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14

by rainon 김승진

오늘, 네가 쥐구멍을 찾았다면


비슷할지는 몰라도 똑같지는 않아.


목숨 하나에서 가지 친, 너라는 사람들.

네 태어나서 죽기까지

뜨는 만큼 있거든.


망가진 오늘의 너는,

곧 어제의 너로 사라져.

씻어내고 싶은 하루였다면,

찬물 샤워가 좋겠다.


오늘이 떨어져 내려가는 바닥을 잠깐 봐봐.

비슷할지는 몰라도 똑같지는 않잖아.


하나가 깨진다 해도 찾아올

또 다른 하나를

오늘의 파편으로 다치게는 하지 마.


바람이 흘린 눈물 7


오늘은 웃음 닮은

타닥 내리는 소리.


왈츠 추며 잔디 밟고 같이 열어,

통나무집 벽난로에 장작 타는 소리.


마주 앉아 마주친 눈빛 비친 잔 위로

포도주 방울 내리는 소리.


그립던 님 드디어 만나

벅찬 가슴 적시는 눈물 소리.


기억을 녹이는 밤의 기억


버려도

어딘가에 뒹굴 거고, 지워도

지우개 밥은 남을 테고,

태워도

재는 그대로이겠지.


...... 녹일 수밖에.

흔적이 더 아픈 기억


잊히기를 기도하며

알코올에 아득히 잠기는,

여기 텅 빈 술집, 밤 9시 57분의 기억.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이선희 -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에 더하다.


우리 같이 채워 간 공책

교환일기

책장마다 묻은 손때

물끄러미 보다.


네 손가락 사이 펜 걸어간 페이지에

떨리는 손가락 다가서다.


함께한 날들

끝나지 않을 거라던 날들

가만히 떠올리다.


어느 늦여름 오후

노트 건네며

한낮 무더위 시들어가는

노을 품은 구름가 빛날 때

별보다 빛나던 반짝

네 두 눈

지금 눈앞에 그대로인

듯하다.


마지막 페이지

네 힘겨웠을 마지막

두 마디

사랑해... 미안하다.


그 위로... 툭

한 방울 번진 자국

하나 더 늘다.


다시는 펼치지 않으리라

책장 덮으며

혼잣말 또 거짓말 속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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