쉬다

눈송이 내려앉을 머리카락처럼

희미해질 또 다른 어느 날.


오래된 노래보다도

더 오랜 나날 지났을 언젠가 그날.


다시

우연의 장난으로

혹여 우리 마주친다면,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서로의 잔을 채우자.


결국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흔적으로 남았으니.


부딪치지 못하여 스치다 만 인연도

인연이라.

다시 막걸리 잔 부딪치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 노래에

미소만 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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