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17

by rainon 김승진

아침의 눈빛 대화


거기서 잔 거니?

그런 거 같아.

배는 안고파?

이제 슬슬 아침 거리 찾으러 가야지.

아직 졸려 보이는데...

그건 너도 그래.

나 늦었어... 출근해야...

알아. 시동 걸면 나가마.

이따 밤에 비 온대. 잘 곳 없으면...

고마워. 저녁에도 여기 세워라.

어... 그래. 좋은 하루 보내고.

응. 너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루 잘 버텨. 사는 게 뭐 별거니?


꼭대기를 향한 욕망에게


그래 봤자 얼마나 높다고,

영원히 네 자리... 그런 건 없어.

결국에는,

언젠가는 도로, 도로(道路) 위에

내려앉을 그 발바닥에


땀나도록 부지런한 건 좋다만,

양심까지 밟지는 말기를.

넘치는 욕심은 기다렸다는 듯 널 밟아 삼킬 테니,

다시 내려서며 또 만날 층층마다

곱고 부드러운 겸손만 남기기를.


rain on... you


너무 조금이어서 미안해. 그래도,


이 한 줌 빗물

네 하루 적실 수 있다면...


부채가 추는 밤


고스란히 하루를 되새기는

이 밤이 접고 펴는 탁. 탁.


한낮의 부끄러움 감춰 숨겼다,

또 어떤 간간한 자랑들은 수줍게 열어

주름들이 그리는

하루 끝 춤사위.


아파트 외벽에 박제된 주름이 닳아가는 시간

무심코 흐르는 세월이 새기는 영혼의 주름

밤의 부채는 오늘도


저 홀로

바람결이 흔드는 이파리

그늘 입고 접었다 펼친다.


부디


작은 내 방

창가 꽃향기

퍼지는 끝 거기에

네가 있기를


꽃향기 피아노

건반에 떨구는 눈물이 노래하는 선율

혹시 들리는 끝 거기에서

너, 한 번만 뒤돌아 보기를


멈춘 발걸음 다시 떼려 할 때

부디

우리의 추억

영원의 그릇에 담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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