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Aug 28. 2021
패턴의 늪
숙취로 깨지는 머리... 맡
전화기의 잠금해제 패턴이
생각나질 않는다.
아직 알코올에 젖은 채로 바빠지는 뇌는
아홉 개의 점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한 백번쯤 시도하니,
당황은 이내 공포가 된다.
그리고는... 경건해진다.
술 탓이야... 이젠 끊으라는
경고야 이건.
체념과 각오의 뒤죽박죽 속 까무룩...
낮잠을 깨우는 요란한
알람 소리 끄려는 무의식에
덜 깬 잠,
손가락은 단번에 잠금을 풀었다.
손가락이 머리를 이긴 순간,
습관은 무섭구나...
패턴은 무섭구나...
패턴이 패턴을 풀어버린 아이러니 속,
아침의 금주 결심... 그대로니?
......
글쎄, 습관은, 패턴은 무서운 거라니깐...
씨를 뿌리는 기도
애당초 운명에 없었을
성공, 욕심 내지 않습니다.
내 것 아닐 요행이 가져다줄
성취, 탐나지 않습니다.
이 좁은 품으로 다 안을 수도 없을,
감당함도 가당치 않을
넉넉함, 바라지 않습니다.
아침 햇볕 손잡고 온 이슬아.
네 입 맞춘 흙, 향기 즐기며 바쁠 수 있는 이
두 손과 두 발이 그저 감사할 따름.
다만... 하나만.
지금, 여기에 떨어지는
이 부끄럽지 않은 땀방울들, 꼭
이만큼만 싹트게 허락하소서.
내 잠 속에 잠겨오라.
딱 하루만큼만, 우울하렴.
오늘만은 괜찮아.
비가 내려야 먼지가 씻기지.
오늘이 닫히도록, 그 마음에
비 그치지 않거든...
내 잠 속에 잠깐 들러도 좋아.
이럴까 봐 낮에 모아둔
두어 자락 구름 위
햇살 한 줌 펼쳐둘게
눈물 말리며 쉬고 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잔나비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에 더하다.
끝이 보이는 길일지라도
내딛기 시작하기를.
행여 마음 다치게 할까 저어하다
마음 닫히게 하지 말기를.
손 잡고 걷는 길가 풀꽃이 손짓하는
불꽃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남기지 말고 들이마시기를.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서
후회 없을 뜨거움
느리게 식어가기를.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길 끝에서
후회 없을 고마움
천천히 고백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